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2]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하〉

  • 류혜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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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3 07:42  |  수정 2023-08-23 07:43  |  발행일 2023-08-23 제16면
7천만년 전 화산 폭발이 만든 주왕산…곳곳에 지질명소·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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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남동쪽 자락에 위치한 절골계곡은 응회암 지대에 협곡을 이루고 있다. 50m이상 높이의 단애들이 10~20m 거리를 두고 서 있으며, 경사는 거의 수직이고 횡단면은 수직에 가까운 V자 형이다.

약 1억 년 전, 청송 일대는 호수였다. 이후 호수 바닥에 잠겨있던 고생대와 중생대의 시간 위로 천천히 퇴적물들이 흘러들어와 쌓이고 쌓였다. 시간이 흘러 그 퇴적층이 무려 600m에 다다른 어느 날 지반이 융기하여 육지가 되었다. 그리고 공룡이 우글거리던 중생대의 끝 무렵에 이르러 퇴적층의 약한 틈을 뚫고 격렬한 화산 폭발과 함께 용암과 화산재가 쏟아져 나왔다. 용암은 불의 강으로 흘렀고 그 위로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내려앉았다. 화산재는 공중으로 흩어지지 못한 채 지표면을 따라 흘러내려 저지대를 메웠다. 쌓인 화산재는 점차 식어 굳어졌고 치밀하고 단단해졌다. 그동안 몸에는 절리가 생겨났다. 수직의 절리를 따라 침식이 이루어졌고 약한 부분은 조각되었으며 강한 부분은 남아 웅장한 봉우리가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주왕산이다.

기암단애·용연폭포·용추협곡 등
주방천 계곡 따라 6군데 지질명소
휠체어 이용자도 갈 수 있는 코스
절골·노루용추계곡·주산지도 명성
진보 괴정리 꽃돌 국제적으로 희귀


◆백악기 말 화산폭발이 만든 주왕산 국립공원

주왕산은 약 7천만년 전 화산 폭발로 분출된 용암과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졌다. 화산 폭발은 아홉 번 이상이었다고 여겨진다. 산을 피라미드로 그려보면 맨 아래에는 현무암, 그 위에는 응회암, 그 위에는 안산암과 퇴적암, 그리고 맨 꼭대기는 다시 응회암이다. 이 화산폭발의 시간 속에 만들어진 주왕산의 지질 명소는 기암단애, 주방천페퍼라이트, 연화굴, 용추협곡, 용연폭포, 급수대 등 6곳이다. 주왕산국립공원 입구 대전사 보광전 건물 뒤로 보이는 거대한 암석 봉우리가 주왕산의 지질학적 특징을 한눈에 보여주는 첫 번째 지질명소인 기암단애다. 폭 150m 7개 봉우리로 갈라진 기암단애는 화산재가 식어 만들어진 응회암을 물과 바람이 조각한 작품이다. 주방계곡을 따라 오르면 만나게 되는 급수대 주상절리와 용추협곡도 같은 과정으로 만들어졌다.

연화굴 역시 주왕산 응회암 지대에 속한다. 응회암은 냉각되는 과정에서 특정한 방향의 절리를 형성한다. 굴이 뚫려 있는 지점은 수직절리, 상부는 수평의 판상절리, 아래쪽은 불규칙한 괴상의 절리다. 연화굴을 구성하는 응회암이 복합적이고 불규칙적으로 냉각되었다는 의미다. 굴 뒤편의 검은 암벽은 안산암 암맥이다. 수직 절리대에 수평의 암맥이 끼어들어 틈이 생겼고 그 틈으로 지표수가 흘렀다. 그렇게 절리의 풍화와 물로 인한 침식이 가해져 만들어진 것이 연화굴이다. 용연폭포의 주요 암질도 응회암이다. 응회암 절리를 따라 물이 계속 흐르면서 절벽을 만들고 폭포가 되었다. 물이 흐를수록 절벽은 깎이고 떨어져 나갔다. 이러한 연속적인 침식과정 속에서 폭포는 조금씩 뒤로 물러났고 낙하하며 튀어 오른 물에 의해 양측 벽면에서는 여러 개의 하식동굴이 만들어졌다. 왼편에 나란히 형성된 세 개의 하식동굴은 가장 먼 것이 가장 오래된 것이고 폭포가 조금씩 후퇴하면서 두 번째, 세 번째 동굴이 만들어졌다. 용연폭포는 오늘도 후퇴 중이다.

