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0.70 솔루션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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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14  |  수정 2023-09-14 06:57  |  발행일 2023-09-14 제22면
1960년대 합계출산율 6.0명

출산율-수도권 집중 반비례

지방 거주자 '워라밸' 우위

파격적 균형발전 정책 절실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박규완 칼럼] 0.70 솔루션
박규완 논설위원

6.0→0.70. 이게 뭘까.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다. 1960년대 6.0명이던 출산율이 2023년 2분기 0.70명으로 꼬꾸라졌다. 급격한 추락 속도에 60년의 세월마저 왜소해진다. 고작 0.70명이라니. 암울한 숫자다. 지역소멸을 넘어 국가소멸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꼴찌에서 둘째인 이탈리아도 1.24명(2022년 기준)이다.

20.8→50.5. 이건 또 뭘까. 수도권 인구 비중이다. 1960년 20.8%에 불과하던 수도권 인구는 지난해 50.5%로 늘어났다. 수도권 인구는 2019년 우리나라 인구의 50%를 초과한 이래 매년 0.2%포인트 증가하는 추세다. 합계출산율과 전체 인구 감소세는 아랑곳없다는 듯.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정립한 고대 그리스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수는 만물의 근원"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만물과 만사(萬事)가 숫자로 꿰어진다. 진실과 현상도 숫자로 노정된다. 0.70과 50.5는 합계출산율과 수도권 집중의 함수관계를 은유한다. 수도권 집중이 심화할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는 반비례 현상을 투영한다.

의미 있는 수치는 또 있다. 올 2분기 서울의 합계출산율이 0.59명으로 전국 최저다. 1위는 1.80명의 전남 영광군. 사회·문화 인프라가 더 열악한 영광군의 출산율이 전국 최고라니. 수도권 일극체제의 폐해가 오롯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거주지와 출산율의 상관관계는 일본의 정책 실험에서도 증명됐다. 도쿄에서 지방으로 이주한 직장인들의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워라밸이 출산율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한국인의 평균 출퇴근 시간은 58분. OECD 국가의 두 배에 달한다. 수도권은 출퇴근 지옥이다. 출산율 제고엔 치명적 악재다.

결론은 지역균형발전. 0.70 해법도 균형발전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정곡을 찔렀다.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와 좋은 교육환경이 만들어져야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도 나름 지역균형 정책을 펼치긴 한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란 슬로건에도 균형발전의 의지가 녹아있다. 기회발전특구는 꽤나 창발적인 제도다.

하지만 이 정도론 50.5%의 '수도권 캐슬'을 허물 수 없다. 미 타임지는 2020년 대선 하루 전인 11월2일자 표지에 'TIME' 로고를 빼고 'VOTE(투표하라)'를 배치했다. 창간 97년 만의 파격에 세계가 주목했다. 균형발전 정책도 코페르니쿠스적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지역 거점 국립대를 서울대로 통합한다든가 대법원의 대구 이전 같은 파격 말이다.

좀 더 현실적인 대안도 즐비하다. 법인세의 공동세화는 어떤가. 지방을 발전 정도에 따라 4곳으로 분류해 재정자립도가 높고 자체 경쟁력이 있는 지역엔 법인세의 중앙정부 귀속분을 늘리고, 낙후지역은 지방정부 귀속분을 늘리는 방식이다. 재정분권과 균형발전에 다 유효하다. 이철우 도지사가 제안한 '국가균형발전 인지예산제'도 신박한 아이디어다. 자치입법권·자치조직권 강화와 지방분권 개헌, 지방시대위원회 행정권 부여는 해묵은 과제다.

2006년부터 380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붓고도 합계출산율이 이 모양이다. 내년에도 '저출생 극복'에 17조원의 예산을 쓴다지만 기존 패턴과 정책을 반복·나열하는 수준이다. 양육·교육·주거·고용·워라밸을 아우르는 '그랜드 비전'을 다시 짜야 한다. 그 최선봉에 균형발전 정책을 놓아야 할 것이다. 0.70 솔루션은 수도권 일극체제 혁파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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