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시장통제의 슬픈 패러독스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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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9  |  수정 2023-01-19 06:55  |  발행일 2023-01-19 제22면
반시장 정책 예외 없이 실패

송나라 희녕변법·임대차 3법

중국 '제로 코로나' 황당 결말

羅 불출마 압박 온당치 않아

여론·국힘 당심이 시장 기능

[박규완 칼럼] 시장통제의 슬픈 패러독스
논설위원

자본주의의 근간은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다. 인간의 사유(私有) 욕구를 은근히 자극해 능률을 고양하는 게 자본주의의 특징이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개인의 이익 추구에 의해 정교히 작동되는 시장기능을 절묘하게 풀어낸다. 시장의 도도한 흐름을 거스르지 말라는 은유 같다.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은 "물자의 유통 및 수요·공급 조절이 인간의 이익 추구와 시장의 자연지험(自然之驗)으로 이루어진다"고 설파했다. 반론도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스티클리츠 교수는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통제받지 않는 시장이 경제 양극화를 심화한다"며 시장만능주의를 경계했다.

하지만 반시장 정책은 예외 없이 실패했다. 송나라 왕안석이 설계한 경제진흥책 희녕변법이 대표적이다. 희녕변법은 청묘법·시역법·균수법 등 농민과 중소상인을 지원하는 내용을 고루 담았다. 명실공히 친서민 정책이다. 한데 희녕변법 시행 후 민생은 더 피폐해졌고 새 제도 도입에 따른 혼란만 가중됐다. 시장의 자율기능과 경제현장의 복잡다단한 메커니즘을 도외시한 까닭이다. 희녕변법의 실패로 6대 황제 신종의 부국강병 야심도 이울었다. 쇠락해진 송나라는 60년 후 멸망한다.

전세 가격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을 골자로 하는 임대차 3법은 어떻게 됐나. 2020년 시행 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07주 연속 상승하며 전세난민을 양산했지만 지금은 역전세난을 걱정해야 할 처지 아닌가. 그냥 시장기능에 맡겼으면 될 일을 괜히 서민에게 화(禍)만 안긴 꼴이다. 임대주택 천국 독일과 스웨덴의 월세 상한제는 왜 실패로 끝났을까. 주택 공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가격통제의 슬픈 패러독스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과 양곡관리법, 심상정 의원이 발의한 전세가율 70% 제한 법안도 다분히 반시장적이다.

반시장적 행태는 경제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는 반시장·통제 정책의 전형이다. 대도시를 봉쇄하고 감염자를 이 잡듯 뒤졌지만 코로나가 종식됐나. 외려 뒤늦은 코로나 창궐로 다른 나라에 민폐를 끼치고 있지 않나. 애당초 '제로 코로나'는 '미션 임파서블' 무리수였다. 백신과 탄력적 방역을 통해 집단면역력을 제고하는 게 시장친화적 코로나 대응책이다. 국민 98%가 항체를 갖게 된 우리나라처럼.

정치 쪽에도 반시장 기류가 불거진다.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한 대통령실과 친윤계 의원들의 공박은 자못 폭압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밝힌 나 전 의원을 해임했다.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해임한다? 국민의힘 당 대표에 출마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다. 정작 해임할 사람은 따로 있건만. '윤위병(윤석열+홍위병)' 그룹의 선봉대 박수영 의원은 "나(羅) 홀로 집에"란 패러디로 나 전 의원을 조롱했다. 특정인을 조리돌림하며 불출마를 압박하는 건 시장 흐름의 물꼬를 막는 거나 다름없다. 여론과 당심, 즉 시장기능에 맡기는 게 옳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공격하면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대통령 신성불가침'의 방탄을 두르겠다는 건가. 당내 언로를 통제하겠다는 반시장적 발상이다. 윤 정부 성패의 분수령은 3·8 전당대회가 아니다. 내년 4·10 총선이다. 윤심(尹心)과 정파적 이익에 매몰될수록 총선을 그르칠 확률은 높아진다. 시장통제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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