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레이더] 지금 반등이 하반기에도 지속될까

  •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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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1  |  수정 2023-06-21 07:51  |  발행일 2023-06-21 제14면

[경제 레이더] 지금 반등이 하반기에도 지속될까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이사

지난해 11월 이후 코로나 봉쇄, 공동부유 등으로 침체일로를 겪던 중국이 리오프닝을 선언하고 부동산을 중심으로 경기 부양책을 시행한다. 여기에 시진핑 정부 2기 출범과 양회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연말, 연초 철강·비철금속 가격은 반등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미국의 '노 랜딩(No Landing·경기침체는 없다)' 가능성도 가격 반등을 지지했다.

그러나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과거와 달리 중국 부양책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전처럼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인프라를 투자하기에 지방정부의 재정 상태는 너무 열악했다. 또한 시진핑 정부의 공동 부유 정책 천명 이후 투기 수요가 급감하면서 미분양 주택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아파트 건설 등 부동산 개발 역시 위축됐다. 미국의 SVB 파산, CS 파산 위기에서 촉발된 은행발 위기가 더해지며 지난 3월부터 상품 가격은 완연한 하락세다. 하지만 글로벌 공조 및 유동성의 힘은 만만치 않았다. 미국 정부가 파산 위기에 직면한 은행예금 전액 보호를 천명하고, UBS가 CS를 인수하는 등 은행 리스크가 일단 조기에 진화됐다. 경기침체에 직면한 각국 정부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증시 및 위험 자산 가격은 재차 반등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즉 단기적으로 철강 등 상품 가격반등은 가능해 보인다. 무엇보다 거시경제에 대한 우려가 많이 진정됐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전히 가시진 않았지만 최근 6월 금리를 동결했지만 향후 추가 인상을 시사한 미국의 '매파적 동결' 기조도 이미 시장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신규 주간실업청구건 수 증가 등 불투명한 고용전망으로 단기 긴축 가능성 역시 완화됐다.

EU 금리 인상 지속 및 일본 호황 등에 따른 달러 약세 기조도 상품가격 상승의 요인이다. 두 번째는 중국의 부양책이다. 중국 생산자물가지수는 20개월 연속 하락하고, 전년대비 물가도 내리고 있다. 공업 이익은 역사적 최저 수준(2009년 리먼 사태·2020년 코로나)으로 급감했다. 그대로 방치하면 심각한 디플레이션 국면이다. 중국 정부의 7일물 역 RP금리 및 1년 만기 MLF(중기유동성지원창구) 금리 100bp 인하와 1조 위안 규모의 특별 국채 발행을 통해 인프라 투자 및 지방 정부 부채를 상환하는 데 쓰겠다는 언급도 현 상황이 매우 위중함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수익성 악화에 따른 중국 철강사의 자발적 감산이다. 이는 수요 부진에 따른 출하량 감소 및 마진 악화와 관련 있다. 이 같은 공급 축소를 통한 수급 개선으로 업황은 소폭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아연 등 일부 비철금속 역시 감산을 통한 가격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현재 반등이 오래가진 못할 것이란 점이다. 지금 같은 고금리 환경에선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경기 반등과 같은 상품 가격에 우호적 환경을 기대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현재와 같은 고금리 수준에서 상품 가격이 강세를 보였던 시기는 거의 없다. 최근 전 세계적인 서비스업 호황으로 긴축 우려가 또다시 높아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의 20%를 차지하는 부동산 경기는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 청년 실업률은 20%를 넘어섰고, 돈을 풀어도 사람들은 집 구매를 꺼린다. 완연한 '유동성 함정'으로 봐도 무방하다. 상황이 심각하다 보니 일각에선 부동산 규제 전면 폐지를 주장하기도 한다. 시진핑 정부의 주요 가치 중 하나인 공동 부유 역시 불황 앞에선 속수무책인 것인가?

상품은 물론, 전세계 부동산 가격도 조금씩 들썩이고, 거래도 재개되고 있다. 그럼에도 자산 가격의 추세적 반등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지금의 유례없는 고금리 상황은 경제 전반에 다양한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미국 중소형 은행 파산 역시 양적 완화 이후 갑자기 찾아온 고금리 국면이 가져온 결과물이다. 과거 긴축이 종료돼도 고금리 국면이 지속되면 경기는 대체로 부진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조금은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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