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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
자못 의미심장하다. "당권 주자 다들 성에 차지 않는다. 총선을 이끌기엔 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구경북중견언론인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주 원내대표는 "수도권에서 이길 수 있어야 하고 MZ세대에 호소력이 강하며 공천에 잡음이 없어야 한다"는 차기 당 대표의 적합성도 제시했다. 발언의 맥락을 짚어 의역해봤다. "이미 패를 깐 카드는 다들 고만고만하다. 히든카드를 써야 하지 않겠나".
여권의 히든카드? 아마도 한동훈 장관 아닐까. 수도권 인지도, MZ세대 소구력이란 요건에도 엔간히 부합한다. 호사가들은 지난주의 윤석열 대통령과 주호영 원내대표 독대를 주목한다. 이 자리에서 차기 당 대표감에 대해 교감했을 것이란 판단이다.
하지만 7일 당사자와 윤핵관이 선을 그으면서 '한동훈 차출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지금은 법무부 장관 역할에 최선을 다할 생각뿐"(한동훈), "윤 대통령은 그런 생각하지 않을 것"(장제원), "차출론은 극히 일부 주장"(권성동). 주호영 원내대표도 한발 물러섰다. "특정인 염두에 둔 것 아니다. 일반론적 조건 얘기했을 뿐이다". 유승민 전 의원도 한 수 거들었다. "MZ세대와 수도권 지지받는 후보 나밖에 더 있나".
윤석열 대통령 복심(腹心) 속의 차기 당 대표는 일단 '친윤'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송광수 검찰총장 기용, 문재인 대통령의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이 어떤 결과로 치달았는지를 몸소 터득한 윤 대통령 아닌가. 그 경험칙이 한동훈과 이상민을 실세 장관으로 중용한 배경이다. 2024 총선 공천권을 쥔 국민의힘 대표로 '비윤'이 등극한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이 가장 배척하는 시나리오다. '비윤 불가론'이 점차 힘을 얻는 이유다. 정치경력이 일천한 윤 대통령에게 전당대회와 총선은 당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려면 공천권을 오롯이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한동훈 대표 체제라면 그게 가능해진다.
때맞춰 복선(伏線)이 깔린다. 친윤계 공부 모임 '국민공감'이 7일 출범했고, 전당대회 룰 개정도 슬슬 군불이 지펴진다. '국민공감'은 수적으로나 뒷배로 보나 당내 최강 파워그룹이다. 친윤 대오(隊伍)는 더 끈끈하고 강해질 게 자명하다. 전대 룰도 당원 투표 90%, 국민여론 10%로 조정될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대 룰 변경에 대해 당원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당원 의견? 결론은 뻔할 뻔 자다. 전대 룰 개정하고 '국민공감'이 득세하면 '친윤' 아니곤 대표에 오를 재간이 없다.
하지만 한동훈 대표 체제가 총선 승리를 담보하는 건 아니다. 중도 확장성엔 의문부호가 달린다. 윤핵관에 대한 국민정서가 호의적이지 않고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게 변수다. 한 장관 평가는 호불호가 분명하다. 보수층엔 열광하는 찐팬이 많지만 진보층에선 비호감도가 높다. '윤석열 따까리'라 조롱하고 가발 쓴다는 낭설을 퍼뜨린다. 당내 비윤계의 반발도 만만찮다. 2말3초 전당대회는 '정치인 한동훈'으로 변신하기엔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한동훈 장관이 참신한 재목이지만 경험 없이 당을 이끈다는 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한동훈 장관의 총선 출마는 확고부동하다. 하지만 지역구 출마만으론 '바람'을 일으키지 못한다. '더 큰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게 한동훈 조기 등판론의 진원(震源)이다. 대선 지지율 10%, 보수 후보 1위는 한 장관의 자산이다. 여권은 '한동훈 카드'를 언제 내밀까. 흥미로운 이슈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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