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따라 이야기 따라 영양에 취하다 .5]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과 수하계곡

  • 류혜숙 작가
  • |
  • 입력 2023-08-24 07:33  |  수정 2023-08-24 07:33  |  발행일 2023-08-24 제13면
깜깜한 밤하늘 은하수 흐르고, 청정 계곡엔 반딧불이 춤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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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군 수비면 수하계곡 야외수영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수하계곡은 물이 맑고 깨끗한데다 수심이 깊지 않아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다.
국제밤하늘협회(IDA:International Dark Sky Association)라는, 동화에나 나올 법한 이름의 단체가 있다. 믿기 어렵지만 실재한다. 1988년 두 명의 미국인 천문학자가 설립한 이 단체는 빛이 공기나 물, 토양처럼 오염될 수 있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슬로건은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한 어두운 밤하늘 보호 노력'이다. 그들은 조명을 이산화탄소나 소음 등과 같은 공해의 하나로 간주, 양질의 옥외 조명 사용 운동을 벌임과 동시에 '밤다운 밤'을 가진 곳을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선정해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해오고 있다. 그 기준은 아름다운 석양, 아주 커다랗고 까만 밤하늘, 쏟아지는 별, 밤하늘의 어둠과 별의 빛을 해치지 않는 최소한의 조명 등이다. 이런 밤다운 밤을 우리도 가졌다. 태백산맥 남쪽의 일월산, 울련산, 금장산 등에 둘러싸인 깊은 계곡의 땅, 영양의 동북쪽 끝인 수비면 수하리 일대는 2015년 10월 아시아 최초로 선정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다.

수비면 수하계곡 일대 390만㎡
2015년 국제밤하늘보호공원 지정
반딧불이 생태숲·천문대 등 갖춰
밤이면 별자리·별똥별 보며 탄성
국내 최대 반딧불이 서식지 명성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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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국제밤하늘보호공원 야영장 전경.
수비면소재지를 지나 장수포천과 함께 동쪽으로 내처 나아간다. 길은 낙동정맥로, 끝없는 초록 세상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수하2리 마을회관을 지나면 도로 위에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라는 안내판이 무지개처럼 걸려 있다. 무지개를 통과해 반딧불이로로 들어선다. 이곳에서부터 장수포천을 따라 이어지는 수하계곡 일대 390만㎡가 국제밤하늘보호공원 지역이다. 잠시 후 반딧불이 생태숲과 생태공원, 반딧불이 천문대가 차례로 나타난다. 천문대에서 약 1㎞ 정도 떨어진 곳에는 청소년 수련원과 영양군생태공원 사업소 등이 위치해 있다.

청소년 수련원에는 숙식이 가능한 펜션과 캠핑장이 있고 공연장과 야외수영장 등이 조성되어 있다. 반딧불이 공원과 생태숲은 천문대 서편 언덕진 산자락에 넓게 자리한다. 이곳에 반딧불이가 산다. 옛날에는 아주 흔해서 개똥벌레라 불렸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해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래서 반딧불이가 산다는 것은 가장 깨끗하고 맑은 땅이라는 의미다. 반딧불이는 해가 진 이후에야 만날 수 있지만 한낮의 산책도 청량히 즐기기 좋은 숲이다. 숲에는 수생식물 관찰장, 음지식물원, 반딧불이 광장, 야생화와 아름드리 소나무가 우거져 산림욕을 즐기고 힐링이 가능하다. 또 숲속 쉼터, 탁 트인 공간에서 초화류 군락지를 감상할 수 있는 하늘광장, 솔바람 전망대 등이 조성되어 있고 생기로운 수목들 사이로 산책로가 이어진다. 새들의 지저귐이 대단하다.

영양 반딧불이천문대 외부 모습.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반딧불이 천문대는 반딧불이와 별을 함께 볼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곳이다. 낮의 천문대에서는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관찰할 수 있고 밤에는 행성과 성운, 성단과 은하, 그리고 달을 볼 수 있다. 600㎜ 반사망원경을 갖춘 주관측실에서는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머나먼 우주까지 관측할 수 있으며, 보조관측실에서는 총 4대의 망원경을 통해 별자리를 볼 수 있다. 태양계와 은하계를 배울 수 있는 전시실도 있고, 돔 스크린을 갖춘 천체 투영실에서는 별과 어둠에 관한 영상도 시청할 수 있다. 은하수를 보기 가장 좋은 계절은 보통 4월에서 7월 초, 그리고 장마가 끝난 뒤 8월부터 9월 초까지다. 꼭 이때가 아니더라도 사계절 내내 별자리와 은하수로 가득한 하늘을 볼 수 있지만, 이 시기에는 더욱 선명한 별과 은하수를 볼 확률이 높다. 영양반딧불이천문대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별을 관측하기 좋은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는 '별빛 예보'를 제공하고 있다. 날짜별로 최대 일주일까지 별 관측 예보가 제공된다.

