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1]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상)

  • 류혜숙 작가
  • |
  • 입력 2023-08-16 05:58  |  수정 2023-08-16 05:59  |  발행일 2023-08-16 제18면
신성계곡 백석탄·송강리 습곡…지질명소 24곳 '경이로운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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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군 안덕면 일대에 위치한 신성계곡은 청송 8경 중 1경으로 꼽힐 만큼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하얀돌이 반짝거리는 개울' 이라는 뜻을 지닌 백석탄은 계곡의 정수로 불린다.

경북 청송은 매력이 넘치는 고장이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과 국제슬로시티(Slow City) 인증을 받은 곳이자 국립공원까지 갖춘 국내 유일한 지역으로 빼어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더불어 유서 깊은 역사문화자원과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레포츠 환경도 보유하고 있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면서 힐링의 시간을 갖고 한발 더 나아가 삶의 조화로운 리듬을 지키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청송이다. 영남일보는 오늘부터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 1번지 산소카페 청송' 시리즈를 연재한다. 세계적인 관광 도시를 꿈꾸는 청송의 다채로운 매력을 다양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덧붙여 소개한다.

용전천 기슭따라 송강리 습곡 형성
한반도 형성 이전 암석 볼 수 있어

청송호 남서쪽엔 파천구상화강암
세계 100여곳 산출되는 희귀 암석

수락리 주상절리·면봉산 칼데라
백악기때 화산 활동이 남긴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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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읍 부곡리 달기 약수탕에서 등산객이 약수를 뜨고있다.

청송은 2017년 5월1일 제주도에 이어 한국에서 2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되었다. 유네스코는 세계지질공원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고 지질공원의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해 4년마다 심사를 하는데, 이를 통과하면 4년간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청송은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운영위원회의 현장평가 심사를 통과했고 최근 재인증을 확정했다. 만장일치였다. 청송은 군 전체가 세계지질공원이다. 그 가운데 화성, 퇴적, 수리, 고생물 및 지형을 주제로 한 총 24곳의 지질명소들이 청송 전역에 흩어져있다. 청송으로의 지질여행은 한반도가 형성되기 이전부터 오늘에 이르는 거대한 시간 여행이다.

◆고생대 이전의 지질명소, 송강리 습곡

청송의 파천면. 청송 나들목을 통과해 첫 번째로 발 디디는 청송 땅이다. 이곳에 한반도가 형성되기 이전인 선캄브리아기의 암석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송강리 습곡'이다. 용전천 물길을 따라 오르면 산소카페 청송정원이 펼쳐진다. 청송정원의 제2주차장에서 용전천을 가로지르는 돌다리를 건너면 송강리 마을의 동쪽 천변에 닿는다. 그곳에 주름투성이인 송강리 습곡이 용전천 기슭을 따라 약 170m 드러나 있다. 이곳의 기반암은 선캄브리아기 변성암류인 호상 편마암, 화강암질 편마암, 석회규산염암과 그를 관입하는 동시대의 화성암류인 화강편마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편마암은 지구가 탄생하고 바다가 만들어진 후 원시 바다에서 형성된 퇴적암이 변성되어 만들어진 암석이다. 즉 원래 바닷속에 있던 퇴적암이 지하 깊은 곳에서 열과 압력을 받아 변성된 것이다.

송강리 습곡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이름 그대로 습곡이다. 이 외에도 단층과 암맥 등 다양한 지질구조가 관찰된다. 습곡은 지하 깊은 곳에서 지층이 양쪽에서 미는 힘을 받아 휘어진 것이다. 단층은 지표면 근처에서 외부의 힘을 받아 끊어져 어긋난 것, 암맥은 지하 깊은 곳의 마그마가 기반암의 갈라진 틈으로 관입해 굳어진 것이다.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는 송강리 습곡은 선캄브리아시대의 암석이 이후의 긴 시대를 거치며 여러 차례의 지각변동과 화성활동으로 변화된 모습이다. 여기에는 3회의 중첩된 습곡 작용과 관입시기를 달리하는 3회의 산성 암맥들의 관입작용, 그리고 1회의 단층운동이 기록되어 있다. 즉 선캄브리아기 이후 적어도 네 번의 지구조 운동을 겪었다는 의미다. 선캄브리아기의 변성암류는 청송군에서 송강리에 소규모로 분포하며, 청송의 여러 지질명소 중 시대와 성인, 그리고 암석 분류상 변성암에 해당하는 유일한 지질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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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안자암단애는 사암이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을 거쳐 절리로 쪼개지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중생대로의 진입, 파천구상화강암과 달기약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중생대 초인 트라이아스기 때, 지구 내부의 화강암질 마그마가 선캄브리아기의 변성암층에 관입했다. 그리고 마그마는 천천히 식어 둥근 모양의 구상 화강암이 되었다. 암모나이트가 살던 시대다. 파천면 신흥리에는 2007년 청송양수발전소가 들어서면서 만들어진 커다란 청송호가 있다. 그 호수의 남서쪽 뾰족한 끝자락에 트라이아스기의 구상화강암이 있다. 파천면에서 발견되었다고 '파천구상화강암'이라 부른다. 파천구상화강암은 핵을 중심으로 석영이나 장석과 같은 밝은색 광물과 흑운모와 같은 어두운색 광물이 번갈아 성장해 마치 양파의 속과 같은 구조를 보인다. 이러한 구상암은 세계 100여 군데 정도에서 산출되는 매우 희귀한 것이다. 파천 구상화강암은 평소 물속에 잠겨 있지만 현재 청송양수발전소 홍보관 앞에 전시되어 있어 쉽게 볼 수 있다.

