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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구지면에 위치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전경. 〈국가물산업클러스터사업단 제공〉 |
물 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다. 국내 상·하수도는 99% 이상 보급된 상황이라 새로운 인프라 구축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만일 기존 설비를 교체하거나 보충하더라도 새로운 장비를 선택할 확률은 극히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경력자 우대' 현상이 완연하고 간단한 실적을 쌓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신규 업체들이 시장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혁신 기술을 앞세워 도약하려는 기업들이 있다. 수처리 및 수질개선 분야를 다루는 〈주〉아쿠아웍스와 스마트 수질오염 경보 시스템을 개발한 〈주〉이엔아이씨티가 대표적이다. 두 기업은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의 창업 지원을 받아 성장했고 이젠 가시적 성과물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쿠아웍스는 최근 한 차례 명성을 치렀다. 대구시와 물클러스터 내에 제조 시설 건립을 위한 신규 투자 업무협약을 체결해서다. 지난 3월 42억원을 투자해 공장(면적 4천473㎡) 착공에 들어갔다. 올 하반기(9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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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웍스의 고효율 산기관 기술이 적용된 컨테이너형 폐수처리 장치. 〈아쿠아웍스 제공〉 |
아쿠아웍스는 2019년 7월 창업해 5개월 뒤 물클러스터 연구시설에 임차 입주하면서 물 산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폐수 시장은 대표적인 레드오션이다. 치열한 수주 경쟁에서 살아남아 2020년 1억8천여만 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지난해 9억원까지 5배 불어났다. LG이노텍, LG화학 등 대기업과 사업을 진행하며 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 향후 3년 내 매출액 300억원 달성이 목표다.
이 업체가 자신감을 보일 수 있는 건 독자적인 혁신기술을 보유해서다. 주력 제품은 워터젯 원리를 활용한 에너지 절감형 고효율 산기관이다. 이 산기관은 수조에서 하·폐수를 처리하는 미생물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는 장비다. 생물학적 처리가 가능한 모든 처리장에 적용할 수 있어 사업성과 시장성을 갖췄다. 산소 전달 효율성을 기존 15~20%에서 65%까지 향상한 독점 기술이 적용됐다. 지난해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NET 신기술인증'도 획득했다.
이 업체 측에 따르면 전체 수처리 공정 중 산기관을 활용하는 생물학적 처리 공정이 94%를 차지한다. 그런데 기존 기술은 효율이 떨어지고, 산기관을 폭기조(폐수에 공기를 주입하는 물 탱크) 바닥에 설치해야 해 비용·안전 문제가 있다. 아쿠아웍스의 고효율 산기관이 이 문제점을 개선했다. 우선 아쿠아웍스의 산기관은 바닥이 아니라 상부에서 빨대를 꽂듯이 설치한다. 이를 통해 밀폐공간 작업이 사라졌고, 굳이 물을 빼내지 않아도 유지보수 작업을 할 수 있다. 핵심 소모품 재질을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량했다.
고효율 산기관의 가장 큰 장점은 물과 산소가 충돌하면서 생성되는 미세 기포에 있다. 이 기포가 강제로 액체에 용해돼 기존 산기관 대비 2배 이상 긴 시간 체류하게 된다. 특히, 고효율 산기관에서 발생한 기포 표면적은 기존 멤브레인 산기관 대비 2.3배 넓어서 산소 전달률을 크게 높였다.
신용일 아쿠아웍스 대표는 "IoT(사물인터넷) 기반 기술로 스텝업을 준비하고 있다. ICT(정보통신기술)를 통해 공기 공급을 능동적으로 수행하고 데이터를 저장·분석해 에너지 절감을 극대화하려 한다. 모바일 앱 통합 플랫폼을 구축, 무인화·원격화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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