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의 세계식문화산책] 두리안…악취에 놀라고 맛에 반하는 '과일의 제왕'

  • 이연실(체리) 로컬 AI블루테크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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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3  |  수정 2023-06-23 08:18  |  발행일 2023-06-23 제37면
뾰족한 철퇴 모양…치즈 발효 냄새

값비싸 부자가 창문 열고 먹는 과일

한국은 상당수 개당 7만원 이상 판매

크림치즈같이 녹아드는 부드러운 맛

따뜻한 성질…몸이 찬 여성에 좋아

떡·캔디·빙수·빵 등 다양하게 요리

[체리의 세계식문화산책] 두리안…악취에 놀라고 맛에 반하는 과일의 제왕

"두리안에 미치면 마누라도 판다."

지구상의 과일은 대부분 열대지방에서 자란다. 싱가포르에서 오래 살며 놀란 것 중 하나는, 많고도 많은 과일의 종류였다. 몇 년을 살아도 그 종류를 다 알 수 없을 만큼 별의별 과일이 다 있었다. 그중에 가장 비싸고 호불호가 극명하며 화제가 넘치는 과일이 두리안이다. 동남아에서는 '마누라를 팔아서라도 두리안을 사먹겠다'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두리안 냄새를 악취로 여기는 이들도 있으니 세상은 역시 재미있다.

이순자 여사가 전두환 대통령 취임 후 첫 동남아 5개국 순방할 때 처음 먹어보고 반한 게 두리안이다. 그 맛에 반했던지 아니면 여자에게 좋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나 보다. 두리안 철만 되면 대한항공편으로 직송해 청와대에서 두리안을 즐겼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대부분은 두리안이 뭔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권력이 좋기는 좋은가 보다. 청와대에서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니 말이다. 그녀가 두리안을 공수해 먹은 얘기가 외국에서 오래 화제가 되어, 나도 모 항공의 기장 사모님께 직접 들었다. 동남아에서는 두리안 관련 빠지지 않는 비화이다. 과일도 권력에 따라서 소비가 결정된다. 지구촌의 U국가에서는 딸기를 권력층 또는 부유층들이나 먹을 수 있다. 한국에서 새벽에 딸기를 따서 비행기로 실어 보내고 있다.

[체리의 세계식문화산책] 두리안…악취에 놀라고 맛에 반하는 과일의 제왕
두리안 열매

두리안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과일이라서 특히 여성에게 좋다. 자궁을 따뜻하게 한단다. 8년 불임 여성이 작정하고 6개월 이상 두리안을 먹고 임신에 성공한 사례도 봤다. 그녀는 지금 아들 둘을 키우는데, 늘 두리안 효과를 봤다며 자랑했다. 몸이 찬 사람들에게 두리안이 좋기로 유명하다. 열이 많은 이들이 술을 마시고 먹으면 귀에서 피가 나기도 한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사과, 배, 감 등 제사상에 올라가는 과일이 이 세상 과일의 전부인 줄로만 알았다. 1970년대에 한국에서는 바나나도 귀했다. 일본보다 100년 이상 늦게 들어온 탓이다. 당시에는 파인애플도 귀해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면 기념으로 파인애플을 사오던 기억도 있다. '낑깡'이라 불리는 금귤도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는 보기 드문 과일에 속했다.

'88서울올림픽' 이전까지 한국인들이 아는 과일이 20가지쯤 되었을까?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수박도 조선시대까지 한반도에서는 왕이나 상류층들만 먹던 과일이었다. 두리안은 동화나 소설 등 이야기책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큰 가시가 뾰족뾰족한 철퇴 모양의 두리안은 다루기 쉽지 않다. 그런가 하면 수박처럼 매끈한 종류도 있는데, 두리안 과육은 다 샛노랗다.

과일의 왕 두리안은 치즈를 발효하는 듯한 묘한 향기가 난다. 크기도 엄청나다. 두리안은 예전에 동남아 부자들이 자기 집 창문을 열어두고 먹던 과일이다. '우리는 이렇게 비싼 과일 두리안도 먹는 집이다'라는 자랑과 과시의 일종이었다. 가난한 이들은 두리안 대신 잭푸르트를 즐겼고 서민들이 국도 끓여서 먹었다. 과일로 신분을 나타낸 사례이다.

[체리의 세계식문화산책] 두리안…악취에 놀라고 맛에 반하는 과일의 제왕
두리안을 곁들인 라이스
[체리의 세계식문화산책] 두리안…악취에 놀라고 맛에 반하는 과일의 제왕
코코넛 밀크와 두리안

앞으로 두리안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오래전 영국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다. 잠자던 중국이 깨어나면 전 세계 커피 시장도 판도를 바꾼다고 예상했다. 그 예측대로 양쯔강 이남에서는 차밭을 갈아엎고 커피나무를 심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다른 농작물을 베고 두리안을 심고 있으니 역시 중국 시장이 무섭다. 중국계 동남아 농장주들이 역시 돈 냄새를 잘 맡는다. 그들은 오래전 동남아 이주 시 문자와 주판을 무기로 문맹이 많은 열대지방의 경제를 장악했다.