현무암은 대전사 부근에서 소규모로 나타난다. 대전사에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 동안 한동안 길벗이 되어주는 딴딴한 암벽이 그것이다. 현무암 아래에는 화산폭발 전의 퇴적암층이 깔려 있는데 용암은 이 퇴적층이 완전히 굳기 전 차갑고 촉촉하고 말랑말랑할 때 터져 나왔다. 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이 만나자 둘은 폭발적으로 뒤섞여 불꽃처럼 깨졌는데 이렇게 생긴 것이 페퍼라이트(Peperite)다. 페퍼라이트는 대전사에서 자하교(제1폭포)까지 등산로를 따라 관찰된다. 주왕산의 6군데 지질명소는 주방천 계곡을 따라 대전사에서 용추협곡까지 이어지는 2㎞ 구간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자도 갈 수 있는 무장애 탐방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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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읍 월외리 초입에서 달기폭포까지 동서로 약 1.5㎞ 이어지는 노루용추계곡의 모습.

◆주왕산의 형제들(절골협곡과 주산지, 노루용추계곡)

주왕산의 남동쪽 자락에 절골이라는 계곡이 있다. 옛날 계곡 깊은 곳에 운수암이라는 절이 있었다 하여 절골이라 불린다. 절골은 주왕산의 몸통을 이루는 거대하고 치밀한 응회암 지대에 협곡을 이루고 있다. 50m 이상 높이의 단애들이 10~20m 거리를 두고 서 있으며 경사는 거의 수직이고 횡단면은 수직에 가까운 V자형이다. 절골협곡은 주왕산 용추협곡과 마찬가지로 수직 절리가 침식되어 형성되었다. 이 골짜기를 따라 물이 흐르며 암석 바닥을 깎아 현재와 같은 좁고 깊은 협곡이 되었다. 절골 아래에 또 하나의 골짜기가 있는데, 1720년 조선 경종 원년에 이 골짜기의 해발 400m 즈음을 막아 만든 저수지가 주산지다. 평균 수심이 약 8m인 주산지는 준공 이후 현재까지 아무리 오랜 가뭄에도 밑바닥을 드러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주산지 아래에는 치밀하고 단단한 응회암이 깔려 있다. 그 위에 퇴적암, 그 위에 덜 치밀한 응회암이 층을 이룬다. 맨 아래의 응회암이 도자기와 같은 그릇 역할을 하고, 그 위의 퇴적암과 응회암은 비가 오면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고 있다가 조금씩 내놓기 때문에 주산지의 물은 마르지 않는 것이다.

주왕산의 북쪽, 청송읍 월외리 초입에서 달기폭포까지 동서로 약 1.5㎞ 이어지는 계곡을 노루용추계곡이라 한다. 이곳에서는 백악기 중기 퇴적암층 위에 백악기 후기의 응회암층이 쌓여 있다. 중기에서 후기로 이어지는 시간은 없다. 어쩌다 퇴적이 중단되었거나 난데없이 지층의 일부를 잃었거나 하는 사건이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시간의 공백이 있는 지층을 부정합이라 한다. 응회암은 천천히 침식되어 낮은 폭포를 이루고 퇴적암은 빨리 침식되어 넓고 얕은 폭호를 이룬다. 노루용추계곡 입구에서는 이처럼 작은 폭포와 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폭호가 경승을 이룬다. 주왕산과 가까워지는 동쪽으로 오를수록 응회암층은 점점 두꺼워지고 수직 절리와 단애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그 절정이 달기폭포다. 높이 11m 내외로 쏟아지는 달기폭포는 주왕산 응회암에 발달한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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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암 화강암 단애는 세립질 화강암이 풍화·침식을 받으면서 절리를 따라 쪼개지고 강물에 깎이면서 만들어졌다.

