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카타르 월드컵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자 세계 재벌들의 유럽 명문 축구단 소유욕에 대한 관심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프리미어리그(EPL)의 명문구단 리버풀이 최근 매물로 나왔고 여기에 재벌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부의 축적을 스포츠 마케팅으로 연계시켜 기업 가치 및 이미지를 더 업그레이드시키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지금까진 러시아와 중동의 석유재벌들이 지명도 높은 유럽 프로축구단 운영에 손을 뻗쳤다.
러시아 최대 정유기업이자 세계 4대 정유업체인 시브네프티의 로만 아브라모비치 회장이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로만 회장은 2003년 첼시구단을 인수했다. 한동안 잘나가던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으로부터 제재를 받으면서 할수 없이 지난 5월 첼시 지분을 미 프로야구 LA다저스 구단주 토드 보엘리에게 팔았다. 6조7천억원에 매각됐다.
아랍에미리트(UAE)연방의 아부다비 왕가출신 부호인 세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하얀(이하 만수르)는 2008년부터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했다. 이후 만수르는 막대한 돈을 뿌리며 유명선수 영입에 안간힘을 썼다. 한동안 중동 부자의 상징적 인물로 통했다. 맨체스터 시티 구단주이자, 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IPIC)회장인 만수르(52세)가 관리하는 재산은 1천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액화천연가스 (LNG)판매로 부를 축적한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는 2011년 5월 유럽 명문 프로축구 구단인 파리 생제르맹(PSG)를 인수했다. 구단주는 타밈 카타르 국왕(42세)이다. 카타르 국부펀드인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트먼트(QSI)'를 통해 구단을 관리한다.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 킬리안 음바페 등 유명 선수를 대거 영입해 축구팬들을 흥분시켰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다 가능하다고 해서 '미스터 에브리씽(Mr. Everything)'이란 별명이 붙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37세)는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컨소시엄을 통해 EPL의 뉴캐슬 유나이티드 구단을 인수했다. 미국 CNBC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 최대주주이기도 한 빈 살만 왕세자(37세)는 재산만 2조 달러(2천800조원)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정치적 역학관계'와 '졸부' 이미지 때문에 눈총을 받기도 하지만 대규모 오일머니 유입을 통한 화끈한 투자를 예고하고 있어 팬들은 즐겁기만 하다.
유럽 축구단을 인수한 이들 부호들의 목적은 하나다.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정상 유지다. 그러려면 우수 선수 영입에 촉각을 곤두 세울 수 밖에 없다. 수준 높은 선수들의 활약상을 지켜보고 싶은 팬들이 관심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여기에 최근 EPL의 명문구단 리버풀이 매물(6조 8천억원)로 나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눈독을 들이는 이들은 어느정도 윤곽이 나와있다.
UAE 국부펀드인 두바이인터내셔널캐피털(DIC)과 인도 출신 세계 10대 부호 중 한 명인 릴라이언스 인터스트리 회장인 무케시 암바니(65세)가 대표적이다. 암바니 회장의 자산은 117조 5천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DIC의 경우, 15년 전에도 리버풀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번에 리버풀을 손에 넣으면 두바이 왕가가 UAE 연방에서 아부다비 왕가(만수르)에 이어 두번째 EPL 구단을 소유하게 된다. UAE가 세계 축구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무케시 암바니 회장은 섬유에서 시작해 석유화학, 최근엔 통신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세계 축구계에도 '통 큰 투자'를 할 수 있는 인물로 불리어지기를 원한다.
중동과 러시아의 석유 재벌들이 줄곧 관심을 가져온 유럽 축구 클럽 인수전에 서남아시아의 맹주 인도 재벌까지 도전하는 모양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의 흥행 여부가 리버풀 인수에 나서는 부호들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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