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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본부 정치부 선임기자 |
요즘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단어는 '불안'인 것 같다. 치솟는 물가 등 경제 불안은 말할 것도 없고, 자연재해까지 우리를 괴롭힌다. 여기에 더해 일상 자체가 불안하다. 특히 '묻지마 범죄'라는 것이 우리 사회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흉기난동이 무분별하게 벌어지고 있고, SNS를 통해 살인이 예고까지 된다. 예상할 수 없는 장소나 시간, 특히 일상의 장소에서 어느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코로나19 시대에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평범한 일상'이라는 것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최근의 묻지마 범죄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일반적으로 이런 범죄들에 대해서는 '외로운 늑대'나 '깨진 유리창' 이론 등의 설명이 따라온다. 이는 각각 무리에서 버림받은 외로운 늑대가 사회나 정부에 반감을 가지고 극단적인 행동을 벌이는 것, 깨진 유리창은 방치하면 그곳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것보다 궁극적으론 우리 사회의 '극단주의화'를 꼽고 싶다. 세대 간, 계층 간, 남녀 간 등 극단화되어 가고 있는 사회 상황들을 풀지 않다 보니 '터질 것이 터졌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부 정신병력이 있는 사람들이 치료받지 않고 고립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주목된다. 하지만 이들을 사회에서 버림받도록 내버려 두었던 사회적 책임이나 사회적 갈등들이 '트리거'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지속해서 언급되고 있다.
가장 주목하고 싶은 것은 젠더(성별)와 세대 간 갈등이다. 특히 최근 묻지마 범죄를 두고 인터넷 커뮤니티서 젠더 갈등이 표출되는 것을 보고 이를 더욱 강하게 느꼈다. 사건의 피해자가 남성인 것에 대해 일부 여성 커뮤니티에선 피의자를 영웅시하는 댓글이 등장하는 한편, '한남(한국남자를 비하하는 단어)'을 찌르겠다는 글을 커뮤니티에 올린 30대 여성은 구속되기도 했다. 과거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의 갈등이었다면 이제는 전체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어 끝없이 서로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가끔 인터넷 커뮤니티 글들을 보면 서로가 혐오나 차별을 넘어 '학대'를 하는 것 같다.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진다는 느낌이다.
세대 갈등도 여전하다. 전 세대가 사용하는 유튜브에는 "요즘 같은 좋은 시절이 어디있나?" "젊은 사람들이 약해서 문제다"라는 식의 댓글이 올라온다. 2030세대의 치열함과 5060세대의 치열함은 분명 다를 것인데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대학만 졸업하면 취업하는 '낭만'을 누렸다고 생각하는 것과, 일주일에 하루를 겨우 쉬며 일하며 가정을 부양해야 했던 이들이 어떻게 하나 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정부가 내놓은 '가석방 없는 무기형' 등 엄벌들이 과연 범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갈등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다. 서로를 인정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정치부터 극단을 넘어 전쟁 양상을 보여주는데 일반 국민들은 어떨까. 과거 영호남 지역 갈등은 현재 달빛 동맹 등으로 개선의 여지를 보이고 있는데,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는 아직 소홀한 것 같다는 느낌이다. 진영 간 통합이 아닌 세대와 성별 모두 통합이 필요하다. 22대 총선의 화두는 갈등 해소를 통한 국민통합이 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정재훈 서울본부 정치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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