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 쏙, 포인트 착착' 순환자원 회수로봇 인기

  • 이승엽
  • |
  • 입력 2023-06-27  |  수정 2023-06-27 07:10  |  발행일 2023-06-27 제2면
대구시, 지난해 말부터 순환자원 회수로봇 15대

페트병 1병당 10원, 하루 최대 1천 원 적립 가능

지난 5월 15만4천여개 수거, 시 29대 추가 도입
로봇에 쏙, 포인트 착착  순환자원 회수로봇 인기
26일 대구 남구청에 설치된 순환자원 회수로봇에 한 시민이 투명페트병을 투입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yeongnam.com

대구 남구에 거주하는 김지혜(38) 씨는 최근 재활용품 수집에 재미를 붙였다. 길거리를 돌며 버려진 페트병을 줍는가 하면, 지인들에게 사용한 페트병을 모아 달라고 연락을 돌리는 수고로움도 마다치 않는다. 그렇게 모인 페트병은 남구청에 마련된 '순환자원 회수로봇'을 통해 마일리지로 전환된다. 하루가 다르게 쌓여가는 마일리지를 보면서 흐뭇한 미소도 짓는다.


김 씨는 "1천 보를 걸어야 10원 적립되는 앱도 인기인데, 재활용품을 모아 하루 1천 원은 그야말로 '혜자' 수준"이라며 "아이와 함께 재활용품을 직접 로봇에 넣으면서 재활용품 분리수거 조기교육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혜자'는 가성비가 좋은, 푸짐하다는 뜻이다.


대구지역 재활용품 분리수거 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순환자원 회수로봇'이 도입되면서 재활용품이 새로운 '앱테크' 아이템으로 주목받는 모양새다.


26일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대구지역에 투명페트병 등 재활용품을 무인 수거하는 '순환자원 회수로봇'은 15대가 운영되고 있다. 로봇이 설치된 곳은 중구보건소·재활용센터·서문시장 등 중구 3개소를 비롯해 서구 3개소, 북구 2개소, 남·수성구 각 1개소, 달서구 4개소 등이다.


시는 지난해 10월 재활용품 무인회수기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순환자원 회수로봇을 도입했다. 지난 2021년 12월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시행착오를 줄이는 한편, 투명페트병의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로봇 1대당 가격은 3천만 원이다. 시는 보조금 50%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자체에 로봇 도입을 권유했다.


로봇은 물체 인식 시스템을 갖춰 라벨이 제거된 투명페트병만 선별해 수거한다. 이용자에게는 포인트를 적립해 현금으로 돌려준다. 포인트는 페트병 1병당 10포인트씩으로, 1인당 하루 최대 100병까지 투입할 수 있다. 포인트는 2천 포인트 이상 쌓이면 이용자 계좌로 이체할 수 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난달 로봇을 통해 수거된 투명페트병은 15만 4천 354개(3천86㎏)에 이른다. 불과 4달 전인 지난 1월(5만5천715개·1천114㎏)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이용자도 도입 세 달 만에 1천 명을 돌파하는 등 입소문을 타면서 급격하게 늘었다. 앱을 통해 로봇의 수거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비어있는 로봇을 찾아 재활용품 수거 '원정'을 떠나는 이색 광경도 펼쳐지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에 지자체들도 앞다퉈 로봇 도입에 나서고 있다. 시는 올해 29대의 로봇을 추가로 들일 계획이다. 투명페트병 외에 캔을 수집하는 기계도 도입키로 했다. 인센티브 방식의 재활용품 정책 발굴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박진희 남구청 녹색환경과장은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의 참여형 재활용 정책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뜨겁다. 초기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반신반의했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에 고무된 상황"이라며 "로봇을 재활용품 분리수거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승엽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