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핵무기의 절대방패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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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4 06:41  |  수정 2022-11-24 06:50  |  발행일 2022-11-24 제22면
北 '핵 무력 본색' 노골화
독자적 핵무장 소구력 높아
핵의 전쟁 억지력 이미 입증
휴지 조각 '부다페스트 각서'
미국 핵우산 불변·완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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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북한이 불꽃놀이 하듯 미사일을 쏘아 댄다. 지난 18일엔 미국 본토 사정(射程)이 가능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날렸다. 대북 확장억제 논란도 분출한다. 전술핵 재배치와 독자적 핵무장론이 핵심이다. 전술핵 재배치는 좀 더 현실적이긴 하나 주한미군이 운용한다. 독자 핵무장은 '핵 독립'이란 점에서 소구력이 높다. 북한이 핵 무력을 행사할 때 미국이 자국의 위험을 무릅쓰고 핵우산을 확실히 펼쳐줄지가 핵무장론의 출발점이다.

이제 북은 노골적으로 '핵 무력 본색'을 드러낸다. 아예 핵 무력 사용을 법제화함으로써 적의 핵 공격 징후만으로도 선제공격할 빌미를 만들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절대 먼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먼저 핵을 포기 않겠다? 미국이 비핵화하면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놓고 '북한 비핵화 불가'를 언명한 것이다. 이런데도 우리만 '한반도 비핵화' 허상을 좇는 게 현실적 판단일까.

핵이 북의 자위용을 넘어 한국을 겨냥하는 파괴적 도구로 진화했다면 우리도 당연히 대응할 방패를 가져야 한다. 한데 방패가 마땅찮다. 스텔스 전투기? 전략폭격기? 미사일 방어망? 어떤 첨단전략자산도 어떤 방공망도 핵을 완벽히 제어할 순 없다. 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 대량응징보복의 '3축 체계' 역시 절대방패는 아니다. 핵의 절대방패는 오직 핵뿐이다.

핵의 전쟁 억지 능력은 이미 실증되지 않았나.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21년 만에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하지만 2차 대전 종식 후엔 80년 가까이 3차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왜일까. 군사학자들은 핵무기의 전쟁 억지력 때문이라는데 동의한다. 핵전쟁은 공멸이니까.

우크라이나는 세계 3위 핵 보유국이었으나 1994년 미국·영국·러시아에 안전과 주권 보장을 약속받고 핵탄두를 모두 러시아에 넘겼다. 이른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다. 그런데 어찌 됐나. 우크라이나가 대량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었더라도 러시아가 침공했을까.

한반도 주변 정세도 야릇하다. 일본의 '핵 보유 본능'이 꿈틀거린다. 1967년 사토 에이사쿠 총리는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고 선언했다. 이 '비핵 3원칙'은 지금까지 유효하다. 한데 일본이 최근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혼합한 산화물연료(MOX)를 프랑스에서 대량 수입했다. 때맞춰 일본 정계에선 '비핵 3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은 '핵 근육질'을 으쓱댄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16일 개막한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 연설에서 "강대한 전략 위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핵 운반수단을 확장하고 핵탄두를 증강하겠다는 속내를 공공연히 드러낸 것이다.

휴지조각이 된 '부다페스트 각서'는 씁쓸한 학습효과를 남긴다. 미국에 대한 의구심이 겹쳐진다. 북한이 한국에 핵 공격을 하면 미국이 선선히 핵우산을 펼쳐줄까. 필자는 가능성을 50% 정도로 판단한다. 나머지 50%의 공백은? 우리가 스스로 채울 수밖에. 이 대목에서 원용해야 할 철언(哲言)이 있다. 미국의 반대와 독일의 견제를 뿌리치고 기어이 프랑스를 핵보유국 반열에 올린 드골의 어록이다. "미국이 파리를 지키려고 뉴욕을 포기할까."(1957년)

독자 핵무장엔 혹독한 대가가 따른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이에 따른 유엔 제재를 감수해야 한다. 경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형극의 길이다. 섣불리 핵무장을 실행할 수 없는 이유다. 그래도 북의 핵 위협을 막을 절대방패는 핵뿐이니…. 우리의 딜레마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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