[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 카페 청송 .14] 청송 농산물 유통의 중심 청송사과유통센터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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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1 07:04  |  수정 2022-11-01 07:30  |  발행일 2022-11-01 제23면
농업인 숙원 산지공판장 개설…사과 출하량 2년만에 4배 '껑충'
경매장·선별장·저온저장고 등 갖춰 농가 시간·노동력·물류비 절감 효과
영농조합법인 송원APC가 운영…청송군 전체 사과 생산량의 12% 처리
선별 수수료 군비로 지원…취급 농산물 자두·복숭아 등 점차 확대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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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하의리에 있는 청송군 농산물 산지공판장의 경매장에 선별을 마친 사과가 상자에 가득 쌓여있다. 2019년 문을 연 산지공판장의 사과 출하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농산물 유통은 생산 만큼이나 중요하다. 생산자에서부터 소비자까지 전달되는 유통 기반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농산물을 판매하기가 쉽지 않다. 농가별로 유통을 위한 노력과 비용이 늘어나고, 애써 키워놓은 농산물은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에 각 지자체는 안정적인 농산물 판매와 유통 기반 확보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업 중심도시 청송도 마찬가지다. 청송 농산물 유통의 핵심적 역할은 청송사과유통센터가 맡고 있다. 특히 청송사과유통센터는 전통적인 APC(Agricultural Products Processing Center·농산물산지유통센터) 기능에 더해 농산물 경매가 이뤄지는 공판장도 갖추고 있다.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카페 청송' 14편에서는 청송 농산물 유통의 중심 '청송사과유통센터'를 소개한다.

◆8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쉴 새 없이 경매

지난달 26일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하의리에 있는 청송군 농산물 산지공판장. 승용차와 트럭이 주차장을 가득 메웠고, 공판장 주변으로 사과를 담는 플라스틱 상자가 수북이 놓여있었다. 1t 트럭이 떠날 때마다 산지공판장 선별장 앞에는 사과가 가득 든 상자가 높게 쌓여만 갔다. 지게차는 부지런히 사과 상자를 선별장 안으로 날랐다.

지게차를 따라 내부로 들어서자 쉬지 않고 돌아가는 선별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과는 크기에 따라 자동으로 선별됐다. 직원들은 이렇게 분류된 사과를 다시 육안으로 확인한 뒤 상자에 사과를 담았다. 이렇게 선별된 사과 상자에는 '1특' '특' '상' '중' '보통' 등의 등급 분류 팻말이 꽂힌 채로 공판장 내 경매장으로 옮겨졌다.

사과를 사러 전국에서 몰려온 도매상인들은 상품을 꼼꼼히 살폈다. 한 도매상인이 사과 상자 앞에서 굳은 결심을 한 듯 손에 든 응찰기 버튼을 눌렀다. 경매장 전광판에는 사과 경매 현황이 실시간으로 떴다. 사과가 낙찰될 때마다 "딩동"하는 소리가 전광판에서 울렸다. 낙찰된 사과 상자에는 종이로 된 낙찰서가 붙었다. 산지공판장 하역장은 낙찰된 사과를 트럭에 싣는 도매상인들로 분주했다.

보통 사과 경매는 평일 오후 3시에 시작된다. 매년 8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거의 매일 경매가 이뤄진다. 재배농가는 경매 시작 전 사과를 공판장에 맡긴다. 이후 사과는 중량 등 여러 기준으로 선별돼 등급이 매겨지고 경매에 부쳐진다. 공판장은 원활한 사과 경매를 위해 경매장뿐만 아니라 선별장과 저온저장고, 하역장 등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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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군 농산물 산지공판장의 선별장에서 직원들이 경매에 내놓을 사과를 선별하고 있다.

