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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
황금비율은 짧은 것과 긴 것의 비율이 1대 1.618인 것을 말한다. 시각적으로도 가장 안정감을 주는 이상적인 비율이다. 황금비율은 BC 5세기 고대 이집트에서 축조된 피라미드의 높이와 밑변의 길이가 황금비율과 근사(近似)한 데서 유래됐다. 황금비율이 적용된 대표적인 건축물이 파르테논 신전이다. '신이 내린 비율'이란 말도 파르테논 신전의 황금비율에서 비롯됐다. 르네상스 시대엔 황금비율이 조각상, 그림에도 폭넓게 원용될 만큼 불문율이었다.
황금비율은 가로·세로의 비율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조직 내 주류와 비주류의 세력 분포나 잡곡밥을 지을 때의 잡곡 비율 따위를 아우른다. 황금비율은 '얼짱'이나 '몸짱'의 절대조건이기도 하다. 이념 성향 구도는 보수·중도·진보 3대 4대 3 분할이 황금비율에 가깝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6대 4가 이상적이지만 우리나라는 지방세 비중이 30%가 채 되지 않는다. 심지어 폭탄주를 제조(?)할 때도 황금비율을 따진다. 소맥의 대세는 3대 7이 아닌가 싶다.
세금에도 황금률(黃金率)이 있다. 미국 경제학자 아서 래퍼는 "세율 인상이 적정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세수가 늘지만 세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세수가 되레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래퍼의 법칙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의 경우 OECD 국가 평균 등을 감안하면 25% 세율이 임계점이며 적정 세율은 22%에서 25%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에 총력 대응해야 하는 만큼 법인세율을 인하할 적기는 아니다. 여당의 주장대로 3%포인트 인하하면 연간 6조원의 재정지출 요인이 발생한다. 시중 유동성이 사실상 증가한다는 의미다. 정당의 전당대회 룰도 황금비율을 적용할 수 있겠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지난 19일 당원 투표 100%로 당 대표를 선출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당심 100%는 황금비율과는 거리가 멀다. 차라리 현행 7대 3이 황금비율에 근접한다. 결선투표제도 친윤 후보에 절대 유리하다. 정당은 당원이 주인이며 당 대표 선출은 당원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게 당연하단 논리는 일견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정당의 실질적 주주는 국민이다. 정당 재정이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국고보조금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또 공무원과 군인은 정당에 가입할 수 없다. 당심만으론 민심을 폭넓게 아우를 수 없고 외려 민심을 왜곡할 소지가 다분하다. 당심 100%는 '총선 승리 방정식'과도 괴리가 크다. 중도 확장성에 함정이 있어서다. 국민여론조사를 통한 컨벤션 효과도 누릴 수 없다. 어쨌거나 국민의힘 전대 룰은 당원 투표 100%로 굳어졌다. 한나라당이 2004년 도입한 국민 여론 반영 규정이 18년 만에 사라지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석에서 "당원 투표 100%로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는데 '용산'을 경배하는 여당 지도부의 충심이 애틋하다.
정치 평론가들은 민주정당의 주류와 비주류의 황금비율을 6대 4로 판단한다. 하지만 친윤 그룹 '국민 공감' 출범과 함께 국민의힘의 세력 판도는 급격히 친윤 쪽으로 기울고 있다. 목하 황금비율 궤도에서 이탈 중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국민 공감'이 아니라 '윤심 공감'"이라고 비꼬았다. 친윤의 세력 확장이 총선엔 어떤 파장을 낳을까. 당내 세력 구도와 선거 승패의 함수관계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법하다.
친윤 당권 주자는 이제 당심 100%란 무기를 장착했다. 하지만 친윤 후보들은 하나같이 지지율이 미미하다. '진짜' 친윤 명패를 단 대표가 탄생할 수 있을까. '당심=윤심' 등식의 작동 여부가 최대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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