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예회관 아프리카미술 특별전, 태양을 삼킨 듯 강렬한 色…아프리카 현대미술의 '정수'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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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2 07:20  |  수정 2023-06-02 08:57  |  발행일 2023-06-02 제35면
"피부색은 달라도 입술색은 같다"
음파 두가 표현한 휴머니즘 눈길
색채의 마술사 압두나 카사 작품
몽환적 색채 꿈 꾸는 듯한 분위기
작가마다 다양한 작품세계 나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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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드릭 릴랑가의 작품.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아프리카 대륙에 처음 발을 내디뎠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새로운 대륙, 새로운 나라와의 만남은 늘 가슴 뛰는 일이지만, 아프리카는 그중에서도 강렬한 기억을 남긴 곳이다. 삶의 방향과 가치관을 바꿔놓을 만큼. 세계에서 둘째로 큰 대륙,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땅 그리고 그 속에서 꽃피운 다양한 문화들…. 아프리카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지난달 18일부터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7일까지 진행되는 '아프리카미술 특별전'에서는 회화 작품 150여 점을 선보인다. 현대미술과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전시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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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마 크리스톤 토니의 작품.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어제와 오늘'

지난 주말, 아프리카미술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을 찾아가 봤다. 전시회에서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어제와 오늘'을 만날 수 있었다. 이미 고인이 된 작가부터 아프리카 미술의 현재를 이끌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까지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던 것. 작가마다 그들이 보여주는 작품세계는 다양했다. 주로 아프리카의 생활상을 그린 작가가 있는가 하면 인물에 몰두한 작가도 있었다.

우선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역사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탄자니아 출신 작가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의 작품들이 소개됐다. 원시적 동물들과 아프리카의 생활을 강한 색감과 간결한 터치로 그려낸 것이 특징인 그의 작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됐다. 팅가팅가는 마흔 살에 요절했지만, 그가 남긴 독창적인 작품과 화풍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전시실에는 다음 세대의 탄자니아 화가인 헨드릭 릴랑가의 작품도 함께 전시돼 있어 마치 탄자니아 현대미술의 역사를 보여주는 듯했다.

또 '색채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에티오피아 출신 작가 압두나 카사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색의 채도와 명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듯한 그의 작품들에는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9, 10전시실에서는 추쿠 오비아마 치지오케, 오카마 크리스톤 토니 등 나이지리아와 가나 출신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특히 오카마 크리스톤 토니의 작품은 섬세한 터치의 인물화 속에 아프리카를 그대로 담은 듯했다. 우리가 흔히 '토속적' '전통적'이라고 표현하는 것들이 그토록 모던하고 감각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림에 담긴 역사와 철학, 메시지

이번 아프리카미술 특별전에서는 카메룬의 국민화가로 불리는 조엘 음파 두의 다양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었다.

조엘 음파 두는 카메룬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지만, 뒤늦게 프랑스에서 미술 공부를 해 미술작가가 됐다. 음파 두의 작품을 보면서 처음 느낀 점은 마치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 강렬한 색감과 독특한 화풍 때문이다. 이어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다시 한번 그의 작품을 감상하면,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이중섭의 은지화처럼 음파 두의 그림도 그 속에 상징과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관람객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음파 두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한 줄기 빛'이 아닐까 싶다. 그가 아프리카의 일상을 담은 그림에는 자주 '달'과 '책'이 그려져 있다. 카메룬의 날씨가 워낙 덥다 보니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달이 떠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책'은 작가가 중요시하는 지식의 상징이다. 또 다른 그의 작품 속에는 '우산'이 그려져 있다. 비가 많이 오지 않는 아프리카에 우산이 등장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희망'을 의미한다는 것. 음파 두 작품 속에서 '하트' 모양으로 그려진 입술은 '입은 남의 험담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존경과 사랑을 나타내기 위한 것' '피부색은 다르지만 입술의 색은 같다' 등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한다. 음파 두가 알루미늄판에 오일 크레용과 아크릴 물감으로 표현한 회색 바탕의 작품은 '그림 속 사람들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해 보고 있지만,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의 작품 중에는 아픈 역사인 전쟁을 끝내고 행복한 일상을 되찾는 이상향을 그리고 있는 것도 있다.

김윤정 도슨트는 "아직 아프리카 미술이 조금은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번 전시회가 조엘 음파 두를 비롯해 아프리카 대표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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