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군 수비면 수하계곡 야외수영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수하계곡은 물이 맑고 깨끗한데다 수심이 깊지 않아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다. |
수비면 수하계곡 일대 390만㎡
2015년 국제밤하늘보호공원 지정
반딧불이 생태숲·천문대 등 갖춰
밤이면 별자리·별똥별 보며 탄성
국내 최대 반딧불이 서식지 명성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
영양 국제밤하늘보호공원 야영장 전경. |
청소년 수련원에는 숙식이 가능한 펜션과 캠핑장이 있고 공연장과 야외수영장 등이 조성되어 있다. 반딧불이 공원과 생태숲은 천문대 서편 언덕진 산자락에 넓게 자리한다. 이곳에 반딧불이가 산다. 옛날에는 아주 흔해서 개똥벌레라 불렸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해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래서 반딧불이가 산다는 것은 가장 깨끗하고 맑은 땅이라는 의미다. 반딧불이는 해가 진 이후에야 만날 수 있지만 한낮의 산책도 청량히 즐기기 좋은 숲이다. 숲에는 수생식물 관찰장, 음지식물원, 반딧불이 광장, 야생화와 아름드리 소나무가 우거져 산림욕을 즐기고 힐링이 가능하다. 또 숲속 쉼터, 탁 트인 공간에서 초화류 군락지를 감상할 수 있는 하늘광장, 솔바람 전망대 등이 조성되어 있고 생기로운 수목들 사이로 산책로가 이어진다. 새들의 지저귐이 대단하다.
영양 반딧불이천문대 외부 모습. |
별관인 별 생태체험관에서는 수하계곡 일대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에 대해 가르쳐 준다. 사슴벌레와 반딧불이, 장수풍뎅이 등을 실제로 볼 수도 있다. 별밤 극장에서 별에 대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미디어 플로어에서는 운석이 날아오는 화성 표면을 걷는 스릴 넘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도시의 밤하늘에는 왜 별들이 드문지, 빛의 공해가 어떻게 별들을 사라지게 하는지도 알게 되고 우주경찰 반디와 함께 태양계를 지키는 데에 동참할 수도 있다. 앞마당의 온실은 야생식물원이다. 영양군에서 자생하는 야생화와 장수포천에 서식하는 토종어류 및 반딧불이, 나비, 곤충 등을 만날 수 있다.
영양 별생태체험관 생태전시실 내부. |
◆수하계곡
장수포천은 수비면 오기리 개실곡에서 시작된다. 구불구불 북동쪽으로 향하던 물길은 경북 울진 왕피리에서 왕피천과 합류해 동해로 흘러간다. 천문대 앞 장수포천이 둥글게 흐르는 곳의 자연부락은 기푸내 또는 지푸내(深川)라 불린다. 물 깊은 마을이라는 뜻이다. 반딧불이로는 장수포천과 함께 달리다 오무마을에서 끝난다. 오무마을은 옛날 오동나무가 무성했던 마을이라 한다. 따뜻하고 물이 맑고, 골이 깊고 고기가 많은 마을로 1990년대까지 전기는 물론 수도도 들어오지 않았던 오지 중의 오지다. 보통 수하리 지푸내에서 오무마을까지 약 20㎞의 장수포천 물길을 수하계곡이라 한다.
이끼 하나 없는 계곡물이다. 차디찬 물은 얼음처럼 투명해 물속이 훤히 보인다. 하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크고 작은 소(沼)와 물살에 씻겨 반드러워진 돌들이 윤슬에 몸을 뒤척인다. 기암들은 물 밖으로 불쑥 고개를 내밀었고 반짝이는 모래톱과 부드러운 자갈밭은 가까운 뭍으로 가 누웠다. 계곡의 폭은 넓은 편이다. 깊이는 성인의 종아리에서 허리 정도여서 물을 즐기기에 좋다. 긴 계곡의 어디든 자리 잡은 그곳이 최고의 장소다. 간혹 보이는 낚시꾼들은 꺽지를 잡는 중이다. 여름이면 은어 떼가 동해에서 왕피천을 따라 올라와 펄떡인다. 밤이면 수달이 그 매끄러운 몸매를 드러내고, 반딧불이가 빛난다. 수하계곡은 국내 최대의 반딧불이 서식지다. 반딧불이는 거의 1년을 유충으로 살다가 불과 일주일에서 열흘 동안만 성충으로 산다. 그 기간 동안 이슬을 먹고, 열심히 빛을 내며 교미를 하고, 포근한 이끼 위에 알을 낳고 죽는다. 영양에서 볼 수 있는 반딧불이는 크게 애반딧불이와 운문산반딧불이, 늦반딧불이 세 종류다. 매년 6월에서 7월 초순까지 애반딧불이와 운문산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으며, 8월 중순 이후부터 9월까지는 늦반딧불이를 관찰할 수 있다.
천변의 벼랑 위에는 솔숲이 무성하다. 울창한 숲의 내음은 치열한 햇빛을 뚫고 뛰어내려 계곡에 퍼진다. 물도, 하늘도, 숲도, 공기도 투명하다. 이 모든 것들이 순수의 기운으로 가득한 드높은 산들에 푹 파묻혀 있다. 계곡물에 몸을 담그면 마음까지 스미는 맑음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쏟아지는 커다란 고요함에 돌연한 전율을 맞는다. 깜깜하고 투명한 하늘이다. 뛰어들 수 있을 것만 같은 은하수와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별똥별의 하늘에 고대인들이 이름 지은 별들이 모두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영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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