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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휴가철에 접어든 30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이 피서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 휴가 성수기다. 3년여간의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후 첫 여름 휴가인 만큼 어느 때 보다 시민들의 기대와 설렘이 크다.
정치권도 8월 초에는 '쉼'의 시간을 가진다. 국회는 이미 휴식기에 돌입했다. 7월 임시국회 회기가 지난 28일 종료됐고, 오는 8월16일부터 열리는 다음 임시회까지 20 여일 간 국회 일정은 없다.
각당 지도부들도 일제히 휴가를 떠난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지난달 29일부터 6일까지 휴가를 냈다. 가족들과 베트남 여행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1~4일 수도권에서 휴가를 보낸다.
정치권의 관심은 '대통령의 휴가'에 쏠려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휴가를 기점으로 국정 분위기를 바꿔온 만큼, 윤석열 대통령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대통령의 휴가 정치'에서 자주 언급되는 사례는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여름 휴가다. 당시 '청남대'로 불리는 충남의 대통령 별장에서 휴식을 취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복귀 이후 '금융실명제' '역사바로세우기' 등 선이 굵은 정책들을 시행했다. '청남대 구상'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대통령이 휴가를 통해 차기 정국을 구상한다'는 개념이 자리 잡은 것도 사실상 이때 부터다.
윤 대통령도 지난해 여름 휴가를 보낸 뒤 대통령실 홍보수석 교체와 국정기획수석을 신설했으며, 일부 대통령실 인사들의 교체도 단행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2일부터 6박 7일간 휴가를 갖는다. 당초 윤 대통령은 수해 복구 등을 이유로 휴가를 미뤄뒀지만, 대통령실 참모진들 사이에서 휴가의 필요성을 건의하면서 쉬게 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그동안 순방 등 격무에 시달렸고, 어느 정도 휴식이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했다"며 "한편으로는 대통령이나 공무원들의 휴가라는 것이 내수진작이라든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올해도 휴가를 가시는 게 좋겠다고 건의를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초 휴가 기간에 서울 서초동 사저에만 머물렀던 윤 대통령은 올해 휴가지를 방문한다. 휴가지는 경남 거제의 저도다. 저도는 이른바 '청해대'(靑海臺)라 불리는 대통령 별장이 자리한 곳으로 역대 대통령들의 단골 휴가 장소다.
올해 윤 대통령의 휴가에선 일부 부처 장관 교체에 대해 숙고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산업통상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에 대한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광복절 특별사면이나 오는 18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도 휴가 기간 집중적으로 살필 과제로 거론된다.
윤 대통령이 휴가 기간 읽을 '책'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휴가 독서'는 최근 정치권의 트렌드이다. 이미 여야 당 대표들은 휴가 시 읽을 책에 대해 언급했다. 이재명 대표는 '난세일기'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한 '같이 가면 길이 된다'를 읽을 예정이다. 김기현 대표는 '위대한 협상:세계사를 바꾼 8개의 협정', '기본소득 비판', '세습 자본주의 세대' 등을 챙겼다고 한다.
책을 통해 무엇을 얻을 지는 대통령이나, 여야 대표 정치인의 몫이지만, 내년 총선 전략을 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얻기 위해 신경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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