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경제의 봄은 오지 않는다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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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3  |  수정 2023-02-23 06:44  |  발행일 2023-02-23 제22면
D램 급락 K-반도체 흔들
1월 수출 전년비 16% 감소
루비니 세계 부채위기 경고
'빅3' 경제권 저마다 몸살
복합위기 넘을 방정식 있나

[박규완 칼럼] 경제의 봄은 오지 않는다
논설위원

자연은 절기(節氣)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잠시 삭풍이 몰아쳤지만 이미 봄은 저만치 와 있다. 경제는 어떨까. 해빙기가 오려나. 그렇지 않다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외려 다들 빙하기를 점친다. 경제 빙하기 예측을 이입할 두 가지 장면이 있다. 하나는 서사(敍事)고 하나는 진단이다.

#'메모리 왕국'의 겨울

서사는 'K-반도체의 겨울'이다. 가격 급락이 '메모리 왕국'을 흔드는 모양새다. D램 범용제품인 DDR4(8GB)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1.81달러. 2021년 7월 4.10달러로 정점을 찍었을 때의 반 토막을 하회한다. 우리나라의 세계시장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은 D램 40.6%, 낸드플래시 31.6%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한 이유다. SK하이닉스는 10년 만에 1조7천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메모리 간판기업들의 생경한 풍광이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18%를 떠받친다. 반도체 '고난의 행군'이 전체 수출을 잠식하는 구조다. 지난달 수출액은 462억8천달러로 1년 전보다 16.6% 감소했다.

#루비니의 진단 '초거대 위협'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예측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명예교수의 진단도 으스스하다. 루비니는 경제 현실을 중시하는 '닥터 리얼리스트'를 자처하지만 우울한 전망을 많이 해 '닥터 둠'으로 불린다. 그는 신간 '초거대 위협'에서 향후 10년 내지 20년 안에 세계가 직면할 초거대 위협 열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부채 위기다. 각국의 민간부채와 공공부채가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다는 게 루비니의 진단이다. 세계 부채규모는 1999년 GDP의 220%에서 2019년 320%, 코로나 이후엔 350%까지 늘었다. 인구 고령화도 열 가지 위협 중 하나다. 고령화에 따른 연금과 의료비 등을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비용과 더불어 '암묵적 부채' 또는 '미적립 채무'로 표현한 대목이 이채롭다.

#스태그플레이션의 도래

루비니 교수의 예측대로 세계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점점 함몰되는 형국이다. 그의 잿빛 전망을 뒷받침하듯 낯선 수치, 우울한 지표들이 속속 등장한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전망한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은 1.2%. 2021년 성장률 6%의 5분의 1토막이다. 미연방준비제도(Fed)는 2023년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2%에서 0.5%로 하향조정했다. 세계 '빅3' 경제권이 저마다 다른 이유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은 통화긴축으로, 유럽은 에너지 위기로, 중국은 부동산가격 조정으로.

비수처럼 꽂히는 경구도 있다.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 고린차스 IMF(국제통화기금)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작성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의 백미다.

#교토삼굴의 복안 필요

이런저런 예측과 진단을 종합하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지난해보다 더 나쁘고 고물가·경기침체 국면이 꽤 오래 이어진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경제 보릿고개를 넘을 솔루션은 있을까.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생 변수와 구조적 한계가 뒤섞인 복합위기인 만큼 신묘한 해법이 있을 리 없다. 더욱이 인플레이션을 잡으면서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극의 정책을 동시에 펼쳐야 하니 고난도 방정식이 필요하다. 토끼해를 맞아 '영민한 토끼는 위기에 대비해 굴을 세 개 파둔다'는 교토삼굴(狡三窟)이 인구에 회자된다. 정부는 교토삼굴의 복안이 있기나 한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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