어려서부터 무엇이든 호기심이 넘치던 나는 국경을 넘어 다국적 친구들과 말레이시아 밀림으로 두리안 농장 투어도 했다. 싱가포르 사람들이 두리안에 열광해 팀을 짜서 관광버스를 타고 두리안 투어를 간다. 외국에 살 때 현지인들과 친구가 되면 아주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는 다양한 국적의 지구촌 사람들과 어울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느라 매일 신나고 즐거웠었다.

두리안 나무를 세밀화로 그리라고 해도 그릴 만큼 상세히 봤다. 두리안인지 잭푸르트인지 나무를 멀리서만 봐도 명확히 구분된다. 거대한 밤나무처럼 보인다. 보통의 두리안은 가시가 철퇴처럼 나 있다. 그래서 장갑을 끼고서 깐다. 두리안을 갖고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없다. 가시가 있고 냄새도 나기 때문이다. 물론 호텔에 들고 들어가서도 안 된다. 과일 중 이런 규제를 받는 유일한 종류이다. 또 지구상에서 현재 가장 비싼 신비의 과일이다.

동남아 밀림의 농장에서는 보통 3천600원이고 국경을 넘으면 1만원이 넘는다. 한국에서 좋은 두리안의 경우 대부분 7만원대에 팔린다. 오래전 대형마트에서 9만8천원인가 하는 가격표를 보았다. 그림의 떡이었다. 나는 두리안을 좋아해 다시 사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입안에 넣으면 크림치즈 같이 녹던 그 부드러움을 잊지 못한다.

과일도 마력이 있다. 한 번 반하면 끊지 못한다. 맛과 크기, 가격 등으로 두리안만큼 시선을 끄는 과일이 없다. 동남아 두리안을 먹으러 일부러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몰린다. 열대지방이 아니면 자라지 못하니 반드시 동남아로 가야 맛이라도 볼 수 있었다. 지금이야 비행기나 배로 국경을 넘어 지구촌 이웃들도 두리안을 먹을 수 있는 시대이다.

원래 두리안 껍질은 사진같이 선명한 초록빛을 띠지 않는다. 얼마 전 베트남에서 대규모로 어떤 특수 물질을 풀어서 물에 담갔다가 꺼내는 것이 보도되어 큰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나는 인간이 먹는 식품을 가지고 농약과 방부제로 위장하는 모습에 경악한다. 모를 때는 먹겠으나 알고는 못 먹을 식품이 지구촌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돈 앞에서는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을 잊는 것일까? 그 죄업을 다 어찌 받으려고 그리 함부로 살아갈까?

수천 년 전부터 인류는 온갖 종류의 과일을 즐겼다. 과일은 대부분 동남아나 아프리카가 원산지이다. 특히 동남아는 과일, 채소, 동식물의 지상천국이다. 신이 다 주지 않듯이 그들에게 무더위를 준 대신 풍부한 자연을 선사했다. 과일이나 채소가 많지 않았던 한반도, 다행히 오늘날에는 천혜향도 나온다. 용과(드래곤푸르트)나 야테모야도 제주도에서 일부 생산된다. 사람이 살아가며 다양한 과일을 먹어보며 살게 할 수는 없을까?

한국인뿐만 아니라 대다수 사람은 자기 나라에서 생산되는 과일만 아는 경우가 있다. 선진국이나 한국처럼 대형마트가 있는 곳, 물류가 발달한 곳이 아니면 사람들은 대개 10가지 이상의 과일을 즐기지 못하고 산다. 그 이름과 종류를 다 알지 못하는 무궁무진한 과일, 나는 특히 브라질에서 열리는 당구공 만한 크기의 과일 '자보티카바'를 먹어보고 싶다. 아마도 '블랙사파이어' 포도맛이 날 것 같다. 세월이 흘러도 '과일의 제왕'은 두리안이겠지만 말이다.

[체리의 세계식문화산책] 두리안…악취에 놀라고 맛에 반하는 과일의 제왕
두리안으로 만든 쿠키
[체리의 세계식문화산책] 두리안…악취에 놀라고 맛에 반하는 과일의 제왕
두리안으로 만든 아이스크림.
[체리의 세계식문화산책] 두리안…악취에 놀라고 맛에 반하는 과일의 제왕

내가 수입업자라면 두리안 과육만 모아서 냉동으로 한국에 들여오고 싶다. 그래서 두리안 전문점을 열면 어떨까? 두리안 떡, 케이크, 아이스크림, 캔디, 쿠키, 빵, 과자, 빙수, 음료 등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안산이나 창원 같은 도시의 마트에서 두리안을 보았다. 일단 7만원대라서 비싸다. 한국에서는 껍질째 1통으로 판다. 훗날 때가 되면 내가 두리안 과육을 한국으로 들여와 나도 실컷 먹고 지인들도 즐기게 하고 싶다. 그러려면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겠다. 두리안 만세!!

로컬 AI블루테크 크리에이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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