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거대양당의 민심외면 증후군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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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2  |  수정 2023-06-22 06:57  |  발행일 2023-06-22 제22면
李, 싱하이밍 제지않고 경청

민주당 의원들 방중도 惡手

국민 84% 오염수 방류 반대

천일염 대란 불안심리 노정

일본에 쓴소리 못하는 여당

[박규완 칼럼] 거대양당의 민심외면 증후군
박규완 논설위원

# 잘못된 만남

김건모의 히트곡 '잘못된 만남'이 아니다. 이재명-싱하이밍 회동 얘기다. 국민 67%가 두 사람의 회동을 "잘못된 만남"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발언이 무례하고 부적절했다.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한국은 후회한다". 겁박 같기도 하고 훈계 같기도 하다. 싱하이밍 대사는 중국 외교부 국장급. 중량감 있는 대사도 아니다. 한국의 제1야당 대표와 국장급 대사가 등치되는 장면에 유쾌할 국민은 없다.

싱하이밍의 모두(冒頭) 발언을 유튜브로 생중계한 것도 민주당의 패착이다. "멍석을 깔아줬다"는 표현이 한 치도 틀리지 않는다. 우리 국민에 팽배해 있는 반중 정서를 정녕 모르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싱하이밍의 발언을 제지하지 않고 경청했다. '잘못된 처신'이다. 친명 정성호 의원의 말대로 "그 자리서 문제점을 지적했어야" 마땅했다. 이 와중에 민주당 의원들의 방중(訪中)은 또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이럴수록 대화가 필요하다고? 대화도 줏대를 세우고 때를 가려야 하지 않겠나.

# 오염수, 전 정부 물타기

국민의힘의 전 정부 물타기도 가관이다. 성일종 의원은 "지난 2020년 10월 문재인 정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ALPS(다핵종제거설비)를 검증해 성능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문 정부에서 검증했던 것을 부정하면서 어민을 사지에 몰아넣는 건 나쁜 괴담정치"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야당 시절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국민의힘은 불과 2년 전 야당일 때 주호영 원내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 성일종·이만희 등 수많은 의원이 오염수 방류에 적극 반대했다. 정말 낯 뜨겁지 않은가"(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 공동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 84%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했다. ALPS 처리 후에도 원전 오염수의 스트론튬 농도가 기준치의 최대 2만배에 달한다는 사실은 정부도 인정하지 않았나. 문제는 국민 불안 해소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오염수 안전에 대해 "과학엔 100%란 말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천일염 사재기는 불안 심리의 명징한 단면이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소비자들의 수산물 기피로 어민 피해가 현실화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오염수를 해양에 투기하지 않는 거다. 하지만 일본은 막무가내로 방류할 태세다. 인접국 한국에 시료 채취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주변국의 동의 없는 오염수 방류는 폭거다. 정부여당은 일본에 쓴소리 한마디 못 한다. 무위(無爲) 또는 방관이다. 이 역시 요상한 시추에이션 아닌가. 의뭉스러운 민심외면이다.

# 질책과 감시 절실

애덤 스미스는 1759년 출간한 '도덕감정론'에서 "이기적인 인간이 도덕적 결정을 내리는 건 '공명정대한 관찰자'를 염두에 두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럽의 살인범죄가 중세에 비해 35분의 1로 줄어든 소치도 '관찰자' 덕분이다. CCTV, 유전자 검사, 첨단과학수사 등으로 범인 검거율을 획기적으로 높였기 때문이다. 국민정서를 배반하며 헛발질만 해대는 거대양당에도 '공명정대한 관찰자'가 절실하다. 국민과 언론이 끊임없이 질책하고 감시하며 때론 선거로 심판해야 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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