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한 골목의 상가들이 텅 빈채로 을씨년스럽게 남아있다. |
"평생 동성로를 다녔지만 지금처럼 가게가 많이 빠진 건 처음 봐요."
'대구의 최대 번화가'라는 동성로가 속절없이 쇠락하고 있다. 코로나 19 여파로 불어닥친 불황을 견디지 못한 점포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으면서 동성로는 이제 '아사 직전'까지 몰리고 있다.
22일 오후 1시 대구 동성로 거리. 상가 곳곳에 '임대 문의'라는 딱지가 붙어있었다. 그나마 영업 중인 음식점을 비롯한 점포에도 손님은 찾아볼 수 없고 주인만 덩그러니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던 이모(25)씨는 "너무 안타깝다. 좋아하던 가게가 코로나 전에는 장사가 잘됐는데 이후로 문을 닫았다.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모두 힘든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동성로는 2030세대들이 많이 찾는 장소인데, 대구에 일자리가 없다 보니 그 세대가 지역 밖으로 대거 유출되면서 상권이 저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민들 사이에서 한때 '만남의 장소'로 유명했던 옛 중앙파출소에서 대구역까지 이어지는 거리는 동성로를 대표적인 번화가였지만, 지금은 텅 빈 상가들이 줄지어 있다. 지난 2021년 대구백화점 본점 폐점은 동성로 쇠락에 쐐기를 박았다.
대백 본점이 방치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도 뜸해 졌고, 각종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잇따라 동성로에서 철수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는 게 부동산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자 상가 전체가 비어있는 모습도 보였다. 대형 상가에선 이른바 '노른자위'라는 1층의 공실이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황모(55) 씨는 "옆 건물이 비면서 이쪽 가게로 오는 손님의 발걸음도 뚝 끊어져 버렸다"며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바뀐다길래 혹시나 기대했지만 변한 건 없다"고 토로했다.
두 달 전 음식점을 인수했다는 김모(32) 씨는 "업주끼리 모이면 '죽겠다'는 소리밖에 안 나온다. 장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동성로 맛집'으로 소문나 10년 이상 영업을 이어 온 베테랑 음식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라고 입은 모은다. 업주 이모(66) 씨는 "다른 가게와 다르게 우리 집은 꽤 손님이 많은 편이었지만 요즘 수입은 코로나 이전 4분의 1 수준도 안 된다. 평일에는 아예 개미 새끼 한 마라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대백이 문을 닫은 후 더 심해진 것 같다. 동성로를 찾는 사람들의 동선 자체가 바뀐 것 같다"고 했다.
심기인 동성로 상인회 사무국장은 "동성로로 고객을 유인할 유명 프랜차이즈가 대거 빠져나간 상태"라며 "지금은 문을 여는 상가보다 문 닫는 상가가 더 많다. 시민들이 다시 동성로를 찾을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글·사진=황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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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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