별관인 별 생태체험관에서는 수하계곡 일대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에 대해 가르쳐 준다. 사슴벌레와 반딧불이, 장수풍뎅이 등을 실제로 볼 수도 있다. 별밤 극장에서 별에 대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미디어 플로어에서는 운석이 날아오는 화성 표면을 걷는 스릴 넘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도시의 밤하늘에는 왜 별들이 드문지, 빛의 공해가 어떻게 별들을 사라지게 하는지도 알게 되고 우주경찰 반디와 함께 태양계를 지키는 데에 동참할 수도 있다. 앞마당의 온실은 야생식물원이다. 영양군에서 자생하는 야생화와 장수포천에 서식하는 토종어류 및 반딧불이, 나비, 곤충 등을 만날 수 있다.

영양 별생태체험관 생태전시실 내부.
밤이 되면 이곳의 모든 조명들은 낮게 땅을 비춘다. 최소한의 인공조명이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모두 꺼진다. 천문대 관측실의 돔 지붕이 열리고 하늘이 펼쳐진다. 북두칠성, 북극성, 견우성과 직녀성이 빛나고 은하수가 흐른다. 전갈자리, 물병자리 별이 떠오른 후 밝은 별 하나가 뒤따른다. 목성이다. "별은 늘 그 자리에 있어요.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빛의 공해가 별빛을 지웠을 뿐." 셀 수 없이 많은 별의 밤을 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단다. 그리고 늘 그리워하게 된단다. 국제밤하늘협회 회원은 현재 전 세계 수천 명에 이른다. 그들 모두 밤다운 밤의 셀 수 없이 많은 별을 보았을 것이다. 비행기가 별들 사이를 반짝이며 지나간다. 천천히 움직이는 빛은 인공위성이다. 별똥별이 떨어진다. 탄성이 터진다. 모두 하늘을 바라본다. 계곡의 하얀 바위에 걸터앉은 이도, 캠핑장의 데크에 비스듬히 누운 이도, 펜션의 테라스에 선 이도 모두 하늘을 바라본다. 알 길 없는 눈물이 나도 주책이라 할 것 없다. 인간은 모두 별의 아이들이니까. 개구리 소리, 풀벌레 소리, 계곡물 소리가 서로 목청 자랑을 한다.

◆수하계곡

장수포천은 수비면 오기리 개실곡에서 시작된다. 구불구불 북동쪽으로 향하던 물길은 경북 울진 왕피리에서 왕피천과 합류해 동해로 흘러간다. 천문대 앞 장수포천이 둥글게 흐르는 곳의 자연부락은 기푸내 또는 지푸내(深川)라 불린다. 물 깊은 마을이라는 뜻이다. 반딧불이로는 장수포천과 함께 달리다 오무마을에서 끝난다. 오무마을은 옛날 오동나무가 무성했던 마을이라 한다. 따뜻하고 물이 맑고, 골이 깊고 고기가 많은 마을로 1990년대까지 전기는 물론 수도도 들어오지 않았던 오지 중의 오지다. 보통 수하리 지푸내에서 오무마을까지 약 20㎞의 장수포천 물길을 수하계곡이라 한다.

이끼 하나 없는 계곡물이다. 차디찬 물은 얼음처럼 투명해 물속이 훤히 보인다. 하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크고 작은 소(沼)와 물살에 씻겨 반드러워진 돌들이 윤슬에 몸을 뒤척인다. 기암들은 물 밖으로 불쑥 고개를 내밀었고 반짝이는 모래톱과 부드러운 자갈밭은 가까운 뭍으로 가 누웠다. 계곡의 폭은 넓은 편이다. 깊이는 성인의 종아리에서 허리 정도여서 물을 즐기기에 좋다. 긴 계곡의 어디든 자리 잡은 그곳이 최고의 장소다. 간혹 보이는 낚시꾼들은 꺽지를 잡는 중이다. 여름이면 은어 떼가 동해에서 왕피천을 따라 올라와 펄떡인다. 밤이면 수달이 그 매끄러운 몸매를 드러내고, 반딧불이가 빛난다. 수하계곡은 국내 최대의 반딧불이 서식지다. 반딧불이는 거의 1년을 유충으로 살다가 불과 일주일에서 열흘 동안만 성충으로 산다. 그 기간 동안 이슬을 먹고, 열심히 빛을 내며 교미를 하고, 포근한 이끼 위에 알을 낳고 죽는다. 영양에서 볼 수 있는 반딧불이는 크게 애반딧불이와 운문산반딧불이, 늦반딧불이 세 종류다. 매년 6월에서 7월 초순까지 애반딧불이와 운문산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으며, 8월 중순 이후부터 9월까지는 늦반딧불이를 관찰할 수 있다.

천변의 벼랑 위에는 솔숲이 무성하다. 울창한 숲의 내음은 치열한 햇빛을 뚫고 뛰어내려 계곡에 퍼진다. 물도, 하늘도, 숲도, 공기도 투명하다. 이 모든 것들이 순수의 기운으로 가득한 드높은 산들에 푹 파묻혀 있다. 계곡물에 몸을 담그면 마음까지 스미는 맑음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쏟아지는 커다란 고요함에 돌연한 전율을 맞는다. 깜깜하고 투명한 하늘이다. 뛰어들 수 있을 것만 같은 은하수와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별똥별의 하늘에 고대인들이 이름 지은 별들이 모두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영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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