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어떤 시설도 환영합니다(?)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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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5 06:53  |  수정 2023-05-25 06:53  |  발행일 2023-05-25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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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경북부장

세상은 늘 변해왔다. 요즘 경북지역의 빠른 변화를 보면 이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전국적으로 만연한 님비(공공의 이익은 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반대하는 행동) 현상으로 우리 지역에는 안 된다던 비(非)호감 시설을 유치하려는 지자체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기피시설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역발상에서 나온 움직임이다. 변화된 흐름을 보면 이젠 군부대, 교정시설 등에 대해 기피시설이란 말을 더는 쓰면 안 되겠다. 아니, 선호시설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이들 시설이 인구소멸 위기가 닥친 지역을 살릴 구원투수이자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유치경쟁이 후끈 달아오른 대구 군부대(육군 제2작전사령부·50사단·5군수지원사령부·공군 방공포병학교) 이전만 해도 영천·상주시, 칠곡·군위·의성군 등 5개 시·군이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면서 유치에 뛰어들었다. 군부대는 안보를 위한 필수시설이지만 님비 현상, 경제적 필요성 등으로 인해 지자체들은 역외로 이전을 요구하거나 자기 지역으로의 유입을 반대했다. 하지만 인구소멸 지자체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북은 다르다. 인구 유입과 이에 따른 경제적 기반 구축을 위해 유치를 원한다.

청송은 여자교도소 유치에 공을 들인다. 2년 전 법무부 장관이 청송교도소를 방문했을 때 윤경희 청송군수가 직접 "여자교도소를 지어달라"고 요청까지 했다. 그 당시, 강원 태백시에서 태백시 교도소 건립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에 포함된 것을 축하하는 현수막 150여 장이 한꺼번에 걸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구 급감으로 지역 전체가 생사의 기로에 서면서 기피시설의 대명사였던 교도소까지 끌어안으려는 것이다.

교정시설이 들어서면 교도관 등 상주 인력 유입에 따른 인구 증가, 면회객의 인근 식당 이용, 수형자 급식에 지역 식자재 이용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청송교도소를 통해 이 효과를 본 청송군은 그래서 유치에 더 열을 올린다. 청송은 여자교도소 추가 건립을 통해 장기 구상 중인 '종합교정타운'을 완성하겠다는 복안이다.

대표적 인구소멸지역인 봉화와 영양은 양수발전소 유치에 올인하고 있다. 봉화군에 따르면 양수발전소 유치를 통해 6천명 이상의 고용 효과와 1조원 이상의 생산 효과가 유발된다. 이 정도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하다.

이들의 적극성은 존립에 대한 근원적 고민에서 비롯됐다. 지방의 중소 도시는 저출산, 고령화, 인구 유출 등 삼중고에 시달린다. 우리나라에서 소멸 위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 경북이다. 행정안전부는 소멸위험지역 등 89곳을 인구 감소 지역으로, 18곳을 관심 지역으로 지정해 올해 7천500억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을 줄 계획이지만 인구 감소세를 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경북은 전남과 함께 최다인 16개 군이 선정돼 지방 소멸 위기를 지연시킬 약간의 재원을 확보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소멸 위기를 겪는 지자체들이 비호감시설까지 유치해 지역을 되살려 보려는 몸부림에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다양한 시설에 대한 개방성, 수용성이 거저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성공을 더 간절히 바라고 그것이 지역 부활의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김수영 경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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