◆신생대의 시간(나실 마그마 혼합대와 병암 화강암 단애, 꽃돌, 법수도석, 얼음골)

신생대에 들어서도 여러 화산활동이 이어졌다. 약 6천500만년 전 부남면에서는 지하 깊은 곳에서 흐르던 화강암질의 마그마가 백악기 퇴적암의 약한 부분을 뚫고 관입했다. 얼마 후에는 섬록암질의 마그마가 관입했고 또 얼마 후 다시 화강암질 마그마가 관입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종류의 마그마가 섞이면 중간 성분의 마그마가 생성되는데 이를 혼합대라고 한다. 부남면 대전리 나실마을은 섬록암과 화강섬록암이 분포되어 있는 마그마 혼합대다. 부남면 구천리에서는 화강암질 마그마의 관입으로 형성된 세립질 화강암을 볼 수 있다. 나실마을의 마그마 혼합대는 쉽게 식별하기 어렵지만 구천리의 화강암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땅속에 있던 세립질 화강암은 융기해 땅 위로 드러났고 지표면에서 오랜 시간 동안 풍화와 침식을 받으면서 절리를 따라 쪼개지고 강물에 의해 깎여 지금 병암 화강암 단애로 우리 앞에 서 있다. 진보면 괴정리에서는 약 5천만년 전 규산 성분을 많이 포함한 마그마가 백악기의 퇴적암층에 관입했다. 마그마는 빠르게 식으면서 암석 내부에 한 점을 기준으로 방사상 형태로 자랐다. 이것을 구과상 유문암이라 하는데 단면이 꽃처럼 다양하고 아름다워서 꽃돌이라고 부른다. 청송 꽃돌은 매우 다양한 구상조직을 갖고 있어 국제적으로도 매우 희귀하다.

주왕산 남쪽 무포산 지역에는 백악기 말에서 신생대 제3기 초의 화산작용을 나타내는 응회암층이 아주 넓게 퍼져 있다. 이 무포산 응회암층에 유문암질 암맥이 관입했고 그때 발생한 뜨거운 열수에 의해 응회암이 변질되어 백색의 도석이 만들어졌다. 도석은 그 자체만으로도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암석으로 무포산 자락 법수골에서 난다. 그래서 법수도석이다. 500년 전통의 청송백자가 바로 법수도석으로 만들어지며 전 세계 10개 미만의 지역에서 산출되는 함리튬토수다이트라는 점토 광물이 포함되어 있어 높은 가치를 지닌다.

청송 얼음골도 무포산 응회암에 속한다. 신생대 제4기 최후의 지질시대에 들어 한반도에는 빙하기와 간빙기가 잇따라 출현했고 응회암 단애의 절리나 틈에 함유되어 있던 수분은 얼고 녹기를 반복했다. 그로 인해 팽창과 수축이 거듭되었고, 틈을 따라 균열되어 떨어져 나간 암석이 하나둘 아래로 굴러내려 너덜을 이루었다. 무질서하게 쌓여 있는 크고 모난 바위들의 틈새로 들어간 공기는 온도가 낮고 습한 지하의 영향을 받으며 바위틈을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아래쪽에서는 차갑고 습한 공기가 바깥쪽으로 빠져나오면서 따뜻하고 건조한 외부 공기와 만나게 된다. 이때 공기 중의 습기가 기화하면서 주변의 열을 흡수해 온도가 더욱 낮아지는데, 냉각의 정도가 크지 않으면 차가운 바람이 부는 풍혈이, 냉각의 정도가 심하면 얼음이 어는 빙혈이 만들어진다. 보통 32℃ 이상이 되면 얼음이 얼고 그 아래로 떨어지면 얼음이 녹는 청송 얼음골은 뜨거울수록 얼음이 어는 이상하고 신비로운 계곡이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청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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