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이재명에 박제된 민주당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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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2  |  수정 2023-03-02 08:38  |  발행일 2023-03-02 제22면
'불체포 방탄' 사실상 실패

잘못된 선택의 뼈아픈 대가

당당히 영장 심사 임했어야

사법 리스크 지속 총선 암운

李 단기필마로 난국 뚫어야

[박규완 칼럼] 이재명에 박제된 민주당
논설위원

'139 vs 138'.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찬성표와 반대표 숫자다. 출석의원의 절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지만 가결이나 다름없다. 사실상 '이재명 방탄'의 실패다. 정치인 이재명은 치명적 내상을 입었고 민주당은 내홍에 휩싸였다. 잘못된 선택의 필연적 귀결이다.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는 리드대학 입학 6개월 만에 자퇴한다. 그는 훗날 "당시엔 두려웠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고 회고했다. 잡스가 그랬듯 결단엔 두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이재명은 169석 거야(巨野)의 방호벽에 기댔다. 잡스처럼 모험을 택하지 않았다. 사형수 출신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의 고언이 뼈를 때린다. "모험을 않고 (대권을) 거저먹으려 하느냐".

'275 vs 0'. 이재명과 '50억 클럽' 및 김건희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 건수다. "검사 60여 명을 동원해 1년간 탈탈 털었다"는 이재명 대표의 탄식엔 공감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돈을 받았다는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검사 독재정권의 사법사냥"이란 이재명의 하소연엔 민심이 반향하지 않았다. 여론은 "구속수사" 우세였다. 불체포 특권이란 관성(慣性)에 안주한 까닭이다. 정공법을 기피한 대가다.

차라리 이 대표는 불체포 특권을 내려놨어야 했다. "내가 감옥에 들어가면 어때요"라며 영장심사에 당당히 임했으면 오히려 여론을 포획하지 않았을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대표 말대로 전부 조작이고 증거가 하나도 없다면 대한민국 판사 누구라도 100% 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념 편향적 판사가 영장을 발부한다면? 제1야당 대표의 석연찮은 구속이라면 윤석열 정권의 정치 탄압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 아닌가. 정치공학 측면에선 나쁜 그림이 아니다.

체포동의안 부결은 끝이 아니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의 시작이다. 어느 정치 전략가는 검찰이 계속 잽을 날릴 것으로 예측했다. 결정적 물증 없이도 계속 의혹을 제기하고 언론플레이 하고 소환 통보하고 기소한다는 거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도 "검찰이 살라미 전술을 쓸 것"이라고 했다. 하기야 일부러 잘게 쪼개지 않아도 될 만큼 이재명을 옥죌 혐의는 많다. 검찰이 조만간 기소할 대장동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사건 말고도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백현동 개발과 정자동 호텔 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가 줄줄이 진행 중이다. 1~2년간은 법정에 뻔질나게 드나들어야 할 처지다.

이재명 대표는 여전히 내년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해 당내 역학구도를 유리하게 정립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은 이미 민주당의 늪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지속은 민주당의 총선 폭망을 예고한다. 이재명의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단기필마는 '삼국지'가 낳은 사자성어다. 유비의 호위장수 조자룡이 단기필마로 적진에 뛰어들어 유비의 아들 유선을 구해내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지금 이재명이 가야 할 길이 단기필마다. 민주당과는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 대선은 아직 시간이 꽤 많이 남았다. 살아서 돌아오면 강력한 대선 후보로 부상한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전국 시·도지사 평가에서 압도적 1위를 유지했다. SNS에 올린 글을 보면 조리정연하고 경제 식견도 깊다. '능력'에 대한 높은 평점은 이재명의 자산이다. 그 개인기로 난국을 돌파하라. 애먼 민주당은 이제 놓아주라. 총선 폭망이면 대선 교두보도 무너진다. 박영선 전 의원의 말대로 "당 대표 사퇴가 신의 한 수"일 수 있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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