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팔공산 천제단 복원을 기다리며

  • 우성진 동서미래포럼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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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30 07:53  |  수정 2023-05-30 07:53  |  발행일 2023-05-30 제20면

우성진씨
우성진 (동서미래포럼 공동 대표)

대구경북의 진산 팔공산이 우리나라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1980년 5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43년 만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팔공산의 연평균 방문객은 358만명으로 전체 국립공원 중 3위를 차지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팔공산은 특이하게 사유지 비율이 전체 면적의 절반을 상회한다. 국립공원 지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반대와 우려가 매우 컸던 이유다. 따라서 체계적인 보전정책과 같은 눈높이로 반드시 지역발전이 조화를 이루는 신개념의 '국립공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국립공원 지정으로 되레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주민이 더 고통받고 사유권 행사에 제한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립공원 내 지역 주민 토지매수사업, 지역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에 협력사업 특별 배려 등 주민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통해 국립공원 팔공산이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팔공산의 품격이 높아졌다. 품격은 곧 '정신'이다. 국립공원 승격과 함께 팔공산 정상인 비로봉의 천제단부터 최우선 복원해야 할 것이다. 천제단 복원은 팔공산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천제는 5천년 한민족 역사의 품격이자 정신이다. 단군조선, 삼국시대, 고려로 이어져 오며 한민족을 지켜온 정신문화의 요체다.

삼국사기 등에 따르면 신라시대 팔공산은 '중악'으로 불리며 동악 토함산, 서악 계룡산, 남악 지리산, 북악 태백산 등 '오악(五岳)' 중 중심이었다. 신라 오악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제사를 지낸 곳이다. 국왕이 직접 국태민안을 기원하기 위해 하늘에 제를 올렸다. 중요민속자료 제228호인 태백산 천제단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태백산 천제단은 일제강점기까지도 천제를 지냈고, 지금도 개천절에 맞춰 제를 지내고 있다. 팔공산 비로봉 정상에도 천제단을 추정할 수 있는 장소가 있고, 흔적도 남아 있다. 이상과 같이 팔공산 비로봉 정상에 천제단을 복원해야 할 이유가 넘쳐난다.

팔공산 천제단 복원은 지난 20년 동안 지역사회와 학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추진해 왔다. 대구 동구 팔공문화원은 2015년부터 비로봉에서 한 해 첫 차(茶)를 준비해 격식에 맞게 올리는 '헌다례'를 봉행하고 있다. 일제가 우리 민족의 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정상부에 쇠말뚝을 박았던 아픈 기억을 지우고 천제단 복원을 통해 팔공산의 정신을 되살리겠다는 행사다. 또한 팔공산과 지역을 아끼는 대구 동구 주민이 가칭 '팔공산 비로봉 천제단 복원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시민운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대구시민이자 동구주민의 한 사람으로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천제단 복원을 대구의 정신으로 승화시켜 나가자.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을 시작으로 대구 동구와 시민이 팔공산의 정신을 바로 세우고, 아끼고 가꾸는 일에 적극 나서 주길 고대한다.

우성진 (동서미래포럼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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