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兆 펑크' 전기·가스료 인상 압박 더 커진다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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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7  |  수정 2023-02-27 07:14  |  발행일 2023-02-27 제3면
한전 작년 적자 33조원, 가스공사 미수금 8.6조원 달해

소액주주 반발 확대…정부, 속도조절 '딜레마' 깊어져
41兆 펑크 전기·가스료 인상 압박 더 커진다
41조원이다.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 '에너지 공기업' 2곳이 지난주 손에 받아든 영업손실액 규모는 역대 최악이자 참담한 손익계산서였다. 충격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욕을 먹더라도 2분기 전기·가스요금 현실화에 나설지 주목된다.

◆영업적자 32조6천억원 한전

한국전력은 지난해 영업적자 32조6천34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24일 공시했다. 2021년(5조8천465억원)의 5.6배 수준이다. 한전은 영업손실 주원인으로 "경기 회복에 따라 전력수요가 증가하고 LNG·석탄 등 연료가격 급등과 이에 따른 전력도매가격(SMP)이 2배 이상 상승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전 매출액은 71조2천719억원으로 전년(60조6천736억원) 대비 10조원 넘게 늘었다. 하지만 영업비용은 37조3천552억원 늘어난 103조7천753억원에 이른다. 연료비가 34조6천690억원, 발전사 전력 구매비가 41조9천171억원이 들었다. 실제 지난해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kwh당 196.7원에 전기를 샀다. 2021년 94.3원보다 두 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중간상 역할인 한전이 이를 다시 소비자에게 팔 때는 kwh당 76.2원 손해를 보고 120.5원에 내놨다. 팔면 팔수록 손해인 구조다.

◆'빛 좋은 개살구' 가스공사

가스공사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가스공사 공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4천634억원으로 전년 대비 9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1조7천243억원, 순이익은 1조4천970억원으로 각각 88%, 55% 늘었다. 판매 물량이 3천840만t으로, 전년 대비 149만t 증가했고 도입 단가 상승으로 매출도 늘었다.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다.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쌓인 미수금(영업손실)이 8조6천억원에 이른다. 가스공사 측은 판매 손실금을 자산 중 하나인 미수금으로 분류하는 회계 처리 방식을 적용한다. 이 때문에 거액의 미수금을 떠안은 자본 잠식 상태이지만, 장부상엔 영업이익 2조원대 흑자를 기록하는 착시 효과가 나타났다.

결국 부채비율 개선을 위해 영업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뿔난 소액주주들은 지난 24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도시가스 소매업체를 상대로 미수금 반환 소송 청구 및 채권추심에 나서라고 가스공사를 압박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주주대표소송(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요금 현실화 딜레마 빠진 정부

한전과 가스공사가 내년엔 다른 손익계산서를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조심스레 요금 인상 분위기를 띄우려 했지만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대통령실에서 제동을 걸어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 부담을 우선 고려하겠다"며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그간 요금 현실화를 차일피일 미룬 결과,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었고 재무구조도 악화했다. 향후 적자 해소를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금융시장까지 위험해진다. 전 세계가 에너지 요금 급상승에 고통받는 상황에서 요금 동결이 자칫 소비자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부가 에너지 요금 인상에 나서기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빨리 결정을 못 내리고 머뭇거리면 국민만 힘들어지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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