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내가 토슈즈를 신은 이유, 美 최초 흑인 수석 무용수의 삶과 역경

  • 최미애
  • |
  • 입력 2023-06-02 08:18  |  수정 2023-06-02 08:22  |  발행일 2023-06-02 제16면
불우한 환경 속 발레 멘토와 만남
어려움 극복·성장 신데렐라 닮아
고전 발레 주역에 서기까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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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발레시어터 최초의 흑인 수석무용수인 미스티 코플랜드. <미스티 코플랜드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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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코플랜드 지음/이현숙 옮김/동글디자인/368쪽/2만1천원

발레단에서 수석 무용수는 제일 높은 위치의 발레리나로, 주역을 맡는다. 1940년 설립된 미국 최고 권위의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에선 단 한 번도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수석 무용수로 승급한 적이 없었다. 2015년 ABT 75년 역사상 최초의 흑인 수석 무용수가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미스티 코플랜드다.

이 책은 미스티 코플랜드가 발레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수석 무용수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13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발레를 시작했다. 또 가정환경도 불우했기에 그의 성공은 화제가 됐다.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 발레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던 미스티 코플랜드는 훌륭한 멘토를 만나 재능을 찾아 토슈즈를 신게 된다. 그는 어려운 환경에 있다가 좋은 어른을 만나 도움을 받았다는 점에서 신데렐라와 닮아있다. 하지만 그 이후 스스로 성장해나가고 자신이 부딪친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해나간다는 점에서 신데렐라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고 할 수 있다.

책에선 부상, 체격 변화 등 모든 발레리나가 겪을 수 있는 크고 작은 변수와 이를 해결해나가고 극복해나가는 미스티 코플랜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미스티 코플랜드는 15세에 처음 참가한 '뮤직센터 스포트라이트 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발레 신동으로 주목받는다. 이후 ABT에 입단해 꿈에 그리던 역할을 맡을 기회를 얻지만, 허리 부상으로 포기하고 1년간 공백기를 가진다. 그는 재활을 마치고 부상만 회복하면 무사히 복귀할 것으로 믿었지만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뒤늦게 사춘기를 겪으며 마른 몸매에서 굴곡진 몸매가 된 것이다. 또 근육량이 늘어나 체격도 바뀌었다. 이를 본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직원은 "미스티, 길이를 늘여야만 해"라고 말한다. '늘이기'는 이미 충분히 마른 발레리나에게 살을 빼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면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살을 빼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발레계에서 사용되는 '공손한' 단어다. 그는 혼란스러움을 느끼지만 결국 자신의 악기인 몸을 소중히 다루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법을 알게 됐다.

또 그는 발레단 내 소수인 흑인 무용수로서 편견도 극복해야 했다. 대다수가 백인인 발레계에서 흑인 발레리나가 고전 발레 작품의 주역을 맡기는 쉽지 않았다. 이에 책에선 그가 솔리스트가 된 후 주역을 맡은 작품 '불새'를 의미 있게 다룬다. 이 작품은 흑인 발레리나가 주역으로 무대에 선 적이 없던 대표적인 고전 발레 작품이다. 그가 이 작품에 주역으로 설 수 있기까지의 과정은 그가 이를 극복해나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주인공인 불새로 당당히 날아오른 그의 모습은 무용수뿐만 아니라 꿈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

그는 어린 시절 소심하고 자기 회의에 자주 빠지곤 했다. 그러나 발레를 만난 후 180도 달라졌다. 자신에 대해 확신을 하게 됐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몰입할 수 있게 됐다. 그의 이야기는 어떤 일이든 자기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스티 코플랜드는 소외계층의 유색 인종 아이들이 발레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 쁠리에'의 설립을 돕는 등 발레단 안팎으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을 비롯해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출간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믿고 꿈을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가기를 바랐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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