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타버스(metaverse)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본디(Bondee)'가 MZ세대의 트렌드를 가르는 척도가 되고 있다. 3차원 가상세계에서 자기 방을 꾸미고, 제한된 친구를 초대해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차별화에 성공했다.
본디 열풍을 타고 메타버스를 향한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메타버스란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한 용어로, 2020년대 들어 급부상한 개념이다. 쉽게 말해 현실 세계를 가상 세계에 옮겨놓거나 연결시켜 이용자가 다양한 경험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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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Z가 2018년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네이버Z 제공> |
◆ '세상을 바꿀 새 패러다임' vs '수익 모델조차 없는 과장된 개념'
메타버스는 코로나 19라는 특수 상황을 타고 급부상했다. 서로 대면할 수 없다는 불편함이 가상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가속했고, 메타버스를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인식한 기업들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언젠가 다시 마주할지 모르는 팬데믹 세상에 대비한다는 명분까지 갖추고 본격적으로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엔비디아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기업들이 투자에 나섰다. 애플은 연중 메타버스에 기반한 디바이스 출시를 예고하고 있고, 아예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꾼 페이스북도 VR 헤드셋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메타버스가 5대 화두로 꼽혔고, 미국 투자은행 시티그룹은 메타버스 경제가 오는 2030년까지 최대 13조 달러에 달하리라 전망할 만큼 유망한 산업이다.
하지만 아직 개념이 모호하고, 수익 모델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계는 메타버스가 증강현실, 라이프로깅(개인 정보 저장·공유), 거울세계, 가상세계의 4대 구성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말하지만, 기업들은 이 중 둘 또는 셋만 갖춰도 메타버스하고 표현한다. 이 탓에 기존의 게임, 화상회의 플랫포과 다를 바 없는 서비스조차 메타버스라고 과장되면서 이용자에게 혼동을 준다는 비판을 직면했다.
수익 모델 창출은 가장 큰 골칫거리다. 일례로 네이버가 내놓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가 지난해 누적 이용자 3억 명을 기록하고도 광고와 기업 협업을 통한 상품 출시 외엔 마땅한 돈벌이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메타버스 서비스들이 뚜렷한 수익 전략을 만들지 못하면 금세 힘을 잃고, 인기가 사그라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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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3년 메타버스 산업 육성사업 계획.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
◆ 정부, 메타버스 산업에 2천233억 투자…대구·경북엔 '메타버스 허브' 설치
정부는 올해 메타버스 산업에 2천233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신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각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메타버스 산업 진흥을 위해 올해 총 2천233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의료, 제조, 교육 분야 등에서 메타버스의 성공적인 실증 사례를 확보하며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고 플랫폼 개발지원, 인재양성, 기업지원, 기술개발 등의 다양한 맞춤형 지원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용수 과기부 소프트웨어정책관은 "최근 회의론도 있지만, 글로벌 시장은 여전히 메타버스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면서 "초기단계에서 국내기업이 성장 기회도 커 정부가 다양한 사업을 통해 국내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지역에서도 대비에 나섰다. 오는 4월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 2층에 개소하는 '대구 메타버스 허브'가 지역 메타버스 산업 육성의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메타버스 허브는 과기부가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메타버스 거점으로 키우기 위해 시작한 사업으로, 동북권은 지난해 경북 구미에 첫 허브가 들어섰지만, 동남·충청·호남권은 무산됐다.
대구 허브를 담당할 이재훈 대구테크노파크 메타버스센터장은 지역이 메타버스 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표준화된 기술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센터장은 "지역 기업이 플랫폼이나 장비를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플랫폼에 얹을 서비스를 개발하는 노하우를 익혀야 한다"면서 "대구는 인적 자본 역량, 스마트 시티 인프라, 우수한 대학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산업의 미래 형태가 불분명하기에 인재 양성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향후 인재들이 서로 시너지를 낸다면 대구가 국내 메타버스를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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