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뇌를 탐사하는 소우주탐사선 누리호도 날아오르길

  • 문제일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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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2  |  수정 2023-06-12 08:07  |  발행일 2023-06-12 제13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뇌를 탐사하는 소우주탐사선 누리호도 날아오르길
문제일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2023년 5월25일 오후 6시24분, 국내 기술로 제작한 누리호가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를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습니다. 누리호는 싣고 간 위성들을 우주궤도로 내려놓았습니다. 머지않은 어느 날 누리호는 위성이 아닌 사람을 싣고 먼 은하계를 탐사하기 위해 다시 날아오를 것이라 기대합니다. 지금부터 약 55년 전인 1969년 7월21일 새벽, 달에 사는 토끼를 만나길 고대하던 많은 아이들의 꿈은 미국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첫발을 떼면서 산산이 부서져 버렸지만, 이제 그 아이들은 달이 아닌 더 먼 은하계 탐사를 준비하는 우주과학자들로 성장하였습니다.

아마 이번 누리호를 개발하는 우리나라 연구진 중에도 아폴로 11호를 보고 우주과학자의 꿈을 품은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폴로 11호 계획에 등장하는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바로 사령선의 이름입니다. 그 이름은 Columbia(자유의 여신상)인데, 이는 1869년 프랑스 과학소설가 쥘 베른의 '달세계 여행'에 나오는 우주선 '컬럼비아드'에서 따온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쥘 베른이 상상한 달로의 여행은 그의 소설 출간 100년 뒤, 소설 속 우주선 이름과 같은 우주선을 통해 실현된 것이죠. 아인슈타인 박사님은 '상상하는 것이 아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인간이 상상하는 모든 것은 언젠가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달은 지구 밖에서 가장 가까운 곳일 뿐이고, 천체망원경을 통해 보는 밤하늘에는 수없이 많은 별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자신을 방문해주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자신을 알아달라는 이런 별들이 뇌에도 존재합니다. 특정 형광단백질로 염색한 뇌조직 슬라이드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푸른색이 반짝반짝 빛나는 세포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astrocyte'라 부르는데, 이 이름은 그리스어로 별을 의미하는 'astron'과 세포를 의미하는 'kutos'의 합성어이며, 우리말로는 성상(星狀)세포라 부릅니다. 'astrocyte'는 혈관과 뇌 사이 장벽을 형성하여 뇌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거나 뇌신경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손상받은 신경세포를 수선하는 일을 합니다. 'astrocyte'들은 뇌 전역에 퍼져 각자의 일을 하는데, 이는 마치 은하계 별들이 각자의 궤도에서 묵묵히 자신의 운동을 계속하는 것과도 유사합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은 뇌를 소우주라 부릅니다.

1961년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달 정복 선언'을 했다면, 2013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소우주 정복 선언'을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뇌 그림이 커다랗게 띄워진 TV 스크린을 옆에 두고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합니다, "인류가 몇 광년 떨어진 은하를 찾고 원자보다 작은 미립자도 규명하지만 양쪽 귀 사이에 있는 1.4㎏짜리 뇌의 미스터리는 아직 풀지 못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두뇌의 역동적인 모습을 포착할 도구를 과학자들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후 미국은 뇌연구 기술개발에 매진하여 투명한 뇌조직을 만들어 관찰한다든지 뇌지도를 작성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하며, 생각만으로 문자를 보낼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19세기 중반 달 여행(소설 달세계 여행)을 상상한 소년 쥘 베른이 21세기 인류에게 우주여행을 선물한 것처럼, 여러분의 자녀들에게도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어 미래 우리 인류를 위한 유산을 선물하는 산타클로스를 키워 볼 의향은 없을지요.

이번 주말, 학원에 보내 밀린 공부를 시키는 것도 좋겠지만 달성에 있는 대구국립과학관의 천문관을 찾아 학원의 형광등이 아니라 여름밤에 펼쳐진 별들을 보여주세요. 그럼 자녀들은 여러분의 잔소리 없이도 스스로 차세대 나로호 개발자의 꿈을 꾸며 열심히 공부할 것입니다.

은하계 별들의 탐사를 지원하기 위해 고흥에 나로우주센터가 있다면, 뇌 속의 별들을 탐사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소우주 뇌를 연구하는 전문센터인 한국뇌연구원이 대구에 있습니다. 뇌 속의 별들을 연구하는 한국뇌연구원 박사님들을 만나 뇌의 신비를 탐구하는 뇌과학자의 꿈을 꾸는 것도 좋겠죠.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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