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10] 친환경 고랭지 채소…해발 600~700m서 재배한 배추 '아삭아삭'…육질 단단하고 맛 고소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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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7 07:21  |  수정 2022-11-17 07:22  |  발행일 2022-11-17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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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김춘권씨가 영양군 청기면 무진리에 위치한 자신의 배추밭에서 배추의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고랭지 채소 하면 보통 강원도를 떠올린다. 높은 산지가 많아 키우기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서다. 경북에서 평균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영양도 강원도와 비슷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 환경의 이점을 토대로 영양의 고랭지 채소 재배도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더욱이 영양 지역은 진딧물과 바이러스 발병률이 낮아 농약 사용량이 적은 편이다. 신선하면서도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는 까다로운 소비자 입맛에 맞춘 친환경 채소 재배가 가능한 곳이 바로 영양이다.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10편에서는 영양의 고랭지 채소를 소개한다.

30년 배추농사 외길 김춘권씨
1992년 부산서 귀농 33㏊ 규모 농사
일손 적게 들고 재배기간 짧아 장점
강원도산과 비교해도 품질 안뒤져
값싼 중국산·가격 널뛰기 가장 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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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영양군 영양읍 무창리에 있는 준고랭지 배추밭의 모습. 영양은 여름이 시원하고 일조시간이 짧은 기후적 조건으로 인해 고랭지 채소 재배에 적합한 지역이다. <김춘권씨 제공>
◆해발 600~700m서 생산되는 배추

지난 10일 찾은 영양군 청기면 무진리 배추밭, 일꾼들이 가을배추를 수확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겉잎을 떼어 내 버리고 곱게 상자에 넣는 작업을 반복했다. 종이 상자에 '자연을 파는 사람들' '알배기 쌈배추'라고 적힌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알배기란 배춧잎을 제거하고 알맹이처럼 만들어 쌈이나 겉절이에 쓰는 작은 배추다.

이곳 무네미 농장의 대표는 김춘권(57)씨다. 무네미 농장은 영양에서 준고랭지 농업으로 배추만을 재배한다. 김 대표는 33㏊(10만평) 규모로 배추 농사를 짓는데, 이 가운데 23㏊(7만평)가 해발 600~700m 되는 곳에 자리한다. 그의 배추밭은 영양읍 무창리 맹동산(768m)과 독경산(684m)에 있다.

김씨는 고향인 부산에서 장사를 하다가 1992년부터 영양에 귀농해 배추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30년 동안 배추 재배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배추는 영양에서 많이 키우는 고추보다 재배면적 대비 소득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일반 배추는 봄, 가을 이모작이 가능한 데다 일손이 적게 들고 재배기간이 짧다. 비닐하우스에선 한 달, 밭에서는 두 달 정도 키우면 수확이 가능하다. 여름 배추인 고랭지 배추는 이모작이 힘들지만 대신 단가가 높다. 여름 배추는 강원도 등 일부 지역에서만 나오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어 가격 방어가 잘되는 편이다.

김 대표는 "고랭지 배추는 여름에 재배하기 때문에 비와 병충해, 기온 문제 등으로 농사도 어렵고 생산비도 많이 든다"면서 "대부분 강원도에서 재배하고 다른 지역은 영양 같은 경북 북부 일부 지역과 지리산이나 덕유산 자락 등에서만 일부 생산되기 때문에 가격이 높고, 단위 면적당 생산량도 적어 단가가 높다"고 설명했다.

강원도와 비슷한 자연환경을 가진 영양의 배추는 고소한 맛을 지닌다. 또 육질이 단단해 아삭한 식감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실제 시장에서도 영양의 봄·가을 배추 품질은 좋다고 인정받는 편이다. 단, 여름 배추는 강원도 고랭지 배추에 비해 이름이 덜 알려져 있다.

