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Serendipity'는 어느 당으로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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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31  |  수정 2023-08-31 06:56  |  발행일 2023-08-31 제22면
민주당·국힘 은근히 닮은꼴

팬덤 지향적 개혁은 뒷전

천박한 논평 견강부회 난무

홍범도 이념 논쟁 생뚱맞아

비호감·운칠기삼 총선 될 듯

[박규완 칼럼] Serendipity는 어느 당으로
박규완 논설위원

#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출범 50일 만에 조기 종료했다. 능력도 없고 방향성과 정체성마저 상실한 혁신위의 당연한 귀결이다. 노인 폄하 발언 등 김은경 위원장의 섣부른 언행은 내내 구설에 올랐다. 흡사 '리스크위원회'였다. 종료 직전 불쑥 던진 혁신안은 불쏘시개에 가까웠다. 당내 갈등만 촉발했다.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표의 등가성' 제안은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다. 팬덤을 향한 소구력은 있겠으나, 중도 성향엔 부합하지 않는다. 비명계 의원들은 "호남당, 개딸당으로 만들려는 꼼수"라며 반발했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도 민주당은 전혀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한다. 왜일까. 일단 반성에 인색하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및 노동정책, 검경 수사권 조정, 탈원전 등 실패에 대한 성찰이 없다. 정책 실패 백서도 내놓지 않았다. 이러니 대안정당의 이미지를 만들지 못한다. 유연하지도 스마트 하지도 않다. 이념에 경도된 반시장 정책을 마냥 고수한다.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면서 집단 퇴장을 들먹이는 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 인가. "저질 방탄" 얘기를 들어도 싸다.

# 윤석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용만 보면 6·25 기념사 같다. 팬덤 입맛에는 맞겠으나 외연 확대엔 마이너스다. 국민의힘은 이미 3월 전당대회에서 '당원 100% 룰'을 적용함으로써 스스로 원심력을 저하했다. 기실 전체주의는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정부는 잼버리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기업과 대학에 대원들 수용을 일방 통보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후엔 단체급식업체에 수산물 소비를 종용했다. 이런 게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찬성하거나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 암묵적 동의? 암묵적 동의는 '사실상 찬성'과 동의어다. 찬성하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실이 자체 예산을 들여 '오염수 안전' 홍보 영상을 제작한다? 안전 우려 주장을 괴담 취급한다? 납득하기 어렵다.

#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은근히 닮은꼴이다. 개혁은 시늉만 하고 팬덤 지향적이다. 혁신을 제대로 했다면 국회의원들이 여전히 200여 가지 특권을 누리고 있을 턱이 없다. 팬덤 직거래는 위험하다. 상식과 합리보다 이념 우선의 정치가 펼쳐질 개연성이 높아진다. 실사구시 정책의 추동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논평은 천박하다. 촌철살인의 풍자와 정연한 논리는 없고 상대 당을 공박하기 위한 견강부회와 거친 언설만 난무한다. 국민을 우선하는 척하며 실제론 정략에 몰입하는 위선도 양당이 판박이다. 정율성과 홍범도 장군을 둘러싼 이념 논쟁은 뜬금없고 생뚱맞다. '못난이들 경연' 같다. 답은 무위(無爲)다. 정율성 역사공원도, 홍범도 흉상 이전도 백지화하는 게 옳다.

남 탓하기보단 징비록 쓰고 시스템 공천하고 강도 높은 혁신하고 중도층으로 외연 넓히는 정당이 승리한다는 게 불변의 선거 방정식이다. 하지만 여의도 정치를 떠받치는 거대 양당이 저 모양이니 내년 총선은 비호감 '마이너리그'나 하수들의 '운칠기삼' 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 '찐윤 감별사' '수박 감별사'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력 없는 팀끼리 붙으면 흔히 실책이 결정적 변수가 되곤 한다. 상대의 자살골이 나의 'Serendipity'라는 뜻이다. 어느 당이 '뜻밖의 행운'을 누릴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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