신흥리의 동북쪽인 청송읍 부곡리의 '달기약수탕' 주변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의 화강암 위에 쥐라기의 퇴적암이 덮여 있는 지형이다. 지하 깊은 곳의 이산화탄소가 화강암의 틈을 타고 올라와 퇴적암 내의 광물과 반응해 무기질과 탄산이 가득한 천연 광천수를 만든 것이 달기약수다. 무기질 중 특히 철분의 함유량이 많아 주변이 붉다. 지금은 하탕에서 상탕까지 계곡을 따라 줄줄이 10여 군데의 암반에서 약수가 솟아난다. 심지어 계곡물에서도 뽀글뽀글 탄산이 올라온다.

◆백악기 퇴적암의 다양한 얼굴, 신성계곡 녹색길

파천면의 남쪽 안덕면에는 청송 제1경으로 꼽히는 신성리 계곡에서 지소리를 거쳐 고와리까지 길안천의 절경을 따라 이어지는 '신성계곡 녹색길'이 있다. 이곳에는 4곳의 지질명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퇴적명소인 '만안자암단애'와 '방호정 감입곡류천', 고생물명소인 '신성리 공룡발자국', 지형명소인 '백석탄 포트홀' 등, 모두 백악기 경상분지 퇴적암을 기반으로 하는 지질명소다. 동해가 열리기 전, 땅은 하나의 거대한 대륙이었고 신성리 계곡 일대는 드넓은 호수와 초원이었다. 물줄기들은 자유롭게 평지를 흘렀고 잘게 부서진 암석들과 함께 천천히 호수로 흘러들었다. 암석들은 쌓이고 굳어져 지층이 되었다. 이렇게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큰 호수를 경상호 또는 경상분지라 하고 퇴적암층을 경상누층군이라 부른다. 이때의 날씨는 따뜻했다. 식물은 풍부했으며 공룡과 다양한 동물들이 뛰놀았다. 그리고 가끔 화산활동이 일어났다.

신성계곡의 방호정은 1619년 조선 중기의 학자 조준도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세운 정자다. 방호정이 올라앉은 절벽은 사암과 이암이 번갈아 층을 이루고 그 사이 간헐적으로 응회질사암층이 나타나는 백악기 퇴적층이다. 이는 당시 우기와 건기가 되풀이되었고 때로는 화산활동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공룡들은 호수 주변을 활보했다. 방호정 맞은편 '신성리 공룡발자국'이 그때의 흔적이다. 백악기 말 공룡들은 사라졌다. 시간이 흘러 땅이 융기하자 천천히 흐르던 하천은 빠르고 깊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방호정 감입곡류천'이다. '만안자암단애'는 만안 마을에 발달한 붉은 절벽을 말한다. 자암을 구성하는 암석은 사암으로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을 거치면서 절리로 쪼개져 지금의 모습이 됐다. 신성계곡의 정수로 꼽히는 백석탄은 '하얀 돌이 반짝거리는 개울'이라는 뜻이다. 이곳의 퇴적층은 역암과 사암, 이암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석영, 장석과 같은 흰색의 광물 입자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하얗게 보인다. 백석탄에서는 흔적화석, 층리, 사층리, 이암편 등 많은 퇴적구조를 관찰할 수 있으며 특히 항아리 모양의 침식지형인 돌개구멍(포트홀)도 많이 분포되어 있다.

◆백악기 화산폭발의 순간, 수락리 주상절리와 면봉산칼데라

백악기 경상누층군이 형성되는 동안 청송에는 여러 차례 화산활동이 있었다. 그중 한 곳이 청송의 가장 남쪽인 현서면과 현동면, 포항의 북구 죽장면에 걸쳐 있는 면봉산이다. 면봉산은 청송의 산들 중에서 지질학적으로 독특한 산에 꼽히는데, 백악기의 폭발적인 화산작용으로 만들어진 칼데라의 잔류 화산체이기 때문이다. 지구 내부의 마그마가 지표를 뚫고 분출하면 화구 주변에 분출물이 쌓여 화산체를 형성한다. 이후 큰 폭발이 일어나거나 산정부가 함몰되면서 만들어진 분지지형이 칼데라다. 면봉산 지역에는 현동면 남서부에서 현서면 남동부에 걸쳐 지름이 약 10㎞에 달하는 칼데라가 있었다.

면봉산 칼데라는 대규모의 화산재가 옆으로 흐르면서 쌓인 회류응회암으로 형성되었다. 이 응회암을 특별히 면봉산응회암이라 부른다. 면봉산응회암은 칼데라 내부에만 분포되어 있는데 이를 보여주는 것이 현서면의 '수락리 주상절리'다. 대부분의 주상절리는 용암이 식어 만들어지지만 수락리의 주상절리는 뜨거운 화산재가 쌓이고 엉겨 붙었다가 식으면서 만들어졌다. 이러한 응회암 주상절리는 드물게 나타나는 것이라 한다. 수락리 주상절리는 수락2교에서 동쪽 산자락 보현천변에 펼쳐져 있다. 주변의 가파른 산들도 면봉산 응회암에 해당되고 보현천도 칼데라 속을 흐른다. 면봉산의 칼데라 지형은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으로 대부분 사라졌다. 화구 역시 가늠하기 힘들다. 그러나 수락리 주상절리는 화산폭발과 이후의 시간을 촘촘한 기록으로 보여주고 있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청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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