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남긴 개인번호, 보호하는 방법은?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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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9 09:11  |  수정 2023-05-29 13:48  |  발행일 2023-05-29
가게 적힌 계좌번호를 활용한 보이스피싱사례도 발생해
노출된 개인정보 수집 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건조물 침입 혐의'로 처벌의 대상 될 수 있어
전문가들 공개된 장소에서 '노출'을 줄이는 방법 필요…'프라이버시 콜' '토스 아이디 송금' 등

공개된 장소에 노출된 개인정보가 '보이스피싱' '불법 광고' 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직장인 황지수(여·30)씨는 최근 아파트 야간출장 작업 중 주차된 차량을 보고 코팅이 안 된 거 같아 저렴한 비용으로 코팅을 하라는 광고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만약 연락에 불편함을 느꼈을 시 이야기하면 즉시 삭제하겠다는 문구도 함께 적혀있었다. 황씨는 "차량에 적힌 번호가 불법 광고에 활용될 줄 몰랐다. 마음대로 보내놓고 수신 거부하기 위해선 전화를 걸어야 한다는 것도 어이가 없었다"면서 "차량 앞에 붙어 있는 핸드폰 번호를 떼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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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수씨가 차량에 적힌 휴대폰 번호로 받은 광고 메시지. 영남일보 독자 제공
황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례는 온라인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주차된 차량에서 핸드폰 번호를 보고 광고 문자를 하는 것 같은데, 이상한 문자를 받았다"면서 "개인정보에 대해 다들 민감하지 않냐. 광고하라고 적어놓은 번호가 아닌데 기분이 상당히 나쁘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차량에 적은 전화번호 때문에 사채업 같은 곳에서 문자 받았다.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다.

최근에는 '매장 내 적힌 계좌번호'를 통해 보이스피싱을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물품 대금을 계좌로 이체받기 위해 소상공인 A씨는 계좌번호를 매장 내 게시했다. A씨 계좌로 신원 미상의 송금인이 30만원을 입금했다. 해당 금액의 경우 사기범이 보이스피싱 피해자 B씨의 계좌에서 A씨 계좌로 이체를 한 것. 이후 B씨가 구제 신청을 하자 은행은 A씨가 보이스피싱에 연루됐다며 계좌 전체를 지급정지했다. 이후 사기범은 A씨에게 연락해 통장 지급정지를 풀고 싶다면 합의금을 보내라고 협박했다.

이러한 소식에 소상공인 사이에선 상점에서 계좌번호를 지워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구 수성구 신매동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여·35)씨는 "손님들이 계좌번호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 적어놨다"면서 "계좌번호는 누구에게나 쉽게 알려줘서 보이스피싱 대상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앞으로 고객들에게도 쉽게 계좌번호를 못 알려줄 거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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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구의 한 가게에 적힌 계좌번호.


이처럼 차량에 적힌 휴대폰 번호 등 노출된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29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두 가지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 그 첫째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하기 위해선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할 때도 당사자의 공의가 있어야 한다. 다시말해 개인 차량에 노출되어 있는 차량번호를 당사자 동의 없이 수집한 뒤 이를 바탕으로 광고성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경우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건조물 침입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형법 제319조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건조물 등에 침입하는 행위는 건조물 침입죄에 해당한다. 건조물은 형법상 주거 또는 저택을 제외한 일체의 건물을 말하는 것으로, 공장·차고·극장·관공서의 청사도 여기에 해당한다. 아파트나 관공서 주차장에 들어가 개인 정보를 수집했을 경우 건조물 침입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위반 시 3년 이하의이를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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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버시 콜은 전화번호 대신 차량번호를 이용해 운전자와 통화하도록 해준다. 인터넷 캡쳐

개인정보가 불법으로 활용되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노출'을 줄이는 것이고, 이를 도와주는 다양한 방법이 나오고 있다. 다만 대부분 '유료서비스'다. 차량의 경우 대표적인 서비스가 '프라이버시 콜' 'QR번호판'이다.

 

 

프라이버시 콜은 자동차에 휴대폰번호 대신 1599 등의 번호로 시작하는 가상번호만 노출, 그 번호로 전화를 걸면 차주에게 연결되는 형태로 운영되는 식이다. QR번호판도 비슷한 원리다. 차량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 시 차주 전화로 연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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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의 아이디 송금을 이용하면 계좌번호 노출을 줄일 수 있다. 인터넷 캡쳐

계좌번호는 '토스의 아이디 송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토스앱을 통해 아이디를 만든 후 계좌번호 대신 해당 아이디의 링크를 공유해 송금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개인정보가 불가피하게 공개된 장소에 노출 시 '개인정보 불법 수집하지마세요' 등 경고 문구를 적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손해배상, 위자료 등을 청구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경고적인 측면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만약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면 경찰에 신고해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 다만 정확한 처벌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선 무단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행위가 담긴 CCTV 등과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해야 한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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