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에르도안 종신집권이냐, 정권교체냐'

  • 입력 2023-05-15 07:51  |  수정 2023-05-15 07:52  |  발행일 2023-05-15 제16면
14일 대선 투표 실시…6개 야당 단일후보 지지율 소폭 앞서
野 집권땐 EU·나토 관계회복 주력…에르도안 승복 미지수

TURKEY-VOTE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14일(현지시각) 이스탄불의 한 투표소에서 한 남자가 어린이를 안고 투표를 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2003년 이후 20년 넘게 장기집권해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야당 단일 후보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맞붙었다. 연합뉴스

2003년 이후 20년 넘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 중인 튀르키예에서 14일(현지시각) 대통령선거가 실시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가운데 6개 야당 단일 후보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최장 2033년까지 사실상 '종신집권'의 길을 열게 되지만,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승리할 경우 의회 민주주의를 복구하고 서방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대전환이 예상된다.

이번 선거는 튀르키예 국내뿐만 아니라 나토와 유럽,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라는 평가도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 나서는 후보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 무하람 인제 조국당 대표,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 등 4명이었으나, 지난 11일 인제 대표가 전격 사퇴하면서 후보는 3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오안 대표의 지지율이 미미해 실질적으로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 2명의 양강 구도가 확립됐다.

이들 2명이 40%대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에르도안 대통령을 소폭 앞서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최근에는 인제 대표의 사퇴로 야권 표 분산 우려가 사라지면서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한층 유리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날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올 경우 선거는 종료되지만, 어느 후보도 과반을 득표하지 못할 경우 2주 뒤인 오는 28일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가 실시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중임 대통령으로서 조기 대선을 실시할 경우 추가 5년 임기를 보장한 헌법에 따라 2033년까지 30년 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총리 재직 기간을 포함해 지난 20년간 다져온 통치 기반을 토대로 사실상 종신 집권이 가능해지고, 자신이 추구해온 이슬람주의를 전면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등 친러시아 노선도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집권할 경우 경제와 사회 전반에 대한 대대적 개조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파탄 직전의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경제 정책을 철폐하고 물가 및 통화 안정에 주력해야 할 상황이다.

종교와 정치를 분리한 세속주의를 복원하고 대통령이 독점한 권력을 나눠 의회 민주주의를 되살리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아울러 친서방정책을 통해 유럽연합(EU) 및 나토와의 관계 회복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패배할 경우 결과를 승복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과거 여러 차례 주요 선거 때에도 결과에 불복하고 재선거를 요구한 적이 있다. 이미 부정선거 우려가 제기되는 등 자칫 선거 후 대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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