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선택적 자유, 선택적 문책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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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7  |  수정 2022-11-17 06:45  |  발행일 2022-11-17 제22면
전용기 MBC 탑승 불허 餘震

윤 대통령의 '자유' 실체 뭔가

행안부 장관 재난·안전 총괄

꼬리 자르기 국민 동의 못 해

이태원 책임 누가 가장 클까

[박규완 칼럼] 선택적 자유, 선택적 문책
논설위원

#"언론 탄압" 외신 부정적 보도

대통령실의 MBC 전용기 탑승 배제는 휘발성이 강했다. 언론계와 정치권이 언론 탄압 논쟁으로 들썩였다. 외신의 관심도 비상했다. 논조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트럼프조차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를 배제하지 않았다"(워싱턴 포스트), "전용기 탑승 거부는 언론 탄압의 한 형태"(CNN), "싫어하는 방송 취재진을 해외 순방에서 배제하는 것이 윤 대통령이 말한 글로벌 이미지인가"(BBC), "북한을 닮았다"(NK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국익을 위한 해외순방"이라고 답했다.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MBC를 배제했다는 은유법으로 갈음한 셈이다. 기실 MBC는 맨 먼저 보도한 죄밖에 없다. 모든 언론이 "국회에서 이××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로 쓰지 않았나. 그런데도 MBC에만 '허위 보도' 재갈을 물리고 면박했다. 국익 훼손? 오히려 MBC 취재진에 대한 전용기 탑승 불허나 대통령의 욕설이 국격과 국익을 훼손하지 않았을까. 게다가 대통령실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과 한일정상회담 현장을 동행한 공동취재단에 공개하지 않았다. 명백한 취재 제한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사에서 35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33번 '자유'를 언급했다. 유엔 총회 연설서도 21번씩이나 '자유'를 읊었다. 그런데 웬걸. 정작 헌법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굴레를 씌웠다. 자유 전도사답지 않다.

'1984'의 저자 조지 오웰은 "자유란 듣기 싫어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권리"라고 했다. 오웰이 직시한 자유는 윤 대통령의 자유와는 아귀가 맞지 않는다. 대통령이 반복해 외친 자유의 실체가 궁금하다. 혹시 취재 거부의 자유?

#"당이 장관 한 명도 방어 못 하나"

윤 대통령이 "당(국민의힘)이 왜 이렇게 매가리가 없나. 장관 한 명도 방어 못 하나"며 짜증을 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두호(斗護)하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김대기 비서실장이 때맞춰 추임새를 뿜어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장관 바꾸라는 건 후진적이다." 항간에 나도는 '경찰 독박' 복선(伏線)이 허무맹랑한 뜬소문이 아니라는 증좌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재난 대응과 안전 정책의 총괄 조정자이다. 경찰과 소방도 행안부 소속이다. 이태원 참사에 직접 책임이 있는 주무부서다. 경찰을 강하게 질책한 대통령이 경찰을 지휘하는 행안부 장관을 감싼다? 이율배반이다. 대통령 최측근이란 이유만으로 문책에서 제외한다? 뜨악하고 용렬하다. 국민정서에도 배치된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 70%가 "정부 수습이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꼬리 자르기' 우려가 투영된 결과다. 국가 안전망 부실로 158명이 생명을 잃었는데 책임지는 고관대작이 없다? 이게 민주공화국에서 가당한 일인가. 이 와중에 이상민 장관은 "낸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싶지 않겠느냐"며 염장을 질렀다. 폼 나게? 진짜 웃기고 있다.

윤 대통령은 평소 국민 안전에 대한 국가의 무한책임을 강조했다. 한데 막상 사건이 터지니 공식 사과조차 인색했다. 분향소만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The buck stops here.' 트루먼 대통령의 어록이다. 트루먼은 이 문구를 적은 팻말을 집무실 책상 위에 뒀다. 모든 책임을 대통령이 지겠다니. 국정 최고책임자의 무한책임 의지가 오롯이 느껴진다. 이태원 참사는 누구 책임이 가장 클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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