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7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터져나왔다.
이는 표면적으론 총 121석이 몰린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이 지난 21대 총선 수도권 16석을 얻었던 최악의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뜻한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이 "배를 침몰시키려는 승객은 승선하지 못 한다"는 발언이 나오는 등 사태가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일각에선 총선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시작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수도권 위기론은 4선의 윤상현, 3선의 안철수·하태경 의원 등 주로 비윤(非윤석열)계 의원들이 주로 제기하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18일 "당이라는 배가 좌초되거나 어려워지면 누가 가장 먼저 죽는지 아나. 우리 수도권 의원들"이라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특히 윤 의원은 위기 원인으로 영남권·강원권 일색의 당 지도부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기도 했으며 "당 지도부가 수도권 경쟁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방송에서 수도권 및 내년 총선이 "심각한 위기"라고 짚었으며 하 의원도 "수도권 위기뿐만 아니라 총선 자체가 위기"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이철규 사무총장이 지난 16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발언한 내용이 전해지면서 '수도권 위기론'은 계파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 총장은 당시 의총에서 일부 의원이 방송과 SNS 등에서 '수도권 위기론'을 거론하며 당 지도부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노를 거꾸로 젓고 있다",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 못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은 당 사무를 총괄하는 위치임은 물론 당내 친윤(親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인사인 만큼 이 총장의 발언 뜻을 두고 당이 술렁였다. 10월 예정인 지역구 당무감사나 내년 총선 공천에 당 지도부에 비판적인 비윤계 인사들에 대한 경고장을 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이에 하 의원은 "배를 수리하는 쓴소리와 배를 침몰시키는 막말과 악담을 구분 못 하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며 "민주당이 국민에게 외면당한 것도 당내 쓴소리를 전부 틀어막았기 때문"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다만 당 지도부는 수도권 선거가 쉽지 않다는 데 공감대를 표하고 있지만, 최근 여론조사상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해 지지율이 높은 만큼 '수도권 위기론'은 실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에선 '서울 박빙 우세, 경기·인천 박빙 열세'를 진단하면서 수도권 위기론의 실체가 없으며, 오히려 '해볼 만한 선거'라고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서울에서 각각 32%·21%, 인천·경기에서 각각 33%·23%로 나타나기도 했다(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또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가 완만하게나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점과 2030 세대가 대체로 무당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지세를 끌어올 수 있다는 희망적인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위기론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반사이익'에 따른 측면이 강하다고 반박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등과 같은 외부 변수로 인해 발생한 착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당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용산 대통령실에 끌려다니는 바람에 민심을 읽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YTN 인터뷰에서 울산 지역 4선인 김기현 대표, 대구 지역 3선인 윤재옥 원내대표를 거론하면서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수도권 선거를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며 "남 탓할 것 없이 지금 배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니까 좀 내부 수리부터 하라"고 지적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