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된 염색산단, 태양광 못 얹는다…"이전 통한 친환경화 필요"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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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1 17:21  |  수정 2023-05-22 07:56  |  발행일 2023-05-22
대구시 '산단 지붕 태양광 프로젝트' 염색산단 제외...자체 열병합발전소 탓 한전 계통망 없어

부지 이전 계획·예산 부담에 전력망 구축 불가...이전 통한 친환경 산단 전환 필요성 제기
43년 된 염색산단, 태양광 못 얹는다…이전 통한 친환경화 필요
타 지역으로 이전이 추진되는 대구 염색산업단지 전경. 대구시 제공

설립한 지 43년 된 대구 염색산업단지를 친환경산단으로 변모시키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그 일환으로 대구시가 추진하는 '산단지붕 태양광 프로젝트'에 염색산단 입주기업들이 참여하려했지만 사실상 좌초됐다. 한국전력측에 전기를 보낼 수 있는 '계통망(전력망)'이 필요하지만 염색산단엔 깔려 있지 않아서다. 염색산단 내부에선 현재 진행중인 부지 이전 계획을 빨리 진행해 탄소 중립을 실현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시는 지난해 12월 한화자산운용과 5개 협력사, 대구 산업단지 관리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 내 산단 지붕에 1.5GW(신고리 원전 1.5기 수준) 규모의 시설을 설치키로 했다. 대구를 '탄소중립 선도도시'로 건설하고, 친환경 산단을 조성, 지속가능한 경제를 구현하겠다는 게 목표였다. 1급 발암물질인 노후 석면 슬레이트 공장 지붕 116만㎡ 도 철거키로 했다.

염색산단의 경우 1980년 조성된 노후 시설이다. 대부분 건물 지붕이 슬레이트다. 1987년 만든 열병합발전소도 환경 오염의 주범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석탄(유연탄)을 주원료로 하는 열병합발전소는 2018년 기준 연간 80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대구지역 총 배출량(934만t)의 8.6%에 해당한다.

이에 대구시는 지난해 염색산단의 친환경 산단 전환 사업을 윤석열 정부 지역 공약과제로 선정했다. 유연탄 발전설비를 수소 기반 발전 시스템으로 바꾸고, 신재생에너지 생산·발전 설비를 갖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다.

결과적으로 올해 대구시의 산단지붕 태양광 프로젝트에서 염색산단은 제외됐다. 열병합발전소 탓이다. 염색산단은 이 발전소을 통해 전기를 자체 생산해 사용하고 있다. 덤으로 이때 발생하는 열(증기)도 업체들에 공급해왔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 수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한국전력과 아귀가 들어맞지 않았다. 지붕 태양광 설비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업체가 자체 쓰는 게 아니라 한전에 판매해 수익을 낸다. 이어 지붕을 임대해 준 각 건물주는 임대료를 챙긴다. 문제는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 보내야 하는데, 전기를 자체 생산·사용하던 염색산단엔 한전 계통망이 깔려있지 않다.

대구시와 한전 측 설명을 종합해보면 염색산단 이전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단지내에 한전 전력망을 새로 까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자금난에 몰린 한전이 당분간 전력 인프라 구축에는 움츠릴 수 밖에 없다.

태양광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특수목적 법인 <주>SRS 관계자는 "다른 산단에 사업설명회를 진행하고 나서 염색산단 업체들로부터 참여를 희망한다는 요청이 오기도 하는데 불가하다고 알려주고 있다. 워낙 노후화가 심하다 보니 태양광 설비를 들이는 김에 작게나마 리모델링을 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염색산단관리공단에선 빠른 부지 이전을 통한 탄소 중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대구시가 발주한 염색산단 이전 용역은 올 연말쯤 결과가 나온다.


김이진 염색산단관리공단 이사장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물론이고, 소규모 원자력 발전도 염두에 두고 있다. 독일 등 선진국 사례를 발굴하고, 우리 실정에 맞춰 도입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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