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포항 전통시장 감성여행 .2] 중앙상가와 야시장

  • 류혜숙 작가
  • |
  • 입력 2023-08-17 05:44  |  수정 2023-08-17 05:45  |  발행일 2023-08-17 제13면
낮엔 쉼터·밤엔 놀이터…24시간 재미 가득한 '포항의 명동'
일제 강점기부터 포항의 중심지로 명맥을 이어온 북구 대흥동 중앙상가 거리를 시민들이 거닐고 있다.
포항 중앙상가는 매년 여름이면 다양한 먹거리와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야시장으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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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상가 야시장 개장식에 참가한 내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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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상가 야시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취식 부스에 앉아 먹거리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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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락밴드 롤링쿼츠가 중앙상가 야시장 개장 축하 무대에서 화려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 상가들로 빼곡한 거리의 한가운데를 실개천이 흐른다. 실개천은 깊이 20㎝에서 50㎝, 폭은 30㎝에서 100㎝로 구불구불 S자 모양으로 흐른다. 천변에는 푸른 관목들이 숨을 쉰다. 그늘막과 벤치가 곳곳에 자리하고, 형형색색의 가로등이 늘어서 있다. 어둠이 내리면 바닥에 설치된 빨강, 노랑, 파랑의 수중 조명등 214개가 동시에 켜져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실개천 양편으로는 약 900여 개의 점포가 늘어서 있다. 젊은이와 연인들, 어른과 아이들, 상인과 예술가들이 이 거리에서 저 골목으로 활보한다. 아장아장 걷던 아이가 그 작은 손으로 흐르는 물을 잡는다. 아주 쉽게 폴짝 건널 수 있는 실개천, 그러나 물의 힘은 세다. 포항의 중앙상가다.

친수공간 확보로 옛 명성 회복
도심 재생사업 우수사례 인정
국내·해외서 벤치마킹 잇따라
야시장 개장으로 '새로운 도약'
지역민·관광객 방문으로 활기


◆포항 중앙상가

중앙상가는 포항 중앙로의 서편에 커다란 블록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 가운데를 관통하는 길은 중앙상가길. 구 포항역 앞에서 육거리까지 약 660m 뻗어있는 이 길을 사람들은 중앙상가 실개천 거리라 부른다. 중앙상가에는 없는 게 없다. 이 가게에 없는 물건은 다른 가게에서 곧바로 살 수 있다. 모든 점포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정보의 교류 또한 활발하다. 코로나를 겪으며 공실이 부쩍 많아졌지만, 중앙상가는 1949년 포항이 시로 승격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줄곧 민생경기의 상징이자 지역 경제의 중심이며 포항의 자존심이다.

중앙상가 일대는 아주 오래전부터 포항의 중심이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포항 시내에서 가장 큰 도로가 중앙로였다. 역과 버스터미널이 포진한 포항의 관문이었고, 각종 관공서가 집결해 있었으며, 주변으로 온갖 상업시설이 밀집해 있는 포항 도시 형성의 시발점이었다. 전성기는 1980년대다. 시공관(시민회관), 포항백화점, 무궁화백화점, 아카데미극장, 국제극장, 시민극장, 시민제과, 경북서림 등이 성업을 이루던, 일명 상업적 문화자본 전성기였다. 중앙상가는 포항의 최대 번화가로 '포항의 명동'이라 불렸다.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나 어깨를 부딪치며 걸어야 했을 정도였다. 이후 신도시 개발 등으로 도시의 덩치가 커지면서 중앙로는 상대적으로 왜소해졌다. 관공서가 자리를 옮기고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이 생기면서 중앙로는 침체기를 겪었다. 중앙로 변신의 시작이 바로 중앙상가의 실개천이라 할 수 있다.

포항시는 중앙상가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수십 차례 현장 방문과 마라톤 회의, 아이디어 공모 등 고심을 거듭했다. 그 결과 2007년 8월 많은 반대 여론에도 상가 거리에 친수 공간을 확보했다. 실개천을 중심으로 포항시립중앙아트홀, 중앙아트센터, 별밤지기아트홀 등 연극, 공연, 전시 공간이 들어섰다. 유동인구도 실개천 조성 전보다 두 배 이상 많아졌다. 국내 많은 도시의 도심 재생 디자인 관련 공무원과 시의원, 학생, 교수 등이 실개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녀갔다. 중국 산둥성 래무시, 미국 피츠버그시, 일본 조에츠시 등에서도 사절단이 다녀갔다. 중앙상가 실개천은 도심 재생사업 및 도시디자인 추진의 수범사례로 평가돼 2008년 도시대상 국토해양부 장관상과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았고 2011년에는 아시아 도시경관상까지 수상했다.

