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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과학이나 수학(數學)으로도 잘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이 의외로 많다. 대표적으로 질병의 원인과 치유법이 그렇다. 넘어져 다치는 식 말고는 병의 스트레스 기인설에 동서양 의학계 모두 동의한다. 물질 중심 사회 질서는 탐욕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이는 사람의 중추신경계를 무질서하게 만든다. 자율신경 중에는 위급 시 대처하는 교감신경이 있는데 자극에 계속 노출되면 비상시 사용할 에너지 저장소 역할을 하는 부교감신경이 무기력하게 된다. 불교에 '탐진치(貪瞋癡)'라는 용어가 있다. 탐심이 생기면 화냄으로 연결되고 결국엔 어리석음, 즉 치매로 간다는 뜻. 잘못된 마음이 질병의 발화점이다. 마음의 불균형 해소가 최고의 의사라는 거다.
◆명리학 관점
명리학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석해 보고 싶다. 약간은 생소할 텐데 집중을 부탁드린다. 명리학은 기본적으로 화(火)와 수(水)라고 하는 두 기운(氣運)이 토(土)를 만나 기화(氣化) 작용을 하면 목(木)과 금(金)이라는 세상 만물을 만든다고 본다. 이른바 '만물생성기화 방정식'이다. 화와 수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 기운인데, 이 둘이 토라고 하는 장(場), 즉 중화(中和) 작용과 결합하면 만물을 생성한다. 만세력엔 각 계절 마지막 달에 토의 글자가 배치되어 있다. 현재의 계절이 다음으로 넘어가려면 토의 중화를 거친다는 거다. 우연의 일치일까? 에너지 최소 단위인 양자(quantum)의 세계도 유사하게 관측된다. 두 개의 양자 입자가 (정보적으로) 관련성을 지닐 때 그 둘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도 여전히 하나의 몸체처럼 작동된다는 '양자얽힘'이라는 개념이 있다. 양자 하나가 상승 운동을 하면 다른 하나는 반드시 하강을 하면서 짝을 이룬다(실제 관측 시 이런 사실이 확인되지만 비관측 시에는 어떤 양자가 상승 혹은 하강할지 정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양자의 세계는 아직도 미스터리한 상태다). 아무튼 얽힘관계에 있는 두 입자는 상승(火)과 하강(水)의 결합 관계에 있고 이것이 에너지장(土)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세상 모든 만물(木과 金)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엿볼 수 있다. 목은 유연한 것이고 금은 울림을 발생시키는 단단한 물질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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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오행원리
인간의 질병과 치유 개념을 음양오행 원리에 접목해 보면 어떨까. 오행 원리는 목화토금수 순서대로 이웃하는 글자 간엔 상생(相生), 이격 시는 상극(相剋)이다. 목과 화는 상생이고, 목과 금은 상극이다. 생은 좋고 극은 나쁜 것이 아니라 작용이 다르다. 자세한 원리는 지면상 생략하고, 일단 생명 순환의 관점에서 보면 목이 화를 생하는 '목생화'를 명리학 키워드로 정의해 보면 실력 발휘다. '화생토'는 체화(體化) 과정, 혹은 익숙해지는 것이다. '토생금'은 익혀서 꿰차는 습관(習貫) 과정이다. 버릇을 뜻하는 습관(習慣)과는 다르다. '금생수'는 그 습관에 의해 대상과 하나, 즉 흐름이 잘 이뤄지거나 혹은 유통이 잘 되는 거다. '수생목'은 하나 된 그것을 잘 지키는 것이다. 만일 사주에 수생목 작용이 적절히 작용한다면 전통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사주풀이에 이런 식의 메시지가 자주 활용된다.
상극의 경우 '목극토'는 정립(正立), 즉 상식과 합리적 의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화극금'은 효율성 혹은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다. 물질로 보면 불로 쇠를 녹이니 도구를 만드는 것이고, 계절로 보면 가을(金) 결실인 열매가 좋은 씨(종자)를 머금도록 여름(火)의 열로 숙성시킴을 연상하면 된다. '토극수'는 경제질서의 이해를 말한다. 물에 제방을 쌓으니 구분이 되고 길이 만들어지는 원리다. 실제 토극수가 잘 이루어지는 사주는 이재(理財)에 밝다. '금극목'은 구조조정, 즉 불필요성을 제거함이다. 나뭇가지를 칼로 다듬는 모습이다. '수극화'는 충전(充電) 혹은 청량함, 구원(救援)의 이미지다.
◆토의 역할
이 과정에서 토의 역할을 보자. 화생토·토생금·토극수·목극토 조합에 토가 들어간다. 굳이 구분해 보자면 상생은 세상과의 조화이고 상극은 창조적 파괴이다. 먼저 상생의 관점에서 토는 화생토라는 체화, 즉 익숙해지는 노력을 통해 토생금의 내 것 만들기 과정에 개입이 된다. 여기서 핵심은 '익숙해진다'는 것과 '내 것으로 만들기'라는 표현이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인간의 질병 문제는 우리 마음 상태에 어쩌면 해법이 숨겨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익숙해져서 내 것이 된다는 것은 분리가 아닌 통합의 개념이다. 즉 오감(五感)에 의한 반응적 의식보다는 내면의 마음(즉 무의식)을 가리킨다. 의학계에선 인간의 행동 의지와 마음에 대해 동시 명령을 내리면 내면에 감추어진 무의식의 에너지가 훨씬 강력히 작동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 유명한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가 설파한 무의식과 억압의 '방어기제' 이론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토는 무엇을 중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 불행했거나 억압받은 부정적 기억은 기억으로 그치지 않고 불쑥 튀어나와 뇌의 신경회로를 오작동시켜 척수와 연결된 오장육부의 기능을 해칠 뿐만 아니라 호르몬 분비에도 악영향을 준다. 이는 각자의 인체에서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부터 공격함으로써 발병의 단초가 된다. 치유의 해법에 대해 많은 동서양 여러 의학자, 종교지도자, 심리학자들은 '영성(靈性)의 회복'을 주장한다. 즉 악성코드를 각성(覺性)의 힘으로 중화(土)시키라는 거다. 이 지구(土)는 모든 입자가 하나로 연결된 하나의 에너지 마당이다. 너와 내가 하나 됨이 각성이다. 이 각성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주체가 될 때 내 몸속 질병코드는 자동 소멸한다는 논리인데 과연 이걸 미신이라고만 치부하겠는가. 돈은 나와 남을 분리하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 덩어리다. 첨단의학의 발달에도 왜 현대인들은 질병으로 더 고통받을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명리서에서 토는 믿음, 신뢰라고 되어 있다. 그럼 사주에 토가 부족한 사람은? 인간이 지닌 의지가 사주풀이에 우선한다고 생각하면 간단치 않을까.
오늘 이야기는 질병과 치유라는 주제에 대해 명리학이 줄 수 있는 통찰에 대해 논한 것이다. 본 지면을 통해 이런 영역을 탐색해 보는 기회를 자주 만들고 싶다는 말씀을 드린다.
사주공학연구소장 logoswater@hanmail.net
☞ 필자 이재호는 미국 뉴욕대(NYU)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래에셋증권 상무, 숙명여대 멘토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사주공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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