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기·가스요금 정책이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요금 인상 외에 묘수를 찾는 시점이 늦었음에도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탓에 요금인상 여부 결정이 무기한 보류되고 있어서다. 이에 정치권 눈치 보기에 급급한 정부에서 벗어난 독립 규제 기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예정했던 에너지위원회 민간위원 간담회를 취소했다. 전날에도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사장단과의 긴급 점검회의를 돌연 취소했다. 모든 관련 회의가 열리지 못한 셈이다.
당초 산업부가 사장단과 만나기로 한 건 지난달 31일 전기·가스 요금 결정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당시 당정협의회를 열고 요금 조정을 협의하려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인상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견 수렴을 더 거치기로 했다.
이에 산업부가 간담회 일정을 잡았지만 공기업 재무 상황, 국제 연료비 추이 등 종합적인 점검에 시간이 소요돼 불가피하게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한전·가스공사의 재정위기를 이미 인지하고 있는 데다 요금 현실화 의지를 드러내던 산업부가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정치적 영향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여당은 에너지 공기업 자구책 추가 마련을 요구하는 등 계속 여론을 살피고 있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경영 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경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전이 올해 5조원 이상 적자를 내면 내년엔 규정된 사채 발행 한도를 초과해 전력산업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게 된다. 실제 금리가 높은 한전채가 시장에 과다 공급되면 민간 기업자금조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말 누적된 미수금 8조6천억원이 올해 13조원 가까이 불어나 연간 이자만 4천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독립 규제 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산업부는 가스위원회 신설을 포함한 '가스시장 거버넌스 선진화 방안 연구' 용역을 긴급 공고한 바 있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가스위원회 등 독립된 규제 기구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며 "경제 상황 등을 살피는 건 같겠지만 이번처럼 당정협의회 등 정치권 영향을 받는 일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요금 인상 외에 묘수를 찾는 시점이 늦었음에도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탓에 요금인상 여부 결정이 무기한 보류되고 있어서다. 이에 정치권 눈치 보기에 급급한 정부에서 벗어난 독립 규제 기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예정했던 에너지위원회 민간위원 간담회를 취소했다. 전날에도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사장단과의 긴급 점검회의를 돌연 취소했다. 모든 관련 회의가 열리지 못한 셈이다.
당초 산업부가 사장단과 만나기로 한 건 지난달 31일 전기·가스 요금 결정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당시 당정협의회를 열고 요금 조정을 협의하려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인상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견 수렴을 더 거치기로 했다.
이에 산업부가 간담회 일정을 잡았지만 공기업 재무 상황, 국제 연료비 추이 등 종합적인 점검에 시간이 소요돼 불가피하게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한전·가스공사의 재정위기를 이미 인지하고 있는 데다 요금 현실화 의지를 드러내던 산업부가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정치적 영향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여당은 에너지 공기업 자구책 추가 마련을 요구하는 등 계속 여론을 살피고 있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경영 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경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전이 올해 5조원 이상 적자를 내면 내년엔 규정된 사채 발행 한도를 초과해 전력산업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게 된다. 실제 금리가 높은 한전채가 시장에 과다 공급되면 민간 기업자금조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말 누적된 미수금 8조6천억원이 올해 13조원 가까이 불어나 연간 이자만 4천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독립 규제 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산업부는 가스위원회 신설을 포함한 '가스시장 거버넌스 선진화 방안 연구' 용역을 긴급 공고한 바 있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가스위원회 등 독립된 규제 기구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며 "경제 상황 등을 살피는 건 같겠지만 이번처럼 당정협의회 등 정치권 영향을 받는 일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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