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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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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정부·여당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의료 직역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현장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재의요구를 공식 건의한 것이다. 때문에 간호법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상정된 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다시 국회로 돌아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 당정 "입법독주로 인한 피해는 국민 몫"
정부·국민의힘·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고위당정)를 열고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고위당정에는 정부 측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여당에선 김기현 대표·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당정은 야당 주도로 통과된 간호법 제정안으로는 정상적인 의료체계를 뒷받침할 수 없고,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간 유기적인 협업이 작동되지 않아 국민 건강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이 고위당정 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당정은 간호법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란 점에 공감했다"며 "이에 지난달 야당이 일방적으로 의결한 간호법안에 대해 대통령께 재의 요구를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정은 이날 회의에서 총 5가지 이유(▲보건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 저해 ▲어느나라에도 없는 의료-간호 분리 ▲간호조무사 차별 및 신카스트 제도 ▲400만명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일자리 상실 우려 ▲간호사 처우개선은 법률 근거 없이도 가능)를 들어 간호법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당정은 현행 의료체계에서 간호만을 분리할 경우 현장에서 직역 간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또 당정은 주요 국가들 모두 의료-간호 단일체를 유지하고 있으며, 의료와 간호가 분리된 나라는 없다는 점을 들며 간호만을 별도 법으로 제정할 경우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당정은 간호법안에서 간호조무사의 학력(고졸 이상) 제한을 들어 "간호사만을 위한 이기주의법으로 다른 직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례이며, 국민의 직업 선택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간호법안은 돌봄이 간호사만의 영역인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거나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해서 법률적인 근거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정부 정책으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정치적 부담에도 '직역갈등' 우려에 거부권 행사할 듯
앞서 대통령실과 정부는 여야 합의로 '절충안'을 국회에서 다시 처리하는 방안을 최선책으로 보고 여야 협상을 주시해왔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양곡관리법에 이어 잇따른 거부권 행사 시, '정치적 부담'을 지게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민주당에 간호법 조항 4가지(간호사법 명칭 변경, 지역사회·의료기관 문구 삭제, 간호조무사 고졸 학력 제한 폐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내용 의료법 존치)를 수정한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협상은 이뤄지지 못했다. 윤 원내대표가 각 직역단체 대표를 만나기도 했지만 협상까지는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법안 공포 시한(19일)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여야 협상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당정의 거부권 건의까지 이뤄진 만큼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선택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론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이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 건을 심의·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회의에선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의료인들의 유기적인 '협업'을 강조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와 별도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15일 간호법 제정안이 관련 직역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의료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윤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한편 간호법은 간호사 업무 규정을 별도로 분리해 간호사의 자격·처우 등의 개선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지난달 27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의사·간호조무사 등 다른 의료 분야에서는 간호사의 단독 개원과 의사 진료 범위 침범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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