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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주 지음·정민미디어·2022·287면·1만7천800원 |
이 책의 저자 황성주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다. 그 어렵다는 서울대학교, 그것도 의대를 나와 의대 교수를 하다가 1994년 암 전문병원인 '사랑의 병원'을 설립하였다. 몇 년 후 <주>이롬을 설립하여 암 환자를 위한 식이요법을 개발한 '황성주 생식'을 대중화하는 데 성공하여 유명해진 사람이 아닌가.
저자는 먼저 국민 3명 중 1명이 걸리고 있는 암을 이렇게 말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암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질병이 아닙니다. 나는 지난 40년간 많은 암 환우를 치료해 왔습니다. 수많은 사연을 품에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리고 재발했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분노가 많은 사람일수록, 범사에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일수록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의학적으로도 '범사(凡事)에 감사'하면 스트레스가 줄어들면서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는 암 나무 외에 감사 나무도 있는데, 둘은 천적입니다. 감사 나무에 사랑, 용서 등의 좋은 비료를 많이 주면 잎이 무성해지면서 암 나무가 자랄 수 없도록 그늘을 만들어버립니다. 암 나무가 가장 싫어하는 따스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죠."
이 책을 읽기 전에만 해도 '머리 좋고, 운이 좋은' 이런 이력을 가진 사람이 '감사의 기적'이란 책을 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현상은 겉으로 보이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참으로 행복해 보이는 이면에는 아무에게도 말로써 표현하지 않았을 뿐인 엄청난 시련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떤 글이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저자가 겪은 숨기고 싶은 약점이나 아픈 상처를 과감히 펼쳐 보임으로써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저자 황성주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재수 끝에 원하는 의과대학에 들어갔는데 의예과 시절에 또 낙제했습니다. 그때의 충격과 상실감 역시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컸습니다. 그런 고통스러운 경험은 훗날 의대 교수가 되었을 때 수많은 낙제생을 위로할 때 놀라운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이처럼 삶의 고난은 독선의 예방주사가 되고, 실패는 교만의 해독제가 됩니다." 재수와 낙제를 경험한 사람은 저자의 이런 경험의 고백으로부터 무한한 힘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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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문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 |
그는 또 한 가지의 에피소드를 고백한다. "5세 무렵, 마당에서 피 흘리는 어머니의 머리채를 끌고 다니던 아버지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나는 그때 너무 무서운 '고통의 심연'을 경험했습니다. 소년의 상처와 무력감은 날로 커져만 갔습니다. 결정적으로 아버지의 사랑도 부족한, 즉 결핍이 많은 인생이었지만 신앙생활을 통해 빈 곳을 채워갔습니다. 그 결과 영적인 회복이 일어나면서 내면의 문제도 함께 드러나고, 치유되고, 회복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아버지가 말년에 종교에 귀의하셨다는 사실입니다. 나의 기도가 응답받은 것 같아 이 또한 감사했습니다."
지난해 암 수술을 경험한 나로선 이 책을 읽고 나서 평소에 별것 아닌 일로 '버럭'하며 분노를 참지 못했던 성질을 더 줄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경이롭게 인식하고 작은 일에도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사〉 대구독서포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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