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애들 싸움' 아냐"…'학폭 전문 변호사'까지 등장

  • 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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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1 18:00  |  수정 2023-03-01 18:01  |  발행일 2023-03-02 제2면
대구도 학폭 전문 변호사 10명 활동 중
강득구 의원실, 최근 3년간 학폭 가해자 행정소송 325건
퇴학·정학·강제전학 등 징계 처분 지연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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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자녀 학교폭력 문제로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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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 포스터.

'아이들 싸움'으로 치부되던 학교 폭력(학폭)의 심각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이 과거 학폭 가해자인 자녀의 강제 전학 처분을 막기 위한 소송까지 나선 사실이 드러나 임명 하루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부터다. 학폭을 주제로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도 전국민적 관심을 받으면서 법조계에선 '학폭전문 변호사' 까지 등장했다.

정 전 본부장의 사퇴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에 "지방교육청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학폭 근절 대책을 조속히 보고하라"고 지시하면서 학폭은 사회적 뇌관으로 떠올랐다.

1일 대한변호사협회의 공공 법률 플랫폼 '나의 변호사'에 따르면 대구에서도 학폭을 전문 키워드로 내건 변호사 10명이 활동 중이다. 과거에 비해 변호사에게 학폭 관련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는 게 대구지방변호사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재기 대구변호사회 홍보이사는 "30~40대 젊은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학폭 사건 의뢰를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피해자 편에 서서 변호하는 경우도 있고, 일종의 교내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를 받는 가해자 측으로부터 의뢰를 받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 폭력은 대한변협에 등록할 수 있는 62개 전문 분야 중 61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학폭이 변호사 업계에서 처음 전문분야로 등장한 건 2019년 7월이다. 학교 폭력이 전문 분야가 된 건 그만큼 수요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폭 소송은 가해자 입장에선 최소한의 처벌을, 피해자는 최대한의 처벌을 받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가해자는 형사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을 막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이를 위해 교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한다.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면 소송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징계 내용이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는다는 걸 악용한 일종의 꼼수다. 이 경우 피해자에게는 2차 가해는 물론이고 고통받는 시간만 길어진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서 제출받은 '가해자가 제기한 학폭 행정소송 건수 및 결과' 자료를 살펴보면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전국에서 학폭 가해자가 제기한 행정소송 건수는 총 325건이다. 이 중 승소 건수는 57건에 그쳐 승소율로 따지면 17.5%에 불과하다.

대구의 경우 이보다 낮은 11.1%다. 강 의원은 승소율이 낮음에도 가해 학생 측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데는 징계 처분을 지연하기 위한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와 관련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는 "가해 학생의 경우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실질적으로 퇴학이나 정학, 강제전학 등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며 "모든 행정처분엔 집행정지 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가해 학생 측도 일반 국민이기에 법이 정한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라서 법률적으로는 문제 삼기 어렵고, 피해 학생은 손해 배상 소송 등을 통해 피해를 금전적으로 보상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 전 본부장의 경우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으로 근무하던 당시 아들의 학폭과 관련한 소송을 했던 게 문제가 된 것이다. 이른바 '아빠 찬스'로 비쳐 지면서 국민들이 더욱 노여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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