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참모로 산다는 것, 킹메이커부터 간신까지…조선을 이끈 신하들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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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2 08:07  |  수정 2023-06-02 08:01  |  발행일 2023-06-02 제15면
조선역사 최고 전문가 신병주
균형 잡힌 시각으로 42인 조명
등장 배경·활동·의미 풀어내

정도전
조선 건국과 개혁을 진두지휘한 정도전이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경북 영주 가흥동 삼판서고택. '참모로 산다는 것'은 조선시대 임금을 도와 나라를 이끌어 간 42명의 참모를 다룬 책이다. 〈영남일보DB〉

조선역사 최고 전문가 신병주 교수가 2019년 펴낸 '참모로 산다는 것'의 개정판이다. 임금을 도와 나라를 이끌어간 참모들의 이야기를 균형 잡힌 시각에서 조명한다.

책에서는 조선을 대표하는 참모들의 등장 배경과 활동, 그리고 그들의 삶이 현재에 이어지는 의미를 담았다. 조선 건국과 개혁을 진두지휘한 킹메이커 정도전을 시작으로 총 42명의 참모를 다룬다.

'1부 새 왕조를 설계하다'에서는 조선건국의 최대 공신이었지만 신권 중심주의를 주장하다 결국 제거된 정도전을 소개한다. 또 이방원이 왕이 되는 데 큰 역할을 한 하륜, 세종과 함께 태평의 시대를 이끌었던 명재상 황희, 신분을 넘어 과학 조선을 이끈 장영실, 죽음으로 단종을 지키고자 한 사육신 성삼문, 성삼문과는 엇갈린 행보를 보이며 역사에 변절자로 남았지만 누구보다 유능했던 관료 신숙주를 다룬다.

참모_표지
신병주 지음/매일경제신문사/480쪽/2만원

'2부 국가의 기틀을 다지다'에서는 조선 초기 관중과 포숙의 관계였던 서거정과 강희맹을 참모이자 문장가의 관점에서 살핀다. 또 간신·칠삭둥이 등 부정적인 측면과 함께 세조를 보좌한 한명회, 무오사화의 발단이 된 '조의제문'을 쓴 사림파의 영수 김종직과 그의 제자 김일손, '악학궤범'을 편찬한 예술 분야의 참모 성현을 소개한다.

왕들을 혼군의 길로 가게 한 간신도 만나 볼 수 있다. '3부 폭군의 실정에 흔들리다'에서는 연산군의 마음을 뒤흔든 장녹수를 비롯해 폭정에 기름을 부은 간신 임사홍과 '대은암' 속 익살스러운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중종의 간신으로 기억되는 남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4부 임진왜란, 조선의 위기를 겪다'에서는 '십만양병설'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중심으로 선조 시대 최고의 참모 이이를 살핀다. 여기에 선조와 애증의 관계이면서 가사문학의 대가인 정철과 문신이지만 돌격적인 의병장 조헌, 일본 장수 '사야가'에서 조선의 충신이 된 김충선, 7년에 걸친 임진왜란 과정을 '징비록'으로 남긴 류성룡을 다룬다.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을 유지했던 뛰어난 외교 참모 '오성과 한음'의 이덕형과 '홍길동전' 의 허균, 광해군의 남자 정인홍, 상궁의 신분으로 국정을 좌지우지한 광해군의 참모 김개시, 조선의 관료로서 최고위 직책인 영의정을 여섯 번 지낸 이원익은 '5부 광해군의 그늘 속 참모들'에서 만나 볼 수 있다.

'6부 명분과 실리 사이, 인조반정'에서는 국방의 최일선에 섰던 장만, 인조반정의 공신 이귀, 국방과 경제전문가 김신국, 17세기 소신과 원칙, 직언의 정치가 조경, 실리론으로 나라를 구한 최명길 등을 소개한다.

비상한 실물 경제 감각을 토대로 수차·화폐 등을 도입해 민생의 안정을 꾀했던 경제학자 관료 김육, 서인과 남인이 치열하게 대립하던 숙종시대 정치공작의 달인 김석주, 독특한 글씨 풍으로 유명한 허목, 정치와 사상의 중심이자 신권의 핵심이었지만 숙종에게 사약을 받은 송시열, 현실적인 정치가이자 조선시대 최고의 수학자 최석정, 개혁정치를 추구하던 정조의 참모이자 실학자로 이름을 남긴 정약용은 '7부 당쟁의 시대와 실학'에서 다룬다.

책에 소개된 참모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 상황에서 정치적, 학문적 능력을 발휘하거나 국난을 극복한 인물이 대부분이다. 그러면서도 왕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결과적으로는 국정 농단의 주역이 된 참모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참모들의 모습에서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왕조시대가 끝나고 민주사회가 도래했지만, 조선시대 참모들이 갖추었던 덕목들은 반복되는 역사의 속성 앞에 여전히 큰 의미를 지닌다. 이 책이 단순한 역사서가 아닌 이유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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