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자유의지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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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19 06:42  |  수정 2023-09-19 06:57  |  발행일 2023-09-19 제23면

"삶은 우리가 내린 모든 선택의 총합"이라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해 각자가 처한 현실은 본인이 선택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럴듯하다. 진학에서부터 취업, 결혼에 이르기까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180도 달라지지 않는가. 그렇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중대한 선택은 그리 많지 않다. 인간이 하루에 약 150번의 선택을 한다지만 대부분 자잘한 것들이다. 출근할 때 무슨 옷을 입을지, 점심으로 뭘 먹을지 따위를 결정하는 정도다. 이에 관해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일상에서 끊임없이 이뤄지는 선택의 주체는 나일까? 대부분 사람은 그렇다고 믿는다. 외부 요소에 영향받지 않고 본인만의 '자유의지'로 스스로 선택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짜장면과 짬뽕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까지도 포함된다.

하지만 자유의지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찮다. 특히 최근 심리학과 뇌과학 분야에서는 자유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과학적 근거들이 제시되고 있다. 심리학자 벤저민 리벳은 실험을 통해 인간이 어떤 결정을 내리기 약 0.5초 전에 이미 뇌의 준비전위 영역이 발화됐음을 알아냈다. 그 후 존 딜란 헤인즈가 실시한 실험에선 준비전위 발화가 무려 10초 전에 나타났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의 의사 결정이 의식이 아닌 무의식에서 먼저 이뤄지는 게 사실이라면 실로 충격적이다.

최근 인간 두뇌 뺨치는 인공지능의 출현도 자유의지 부정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어쩌면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말처럼 "인간은 자유의지가 없는 세상에서 있는 척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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