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협정 70년 '못다 핀' 대구 의학도 기리며…경대의대, 6·25 참전 학우에 '명예졸업장'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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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3  |  수정 2023-06-23 09:32  |  발행일 2023-06-23 제1면
9월2일 전사 확인 10명에 수여
정전 협정 70년 못다 핀 대구 의학도 기리며…경대의대, 6·25 참전 학우에 명예졸업장
권태환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학장이 21일 오전 대구 중구 경북대 의과대학 625 참전용사 학우 추모비를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6.25전쟁의 참상 속에 꽃 피우지 못한 젊은 대구 의학도들의 꿈이 정전 협정 70년만에 이뤄지게 됐다. 경북대 의대는 오는 9월2일 '의대 100주년 기념식'에서 참전 전몰 학우 10명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한다.


앞서 경북대 의대는 1980년 4월 이들의 희생정신과 명복을 기리기 위해 신관에 6·25 참전 전몰 학우 추모비를 건립했다. 또 매년 6월엔 참전 전몰 학우 추도식을 거행해 왔다.


경북대에 따르면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대구의과대학(경북대 의대 전신) 등록 학생 299명 중 147명이 참전했다. 이중 전사자와 행방불명자는 총 47명이었다. 희생자 대부분은 만 20세 미만의 1949년 입학생들(제21·22회)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전사자로 확인된 11명의 공적이 추모비에 기록돼 있으며, 1명은 사전에 졸업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발간된 경북대 의대 동창회지 '안행지'에는 이들의 활약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1950년 6월28일 새벽 서울이 함락됐다는 비보가 전해지자 그날 오전 11시 대구의과대학 전교생은 대학 교정과 중앙강당에 모였다. 오직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자원입대서를 제출한 의학도들은 곧장 전선에 배치돼, 여러 차례 방어전에서 의무병 및 소총수 등으로 활약했다. 이후 북진을 거듭하다 같은 해 10월 평북 덕천 전투에서 숱한 희생자가 나오는 비극을 겪었다. 일부 생존자는 중국에 포로로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경북대 의대는 전쟁 중 학적부 등 일부 서류 소실로 정확한 입대 학생 및 희생자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꾸준한 학적부 발굴과 함께 1980년 교정에 건립된 전몰 학우 추모비 등을 종합 검토해 희생 학우를 찾는 사업을 진행해 왔다. 전몰 학우의 유가족을 찾는 데도 공을 들여 10명 중 2명의 유가족을 찾았다.


경북대는 이들에게 명예졸업증을 수여하기 위해 학사 규정까지 바꿨다. 개정된 학사 규정은 입학 후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지 못해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된 인물에게는 명예졸업증을 수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권태환 경북대 의과대학장은 "나라를 위해 분연히 일어나 참전하셨던 수많은 선배들 덕분에 오늘날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이 있다. 자랑스러운 선배에게 최소한의 성의를 보일 수 있게 돼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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