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문화 공간의 존재 의미

  • 김정애 전 독립문예지 '영향력'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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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19 06:44  |  수정 2023-09-19 06:54  |  발행일 2023-09-19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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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애 전 독립문예지 '영향력' 발행인

야외에서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덩달아 각종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여러 행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토요일에는 대구 봉산동에 있는 사진책 전문 서점에서 열린 아티스트 토크에 참여했다. 아무래도 지방은 수도권보다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참여 기회가 부족하고 많은 작가가 수도권에서 활동하고 있기에 직접 작가를 만나는 일은 드물 수밖에 없다. 참여한 행사는 작가의 신간에 맞춰 전시와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작가는 사진을 기반으로 다양한 매체와 방식을 통해 장르를 확장하여 작가만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작가의 작업 동기나 작업 과정을 듣는 것은 흥미로웠을뿐더러 사진에 관해 별다른 지식이 없던 터라 작품을 감상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작가의 설명 없이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지만 작품을 대하는 태도나 개인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생각이 자연스레 뻗어 나갔으므로 조금 더 폭넓은 이해와 감상을 가질 수 있었다.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대구에 거주하는 사람들로 꼭 사진을 전문으로 다룬다거나 사진 촬영을 취미로 하는 사람만 모인 것은 아니었다. 예술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 출판 관계자, 디자인, 회화, 미학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로 같은 매체로 일하는 건 아니지만 작업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가지는 고민에 자신의 고민을 겹쳐볼 수 있었으며 작업을 대하는 다양한 방식과 태도는 서로에게 좋은 자극과 에너지를 주었다.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며 만드는 새로운 흐름은 나의 작업을 꾸려가는 것에 활력과 동력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한 사람의 치열한 고민과 도전 끝에 마주한 작품을 접하는 일은 귀한 기회이다. 이처럼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장은 여러모로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문화예술 관련 행사가 치중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구에도 다양한 공간이 있고 좋은 프로그램과 좋은 작가를 초대한 자리가 여럿 마련되고 있다. 그런데 24년 지역서점 활성화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다는 사실은 적잖이 충격적이다. 이뿐 아니라 지역 영화 관련 사업의 예산 삭감, '국민독서문화 증진 지원' 예산 삭감 등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예산이 줄거나 전액 삭감되었다. 이에 문체부는 지역서점 개별 지원에서 디지털 도서물류 지원으로 재구조화했다고 반박했다. 지역과 거리의 한계를 줄이며 편리한 방식으로 도서 구매를 장려하는 방식도 좋지만 지역 서점이나 문화 공간의 존재 의미를 되묻고 싶다. 경제적인 가치를 넘어 지역의 문화 공간에서는 도서와 음악, 영화 등을 매개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함으로써 독자, 시민들에게 가까이에서 동시대의 생생한 문화예술 경험을 가능하게 했다.

나는 내년에도 지역의 서점에서 운영자가 소개하는 책들을 신중히 고른 뒤 아껴 읽고 싶다. 몰랐던 작가를 만나며 그들의 눈빛과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작업에 대한 열망을 읽고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고 싶다. 내가 사는 이곳이 작가들과 작업자들이 안정적으로 뿌리내리며 꾸준히 작업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웠던 시도들이 지원사업을 통해 기획되어 재미있는 행사가 늘어나면 좋겠다. 서점과 문화예술 공간의 지속적 운영이 가능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것들은 제도적, 행정적으로 튼튼히 뒷받침될 때 더욱 상생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정애 전 독립문예지 '영향력'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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