구 포항역 방향의 중앙상가 입구에는 옛날 역전 파출소가 있었다. 이후에는 벽천분수가 물을 뿜었고 지금은 하얀 요트 모양의 실개천 전망대가 자리한다. '해양 도시로 나아가는 포항'이라는 의미로 2018년에 완공했다. 전망대이자 쉼터이고 때로는 버스킹이 벌어지는 열린 공간이다. 높게 솟은 전망대의 돛은 대형 LED 미디어 파사드로 중앙상가를 찾는 이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육거리 방향의 중앙상가 입구에는 쇳물이 흘러나오는 용광로 모양의 수원이 실개천으로 물을 흘려보낸다. 뒤에는 도로의 출발점과 종점을 알리는 도로원표가 놓여 있다. 포항 곳곳에 있는 도로 표지판이 바로 이 도로원표를 기준으로 만들어진다. 도로원표에는 서울, 부산, 대구, 속초, 인천, 경주 등 각 도시까지의 거리가 기록되어 있다. 이곳에서 모든 길이 통한다.

◆여름밤 실개천변의 야시장

요즘 중앙상가의 밤은 여느 때보다 활기가 넘친다. 실개천을 따라 다양한 음식 부스와 푸드트럭이 늘어서 있고 먹거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긴 줄이 끝없다. 플리마켓에서 양초를 만드는 아이들, 네일아트를 하는 아가씨,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가족들, 양손 가득 먹거리를 들고 활보하는 청춘들이 거리에 가득하다. 여름밤의 '영일만 친구 야시장'이다. '영일만 친구 야시장'은 2018년 행정안전부의 '전통시장 야시장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2019년 중앙상가 실개천거리에 자리 잡았다. 육거리에서 북포항우체국까지 260m 구간으로 매년 같은 장소에서 열리고 있다. 개설 당시 평일 방문객만 1천~2천명, 주말에는 1만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야시장을 찾으면서 큰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결국 폐장, 지난해 재개장했다. 올해는 지난 12일 개막해 오는 9월30일까지 8주 동안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4시부터 밤 9시까지 열린다.

야시장의 꽃은 먹거리다. 오후가 되면 중앙상가는 맛있는 냄새로 가득 찬다. 포항초샌드, 사탕수수주스, 별별호떡, 차돌박이야키소바, 비트수수치즈호떡, 단짝포대팝콘, 오코노미야키, 닭꼬치, 마시멜로탕후루, 삼겹야채말이, 갈릭버터새우구이, 치즈삼겹말이, 큐브스테이크, 파인애플 셰이크, 필리치즈스테이크, 파스타, 와인, 핸드드립커피, 목살꼬치, 맥주, 생크림킹콩와플, 롱추로스, 반려동물치킨, 식어도 맛있는 호떡, 넴누이, 각종음료와 얼음물, 경주십원빵, 크루아상붕어빵, 쿠시카츠, 버터오징어구이, 베이컨쪽파치즈소금빵 등 온갖 맛과 향이 진동한다. 먹거리는 부스형태와 푸드트럭,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인기가 많은 먹거리는 줄을 좀 오래 서야 한다. 음식은 포장을 해서 갈 수도 있지만 야시장의 분위기를 한껏 느끼고 싶다면 취식 부스를 이용하면 된다. 방문객들이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거리 곳곳에 테이블과 의자, 텐트가 설치되어 있고 쉼터도 마련되어 있다. 먹거리 외에 한지공예, 지비츠 그립톡 만들기, 바다캔들, 비즈공예, 석고방향제, 자개 모빌 등 체험형 플리마켓도 운영하고 있고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이벤트 부스로는 타로, 사주, 네일아트, 마술 등이 준비되어 있다. 야시장을 찾는 시민들을 위해 중앙상가 화장실 외에도 많은 가게들이 자체 화장실을 개방했다. 입구에 '착한화장실(개방화장실)'이라 공지된 가게를 이용하면 된다.

매주 토요일에는 이벤트가 열린다. 야시장 개장 날에는 서머 페스티벌이 열렸다. 축하공연과 각종 거리이벤트가 있었다. 2주차인 19일은 비어데이다. 악기연주와 대중가수들의 공연이 있을 예정이며 야시장 먹거리와 함께하는 비어데이 1캔 무료 증정 이벤트가 있다. 3주차인 8월26일에는 다문화 가요제가 열린다. 4주차에는 3인 3색 미니 콘서트가 열리고 5주차에는 중앙상가 보이스 배틀이 있다. 6·7·8주차에도 골목극장, 청소년 댄스페스타, 고향사랑 행복 어울림마당이 기획되어있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포항시.

공동기획 : 포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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