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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대구시 군위군 군위읍 삼국유사교육문화회관 앞 버스승강장. 눈·비를 피하기 위한 지붕은 물론 기본적인 버스 노선 안내판마저 설치돼 있지 않다. |
"여기가 급행 9번 서는 곳이 맞습니까?"
지난 3일 오후 3시30분쯤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교육문화회관 맞은편 버스승강장. 김준상(63·군위읍)씨가 애타는 목소리로 영남일보 취재진을 향해 물어왔다. 이날 버스승강장은 33℃까지 치솟은 무더운 날씨에 아스팔트 복사열까지 더해져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정보안내기는커녕 노선 안내판조차 없어 스마트폰 사용에 어려움을 겪던 김씨는 그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땡볕에 너무 오래 서 있었더니 더위를 먹은 것 같다. 최소한의 노선 안내판만 설치했더라도 이렇게 불안하진 않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으로 새 버스 노선 개통 등 대중교통 통합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인프라 격차 문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수십 년간 관련 인프라 개선이 미뤄진 탓에 교통시설은 물론 교통문화 수준도 상당히 벌어진 상태다. 관련 예산도 세우지 않아 당분간 군위행 버스 손님들의 불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4일 대구시와 군위군 등에 따르면 군위지역 버스승강장 총 564곳 중 지붕이 있는 유개승강장은 186곳(33%)이다. 나머지 378곳(67%)은 지붕이 없다. 승객은 이 승강장에선 눈·비를 피할 수 없다.
대구지역 전체 버스승강장(3천335곳) 대비 유개승강장 설치율 63.8%(2천129곳)의 절반 수준이다.
이번에 신설된 급행 9번이 달리는 노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급행 9번이 서는 군위지역 21개 승강장 중 14곳이 지붕이 없다. 지붕이 있는 곳도 의자가 마련돼 있지 않은 탓에 대기 승객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새 버스 노선이 서는 버스정류장을 놓고도 지역사회의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급행 9번 등 신설 노선이 기존 농어촌버스보다 멈춰서는 승강장 수가 적다 보니 김씨처럼 엉뚱한 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승강장에 정보안내판이 없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대구시에는 이와 관련한 민원이 다수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지만 인프라 개선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군위 편입이 완료됐음에도 인프라 개선 관련 대구시 예산 배정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기본적인 표지판 개선 역시 대구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서 이미 다년 계약을 체결한 탓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는 급한 대로 급행 9번 등 신설 노선 도로의 승강장 등 인프라 개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신설 노선 인프라 개선이 완료되면 향후 군위군과 협의해 전체 승강장에 대한 업그레이드에도 나서기로 했다.
김윤회 대구시 버스노선 관리팀장은 "올해는 군위군 자체 예산으로 하반기 스마트쉘터 설치 등 버스승강장 개선에 착수키로 했다"며 "시에서도 내년 시내버스 유개승강장 및 편의시설 설치 예산을 군위군 급행 노선 구간에 우선적으로 재배정하는 등 시내버스 정류소 편의 증진에 힘 쓰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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