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7] 울진을 원자력 수소 거점으로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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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2 07:47  |  수정 2023-06-22 08:39  |  발행일 2023-06-22 제13면
그린수소 넘어 핑크수소…생산 인프라 집적화땐 年 20만t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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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죽변면 후정리에 들어설 예정인 울진 원자력수소국가산업단지 조감도. 경북도는 원자력 국가산업단지가 가동되면 82개 기업이 입주해 2만4천여 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7조1천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 울진이 국내 수소경제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하면서다. 원자력수소는 원자력의 열과 전기를 활용해 탄소 배출 없이 대량의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청정 수소를 저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현재 울진에는 7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3기의 원전이 건설 중에 있어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이 가동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해안 수소경제 벨트'의 거점 도시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도 높다.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7편에서는 울진 원자력수소 경제의 미래를 소개한다.

     왜 원자력 수소인가     

날씨에 관계 없이 안정적 생산 가능
단가도 재생에너지 수소比 30% 불과
脫탄소·에너지 안보 확보 '해법' 부상
美·中·英 등 글로벌 상용화 경쟁 가속


◆경북 원자력 수소산업포럼

"기후위기로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국제 질서가 됐으며, 글로벌 에너지 수요 증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천연가스 가격 폭등은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가격에 안정적인 에너지를 확보하면서도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해법이 바로 '원자력수소'입니다."

지난 8일 울진군 북면 호텔덕구온천 매봉홀에서 열린 '2023년 경북 원자력 수소산업포럼'에서 손병복 울진군수가 강조한 말이다. 경북도와 울진군이 주최하고 영남일보가 주관한 이날 포럼은 손 군수를 비롯해 김찬수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수소연구실장, 이종화 GS건설 상무, 심형진·정범진·이수출·김준우 교수 등 원자력 전문가와 경제계 인사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울진 주민들도 행사장을 찾아 많은 관심을 보였다 .

포럼은 8~9일 이틀간 '에너지 대전환의 서막, 경북과 울진의 원자력수소 개발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열렸다. 원자력을 활용한 청정 수소기술 동향과 상용화 개발에 대해 논의하고 원자력 청정수소 특화도시 조성을 위한 다양한 실증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첫날 행사는 손 군수의 기조강연에 이어 △청정수소 산업의 기술개발 및 상용화 방안 △원자력수소 국내외 동향 및 전망 △i-SMR(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를 활용한 청정 수소 생산 프로젝트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조성계획 △수소기술개발 중장기 전략 등에 대한 전문가 발표가 이뤄졌다. 원자력수소와 관련한 세계적 흐름에 대한 정보는 물론 수소산업 활성화에 대한 다양한 방안이 나왔다.

둘째 날에도 △액체수소 인프라 구축과 울진 원자력 청정수소 생산·실증단지 협력방안 △CF100의 현황과 시사점 등을 주제로 발표가 이뤄졌다. 이번 포럼은 원자력 수소 산업의 올바른 발전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국내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또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의 활용과 동해안 수소경제벨트 건설 방안에 대해 관련 기업 등과 실질적인 의견을 나눈 것도 큰 성과다.

    '상용화 전진기지' 국가산단    

연구개발·저장·운송 밸류체인 구축
산단 조성 경제 파급효과 7조원 달해
철강·화학 등 대규모 수요기업 연계
동해안 '수소경제 벨트' 중심지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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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경북 울진 호텔덕구온천에서 열린 '2023 경북 원자력 수소산업포럼'에서 패널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영남일보 DB〉

◆수소경제의 대안 '핑크 수소'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하는 무한한 양을 가진 원소다. 산소와 결합하면 전기와 물이 발생하고, 사용 후에는 물로 재순환된다. 수소를 잘 활용하면 고갈되지 않는 무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수소는 보통 여러 화합물에 포함돼 있어 얻는 방법이 중요하다. 추출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거나 환경 오염이 유발된다면 청정에너지로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그레이 수소' '블루 수소' '그린 수소' 등으로 구분한다. 얼마나 친환경적인지를 색깔로 나타내는 것이다.

그레이 수소는 석유화학 및 철강 산업에서 발생한 부생수소와 천연가스에서 얻은 추출수소(개질수소)를 통칭한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통상 수소 1㎏을 생산할 때 나오는 탄소 배출량은 10.4㎏(천연가스 )~16.9㎏(석탄)에 이른다.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수소의 80%는 그레이 수소다.

블루 수소는 화석 연료에서 수소를 얻는다는 점에서 그레이 수소와 같다. 다만 배출된 탄소를 포집해 저장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포집한 탄소의 처리 문제가 남아있어 블루 수소 역시 친환경 에너지로는 한계성을 지닌다.

그린 수소는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어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생산 단가가 너무 높고, 생산 효율이 떨어져 경제성이 낮다.

이 같은 생산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핑크 수소'다.

핑크 수소는 원자력 발전에서 생산되는 전기와 열을 활용해 물을 분해하는 수소 생산 방식이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없고, 날씨에 관계 없이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더욱이 원자력수소는 원전의 비송전 전력을 활용해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 단가가 매우 저렴하다. 수소 1㎏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재생에너지가 7천500~1만1천원이지만, 원자력은 3천500원에 불과하다. 청정 에너지원으로 원자력 수소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이미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캐나다, 중국 등 각국은 원자력수소 상용화 연구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1년 "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수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0.1%에서 2050년 10%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한국도 원자력수소 상용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키로 하고, 울진 죽변면 일원(158만㎡)을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2030년까지 사업비만 3천996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국가산단에는 원자력수소와 관련한 기업과 소재·부품·장비 제조업체, 연구시설 등이 입주해 원전의 열과 전기를 이용해 대량의 청정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국내 대기업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GS건설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국가산단 안에 혁신형모듈원자로(i-SMR)와 수소 생산 및 해수 담수화 설비를 건설해 운영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형모듈원자로 2기를 설치, 340㎿의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활용해 연간 3만t의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기본 목표다.

경북도는 앞으로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을 연구와 개발은 물론 생산, 저장, 운반, 활용까지 가능한 수소 산업의 밸류체인(가치사슬·value chain)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또 국가산단 안에 원자력 수소 생산·실증단지 조성도 검토 중이다. 공기업과 대학, 연기기관이 참여하는 원자력수소 생산·실증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연간 20만t의 수소 생산기반을 갖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북도는 울진에 대형 수소수송선이 드나들 수 있는 항만과 광역 교통망 확충 등 산업기반 인프라 확충에도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원자력수소의 생산과 저장뿐만 아니라 운송, 활용 기업의 집적화가 이뤄진다면 울진이 동해안 수소경제 벨트(강원~경북~울산)의 거점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동해안을 따라 철강, 화학, 시멘트 등 화석연료 사용량이 많은 기업이 밀집해 있어 수소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의 신속한 조성을 위해 경북도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북도개발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정했다. 준공 목표는 2028년이다. 예비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행정 절차를 거친 뒤 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에 거는 기대감은 크다. 국내 수소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차치하고 고용과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국가산단이 가동되면 82개 기업이 입주해 2만4천여 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적 파급효과만 7조1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중권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은 "오랜 노력 끝에 힘을 모아 지난 3월 울진 수소원자력 국가산단 등 경북의 3개 국가산업단지 선정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며 "원자력수소 산업 육성을 통한 미래 먹거리 창출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경북도가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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