◆청송군농산물산지공판장 3년 만에 급성장

청송군 농산물산지공판장 설립은 지역 농업인들의 숙원이었다. 산지공판장이 없어 청송지역 농가들은 인근의 안동이나 의성은 물론 대구까지 농산물을 싣고 가 팔아야만 했다. 그만큼 시간과 노동력. 물류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3년 전 비로소 청송 농업인들의 소망이 이뤄졌다. 2019년 11월8일 청송군 농산물산지공판장이 문을 연 것. 앞서 산지공판장은 같은 해 11월1일 경북도로부터 청과 공판장 개설 승인을 받아냈다. 공판장 운영은 청송사과유통센터를 운영하는 영농조합법인 송원APC가 맡았다.

산지공판장이 문을 열자 청송 농업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트럭에 사과를 가득 싣고 산지공판장에 몰려들었다. 다른 지역 산지공판장을 찾을 필요 없고 하역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노동력과 물류비가 줄자 농가 소득이 올라갔다.

청송군 농산물산지공판장의 사과 출하량은 2년 만에 네 배 가까이 성장했다. 2019년산 1천905t에서 2021년산 7천533t으로 급증한 것. 지난해 청송 전체 사과 생산량이 6만t인 것을 감안하면, 청송에서 나온 사과의 12%가 이곳에 들어오는 셈이다. 청송군 농산물산지공판장을 이용하는 지역 사과 재배 농가도 1천200여 가구로 전체 농가(4천여 가구)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청송군은 공판장 활성화를 위해 선별수수료 지원에도 나섰다. 2020년 하반기부터 선별수수료 1천500원을 모두 군비로 농가에 지원하고 있다. 산지공판장에서는 18㎏짜리 사과 한 상자 기준으로 출하농가에 상장수수료(경매수수료) 7%와 선별수수료 1천500원을 받는다. 지난해 청송군이 농가를 대신해 지원한 선별수수료는 4억8천900만원(32만6천 상자)에 이른다.

산지공판장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청송군은 내년까지 국비를 확보해 선별장과 저온저장고 등 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취급 농산물도 자두와 복숭아 등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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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군 농산물 산지유통센터 앞쪽에는 사과직판장도 자리잡고 있다.

◆청송사과유통센터 성장세 뚜렷

청송이 농산물 유통 기반을 확충할 수 있었던 것은 청송사과유통공사를 대신해 청송사과유통센터가 출범하면서부터다. 청송사과유통공사는 청송군의 지방공기업으로 2011년 8월23일 설립됐다. 하지만 2016년 이후 사업 부진과 자본잠식 등 여러 문제가 잇따라 불거졌다. 이에 윤경희 청송군수는 청송사과유통공사 정리에 나섰고, 2019년 8월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98.4%의 찬성률로 해산을 결정했다. 당시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청송사과유통공사 대주주인 청송군뿐만 아니라 지역 농업인 대부분이 해산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청송군은 남은 건물과 시설을 운영할 사업자를 공개 모집했다. 그 결과 4개 영농조합법인에서 신청서를 냈다. 청송군은 운영사업자 심사평가위원회를 열어 영농조합법인 송원APC를 협약체결 대상자로 선정하고, 같은 해 8월23일 송원APC와 위·수탁 운영 협약을 마쳤다.

당시 청송군이 청송사과유통센터 운영사업자를 모집한 방식도 눈길을 끌었다. 청송군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사업자를 직접 지명하는 방식이 아닌 공모 방식을 선택했다. 이어 운영사업자 심사평가위원회를 꾸리며 평가위원 16명 중 13명을 농업인이나 농업인단체 추천을 받아 구성했다. 결국 농업인 중심으로 꾸려진 심사평가단이 운영사업자를 뽑는 방식이었다.

청송사과유통센터 운영을 맡은 송원APC는 청송의 농산물 표준규격 상품화와 가격 안정·농가 조직화·처리물량 확대 등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청송 현동면 거성리에 있는 현동APC는 기존의 사과 수매·선별·저장·판매 기능을 확대했다. 반면 청송 주왕산면 하의리에 있던 주왕산APC는 경매 중심인 청송군 농산물산지공판장으로 바꿨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올해로 개설 4년째가 되는 청송사과유통센터는 해를 거듭할수록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산지공판장 출하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이용 농가의 불편함이 없도록 하고, 청송사과유통센터가 지역 농업인들과 함께 청송 사과 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게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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