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간담회하는 윤희숙 혁신위원장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7.13 pdj663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탄핵·계엄 사죄' '대표 단일 지도 체제 구성' 등 연일 혁신안을 내놓으며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내란 등 특검 수사로 야당 의원이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어서 이미 탈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 문제를 사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주장과 함께 지도체제 개편에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내홍이 커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출범 하루 만인 지난 10일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를 당헌·당규 수록하는 것을 '1호 혁신안'으로 제안했다. 11일에는 현재의 최고위 체제를 폐지하고 당 대표 단일 지도체제로 의사 결정 구조를 전환하는 것을 '2호 혁신안'으로 채택했다. 혁신위는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전에 구체적인 쇄신 로드맵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혁신위가 속도를 높이는 까닭은 최근 당 지지율이 10%대로 곤두박칠치고 전통적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도 지지층 이탈이 관측되면서 더는 쇄신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안철수 의원이 이른바 '쌍권'(권성동·권영세 의원)에 대한 인적 청산 요구를 당 지도부에서 거부했다며 혁신위원장 임명 직후 전격 사퇴(7일)하면서 계파 갈등이 표면화한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혁신안을 둔 당내 논란으로 혁신위의 의지가 실제 재창당 수준의 성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장 당 내에서는 당헌·당규에 사죄 표현을 명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표 단일지도체제 전환에 대해서도 정당 민주주의 훼손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장동혁 의원도 혁신위를 공개 비판했다.
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충분한 의겸 수렴 없이 내놓은 혁신안은 민주성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끝없는 갈등과 분열만 되풀이하고 야당의 본분만 흐리게 만드는 정치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장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계엄·탄핵 반성에 대해 "언제까지 사과만 할 것인가"라며 "특검이 무리하게 전직 대통령을 재구속해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하면서 더 이상 절연할 것이 남아 있기라도 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13일 한 방송에 출연해 "특정 계파를 몰아내는 식으로 접근하면 당연히 필패하게 돼 있다"며 "인적 청산을 먼저 얘기했는데, 일의 순서가 거꾸로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탄핵의 바다를 건너지 못하는데 더 이상 사과와 반성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분들은 당을 죽는 길로 밀어 넣는 것"이라며 "탄핵의 바닷속으로 머리를 쳐들지 못하게 누르는, 이런 분들이 인적 쇄신의 0순위"라며 지도부와 당권 주자들을 직격했다.
윤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대선 실패 △대선 후보 교체 시도 △대선 후보의 단일화 입장 번복 △계엄 직후 의원들의 대통령 관저 앞 시위 △당 대표 가족 연루 당원 게시판 문제 △22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공천 원칙 무시 △특정인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지난 정권서 국정운영 왜곡 방치 등 8가지 인적 쇄신 대상을 지목하기도 했다.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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