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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
부활이란 말을 접하면 우린 어떤 것을 연상할까. 아마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나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부활'을 떠올릴 것 같다. 가수 김태원이 리더로 있는 그룹 부활 또는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을 생각할 수도 있겠다. 1894년 완성된 교향곡 '부활'은 말러가 존경했던 뵐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다. 영원불멸한 우주와 인간의 허무, 부활에의 동경을 음악으로 녹여냈다.
부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 때문일까.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만년 꼴찌'란 멍에의 보상심리 때문일까. 대구시민의 경제부활 염원은 유난하다. 체화(體化)되다시피 했다. 그런 시민들의 소망에 화답이라도 하듯 대구경제가 꿈틀거린다. 부활의 전조(前兆)가 일렁인다.
# 산업지형이 바뀌었다
대구 '1천억원 클럽' 기업 98개 중 섬유업종은 티케이케미칼 단 한 곳. 섬유가 득세하던 자리를 2차전지·반도체·전기차부품·의료기기가 메꿨다. 엘앤에프, 에스앤에스텍, 성림첨단산업, 카펙발레오, 에스엘, 대성하이텍, 이수페타시스, 메가젠임플란트 등이 눈에 띈다. 신성장업종의 약진이 눈부시다. 산업 경쟁력이 제고되고 기업의 부가가치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엘앤에프는 대기업보다 더 주목받는 신스틸러다. 양극재란 성장업종에 올라탔으니 매출 신장세가 거침이 없다. 산업 부침(浮沈)의 조류를 제대로 읽은 결과다. 지난해 5월엔 1천50개사가 포진한 코스닥에서 시가총액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엘앤에프는 '더 큰 물'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준비 중이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에스엘은 중견기업의 포스를 넘어섰다. 탄탄한 기술력으로 생산거점을 글로벌화 했다.
# 발군의 경제지표
대구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3.8%로 역대 최고치다. 전국 평균 0.9%를 크게 웃돈다. 5.3%의 제조업 생산증가율 역시 전국 평균 -9.8%를 압도한다. 국가경제든 지역경제든 성장의 일등 공신은 수출. 대구의 수출 증가세가 폭발적이다. 올 상반기 대구 수출실적은 59억9천300만달러.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8% 늘어나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경제지표에 탄력이 붙으면서 대구시도 자신감이 생겼다. "내년 말 통계에선 1인당 GRDP 꼴찌를 벗어날 수 있다"고 확언한다. '중국 리스크'가 변수다.
# 앵커기업·첨단기업이 온다
두산에너빌리티의 대구 투자는 상징적이다. 두산그룹의 계열사여서가 아니다. 기술이 축적된 기업인 데다 2차전지 리사이클링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확장성이 높다. 두산의 미래 먹거리와 대구 신성장산업의 교집합이 이루어진다는 의미도 있다. 엘앤에프 등과의 윈-윈 구도가 가능하다. 대구테크노폴리스에 투자를 확정한 베어로보틱스도 돋보인다. 세계 최초로 AI 기반 자율서빙 로봇을 개발한 실리콘밸리 유니콘 기업이다. 국내 최대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HD현대로보틱스는 이미 달성군에 둥지를 틀었다.
대구경제 부활의 날갯짓이 시작된 건가. 수변 신도시로 탄생할 K2 이전지와 대구경북신공항이 부스터 역할을 해주면 금상첨화다. 신성장산업과 앵커기업·토종기업들이 촉발할 나비효과, 그 자장이 어디까지 증폭될지 궁금하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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