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조 리본 뒤집어 패용' 황당 지침…알고보니 "특별한 이유 없어"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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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2  |  수정 2022-11-01 18:58  |  발행일 2022-11-02 제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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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일선 지자체에 '근조' 글자가 없는 리본을 패용하라고 보낸 공문에 따라 대구지역 한 지자체 공무원이 근조 리본을 뒤집어 패용한 모습. 강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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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공무원과 달리 정치인드른 '근조' 글자가 있는 리본을 패용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30여년 공무원 생활에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1일 대구지역 한 지자체 공무원이 윗옷 왼쪽 옷깃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근조 리본을 달던 중 던진 말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 공무원은 "행정안전부에서 근조 리본을 글자가 보이지 않게 뒤집어 패용 하라는 이해 안 되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출근길에 이 모습을 본 아이들이 뒤집어 달아놓은 것에 관해 물어보는데, 도무지 대답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은 근조 리본을 글자가 보이도록 바로 달고 있는데, 왜 공무원들은 뒤집어 달라고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어떤 방식이든 통일을 해야 할 것이다"고 제안했다.

대구지역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지방인사제도과는 이태원 참사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교육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복무담당자에게 '이태원 사고 계기 공무원 기강확립 국무총리 지시사항 관련 추가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국가애도기간(~11월5일) 중 애도를 표하는 검은색 리본 패용과 관련, '근조' 글자가 없는 검은색 리본을 착용해 달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31일부터 대구뿐 아니라 전국의 지자체와 지방의회, 산하단체 직원 등은 근조 리본을 뒤집어 패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일선 공무원과 달리 '근조'라는 글자가 적힌 검은색 리본을 달고 있다. 전국 곳곳의 분향소에서는 고위직 공무원과 정치인 간에 서로 다른 형태의 근조 리본이 목격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 대구 한 지자체 공무원은 "행안부에서 근조 리본을 뒤집어 패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와서 그렇게 전달 된 것"이라며 "뒤집어 패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공문을 일선 지자체에 보낸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인사혁신처에서 계획을 수립했다"며 "행안부에서는 지자체에 지침을 전달한 것 뿐이다"고 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근조' 글씨 없는 검은 리본 패용에 대해 "통일성 있게 해야 하니까 그렇게 계획을 수립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검은색 리본 패용 안내 이후 관련 문의가 많은 건 사실이다. 애도를 표할 수 있는 검은 리본이면 별도 규격이나 형식을 정한 것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 지차제의 한 공무원은 "전국의 공무원을 혼란에 빠지게 해 놓고 어떻게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는 말을 할 수 있느냐"며 "그러면, 근조 글자가 없는 검은색 리본을 착용하라는 공문을 도대체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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