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범의 피플] 윤창훈 영진사이버대 부동산재테크학과장 "값 떨어졌다고 집 사겠다는 건 위험…거래량 변화 계속 주시해야"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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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2 07:12  |  수정 2022-11-02 07:16  |  발행일 2022-11-02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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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훈 영진사이버대 부동산재테크학과장이 자신의 연구실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진범 논설위원
최근 서울에 '반값 아파트'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난해 15억원에 거래됐던 마포구의 전용면적 84㎡(34평)의 한 아파트가 8억원에 팔렸다는 뉴스가 나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마포구는 용산구, 성동구와 묶여 '마용성'으로 불리며 서울 부동산 업계에서 잘 나가는 지역이다. 부동산 분위기가 얼마나 차가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실제 집값 폭락에 대한 전망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파트 공사 현장이 많은 대구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 물량도 쌓이고 있다. 도대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집을 팔아야 하나.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들은 언제 사야 하나. 영진사이버대 부동산재테크학과장인 윤창훈(54) 교수를 만나 부동산 시장을 살펴봤다. 영진사이버대 부동산재테크학과는 부동산 개발, 투자, 중개, 관리 등 부동산 전반에 대한 실용적인 학문을 다룬다. 계명대 도시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윤 교수는 12년의 공직 생활을 거쳐 2007년부터 영진사이버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배출한 제자가 2천명이 넘는다. 윤 교수의 부동산 시장 분석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개인적 의견이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참고용으로 활용해 달라"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통상 부동산 시장 변동 주기 3~4년이나 6~7년으로 보는데
현재 분위기라면 내년 하반기 이후 매수 타이밍 올 가능성
정부도 이때까지 침체 지속땐 부양책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
대구 향후 2년 5만세대 입주…마피 붙더라도 물량 소화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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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구의 아파트 가격 수준은 어떤가.

"올해 9월 기준으로 1년6개월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보면 된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를 보면 지난해 2월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95.6을 기록했는데 9월 현재 94.6이다. 지난해 10월 100.8로 정점을 찍고 11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가격 하락 폭으로는 고점 대비 평균 30% 정도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아파트 실거래가 조회 부동산 앱 '호갱노노'에 따르면 대구의 아파트 가격은 고점 대비 20~3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가격이 왜 이렇게 떨어졌나.

"수요와 공급의 관점에서 보면 실수요, 유효 수요의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 즉 능력이 있는 사람이 부동산 시장에 들어온다. 단순히 주택을 사겠다는 생각만 갖고 있으면 안 되고, 능력이 있어야 실수요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주택 가격은 너무 오르고, 실질적으로 소득은 오르지 않는 상황이 되다 보니 시장에 영향을 주는 수요는 더 많이 떨어졌다. 반면 공급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수요는 떨어지는데 공급이 늘어나면 부동산 가격의 저항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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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의 영향도 있지 않나.

"당연히 크다. 투자자 입장에서 부동산 수익률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부동산 가격을 분모, 수익(임금, 임대 소득 등)을 분자로 하면 수익률이 나오는데, 가격이 올라가고 수익이 고정되면 수익률이 떨어진다. 수익률이 떨어지는데 금리가 올라가면 결국 부동산에 몰릴 것으로 기대하는 돈이 다른 것을 선택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사실 가장 안전한 투자처는 부동산이 아니라 은행이다. 부동산 수익률이 떨어지면 투자자로서의 수요도 빠져나가게 된다."

▶부동산 하락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 같나.

"정확하게 진단하기는 불가능하다. 통상 부동산 주기를 3~4년, 6~7년으로 본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3~4년 주기를 기본적으로 염두에 둬야 하지 않을까. 다만 내년 하반기를 넘어서면 급락 폭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내년 하반기에도 계속 침체로 가면 시장 경제에 굉장히 타격을 준다.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될 것이다. 현재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제자들은 좀 더 비관적이다.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하거나 안정화되는 시점을 6~7년 이후로 얘기하는 제자들이 많다. 금리가 너무 높은 데다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공급 물량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대구에 아파트 공사 현장이 너무 많다. 아파트 공급 물량이 많아지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입주 예정 물량이 너무 많다. 내년에 3만가구가 넘는다. 소규모 주택 재건축이나, 나홀로 아파트까지 감안하면 더 많을 것이다. 2024년에도 2만가구에 이른다. 2년 동안 5만채의 아파트가 공급된다. 지금도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 입주 후 미분양이 발생하면 2007년 경험했듯이 '마이너스피'가 붙게 된다.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는 할인 분양 현상이 생기게 된다. 지금은 수면 밑에서 '간 보는' 수준인데 물량 폭탄이 떨어지면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마이너스피가 붙더라도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까.

"제가 보기에는 소화가 될 것 같다. 시간적인 문제가 있긴 하지만. 금리나 정부의 정책 변화도 생길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그냥 그대로 놔두기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잘못됐을 경우 회복을 못 하니까 정책의 강약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건설사가 부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대구의 아파트 공사 현장도 멈춰질 가능성이 있지 않나.

"가능성은 있다. 건설사가 부도나면 입주 기간이 뒤로 밀리게 되고, 분양받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실소유자는 자금이나 일상생활에 쓰이는 비용을 입주 예정일에 맞춰놓는데 이게 깨져버리면 어떻게 되겠나. 대책을 강구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은 힘들 수밖에 없다. 마음고생도 심하다."

▶집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 같은데, 지금 집을 팔아야 하나.

"과연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있을까. 지금 집을 팔려는 사람들은 이자 부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제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거래량이 거의 절벽이다. 거래가 안 되니까 상당히 금액을 낮추는 급매라는 현상이 나오고 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언제 집을 사야 하나.

"어떤 시점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내년 말쯤 세계 시장의 경기나 금리 변동이 이뤄지면 한번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거래량에 대한 데이터를 검토할 필요도 있다. 단순히 가격이 떨어졌다고 집을 사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거래량이 서서히 올라가면 고려해 볼 수 있다. 거래량이 올라간다는 것은 결국 시장에 수요자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거래량 데이터값을 관심 있게 봐야 한다. 실수요자 중심의 차별화된 정부 정책이 나올 것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논설위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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