"고랭지 배추는 강원도라는 인식과 브랜드 차이일 뿐 영양 고랭지 배추가 강원도 고랭지 배추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란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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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영양군 영양읍 무창리에 있는 준고랭지 배추밭의 모습. 영양은 여름이 시원하고 일조시간이 짧은 기후적 조건으로 인해 고랭지 채소 재배에 적합한 지역이다. <김춘권씨 제공>
배추 농사를 짓는 농민에게는 가격 안정화가 절실하다. 가격이 널뛰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저렴한 중국산 배추와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고랭지 배추는 봄·가을 배추보다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사정이 조금 낫다.

김 대표는 "올해 여름 고랭지 배추는 10㎏에 2만~3만원 수준이었는데 현재 가을배추는 10㎏에 2천~3천원까지 떨어졌다. 10㎏에 5천원 이하면 생산비도 안 나와서 그냥 수확하지 않고 버리는 게 더 나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영양, 임야 많아 고랭지 농업 최적
경북서 평균 해발 고도 가장 높아
453농가 지난해 2만8천706t 생산
일교차 커 병충해 평지보다 적어
농약 사용도 최소화 깨끗하고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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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옥한 토양 일교차 크고 일조시간 짧아

고랭지 농업은 해발고도가 높은 산지나 고원에서 주로 이뤄지는 농업을 뜻한다. 표고가 높아 여름철에 서늘하고, 강수량이 많으면서 일조량도 풍부한 편이다. 이 같은 자연 환경과 기후조건을 이용해 농민들은 해발 400m부터 1천m 사이 산자락에서 채소 등을 재배한다.

고랭지에서 자라는 채소는 품질이 뛰어나다. 고지대의 여름은 기온이 낮지만, 맑은 날의 낮 동안에는 일사와 자외선이 강해 고온이 유지된다. 반대로 해가 지면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 일교차가 매우 크다. 이 때문에 여름철 고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병충해 피해가 평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또 고랭지 채소는 수확 시기를 앞당기는 촉성재배(促成栽培)가 가능해 시장에 물건이 부족할 때 높은 가격을 받고 출하할 수 있는 장점도 지닌다.

국내 고랭지 채소의 대부분은 평창군 등 강원도에서 나온다. 하지만 영양처럼 해발 고도가 높은 일부 지역에서도 고랭지 채소가 생산되고 있다. 영양은 전체 면적 815.77㎢ 가운데 임야가 696.71㎢(85.4%)나 되고, 경북에서 평균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영양의 고랭지 채소는 일월산(1천219m), 검마산(1천8m), 맹동산(768m) 등 높은 산이 즐비한 영양의 고지대에서 생산된다. 영양은 여름이 시원하고 일조시간이 짧은 기후적 조건으로 인해 고랭지 채소 재배에 적합한 지역이다. 또 무상기간(서리가 내리지 않는 기간)이 짧고 여름의 평균기온이 20℃ 안팎인 데다 낮과 밤의 기온차도 커서 진딧물과 바이러스 발병률이 낮아 채소 농사가 수월하다. 특히 영양 고랭지의 토양은 비옥하고 경사도 적당해 물 빠짐이 좋다.

때문에 영양 고랭지 채소는 불필요한 농약 사용을 줄일 수 있어 깨끗하고 안전하다. 실제 영양에선 무농약으로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농가도 많다. 농약 사용량이 적은 만큼 생산비 절감이 가능해 농가 소득에도 도움이 된다. 영양의 대표적인 고랭지 채소는 배추와 무 등이 있다. 영양 고랭지 배추는 결구엽이 많고 조직이 단단해 쉽게 무르지 않으면서 맛이 고소한 특징이 있다.

영양 무는 잎이 푸르고 단단하며 잔뿌리가 적다. 시원한 맛과 달콤한 맛이 풍부하다. 무 잎에는 무기물과 각종 비타민 등이 풍부하고, 뿌리에는 디아스타제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소화에 좋다.

영양에서 고랭지 채소 재배는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영양의 고랭지 채소 재배면적은 2016년 389㏊에서 지난해 524㏊로 증가했다. 생산량도 같은 기간 1만3천446t에서 2만8천706t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고, 재배 농가도 359가구에서 453가구로 늘었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공동기획: 영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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